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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 또 하나의 페미니즘 영화

범블러 2022. 10. 28.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Where the crawdads sing, 2022)]은 2022년 11월 2일 한국 개봉하는 미국의 영화입니다.  '델리아 오언스'의 원작 소설은 2022년 7월까지 미국에서 1500만 부 이상의 출고를 올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올리비아 뉴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할리우드의 신예 배우들이 주요 역할을 맡았습니다.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메인 포스터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메인 포스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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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줄거리

    1969년 10월 30일,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주의 습지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지역의 잘 나가는 젊은 이었던 '체이스 엔드류스 (해리스 딕킨슨扮)'의 죽음이었습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것은 살인사건이 발생한 곳과 가까운 습지에서 살고 있던 '캐서린 대니얼 클라크, A.K.A 카야 (데이지 에드거존스扮)'였습니다. 체이스와 카야 두 사람은 서로 연인 관계라는 소문이 퍼져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일곱 살에 가족에게 버려져 혼자 습지의 홍합을 캐다 팔며 생계를 유지해 온 카야를 지역 사람들은 '마쉬 걸 (Marsh girl - 습지 소녀)'이라고 부르며 막연한 편견과 오해를 가지고 따돌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지역 주민들로 이뤄진 배심원단이 진행하는 재판이 공정하지 않을 것을 염려한 변호사 '톰 밀튼 (데이비드 스트라탄扮)'은 카야를 돕기로 결정합니다. 원고와 피고의 법정 공방이 진행되는 가운데 카야의 혐의가 유죄로 판결 난다면 사형까지도 구형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재판정의 판결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과연 카야는 억울한 혐의를 벗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공간적인 배경 이상의 의미를 가진 습지의 풍경

    영화 속에서 주인공인 카야가 살아가는 터전으로 등장하는 노스 캐롤라이나의 습지는 단순히 공간적인 배경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습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를 가지며 주인공 카야에게 힘을 내어 살아가야 할 의미를 전해주는 존재인 동시에 자신이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에 대한 배움을 주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결국 습지는 카야에게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해 떠나버린 어머니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두 번째 자궁'과도 같은 존재인 것입니다. 영화의 공간 설정은 노스 캐롤라이나 지역으로 되어있지만 제작진은 습지와 늪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영화의 시각적인 표현에 최대한 적합한 장소를 물색한 끝에 실제 촬영은 루이지애나의 뉴올리언스 지역에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습지라는 공간적인 배경과 더불어 카야 캐릭터의 특징을 관객들에게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또 하나의 존재는 바로 카야가 살고 있는 집이었습니다. 보통의 다른 영화에서는 건물 촬영 시 외부와 내부를 구분하여 건물 내부의 촬영을 세트장에서 진행합니다. 하지만 [가재가 노래하는 곳 (2022)]의 프로덕션 디자이너인 '슈 찬'은 카야가 살고 있는 집의 외부에서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습지만이 가져다줄 수 있는 자연의 느낌이 관객에게 전해지기를 바랐습니다. 결국 프로덕션 디자인 팀은 영화의 촬영이 진행되는 호숫가에 직접 카야가 살아갈 집 전체를 짓고 그곳에서 모든 촬영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영화 속 카야의 공간인 습지와 습지 위 카야가 살고 있는 집은 카야라는 캐릭터의 특징을 확장하여 관객에게 전달하는 매개체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주인공인 카야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자 자연 그 자체를 상징하는 존재로 등장하며 살아있는 하나의 캐릭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공간과 인물의 분위기 속에 스며드는 음악들

    어떤 특별한 곡이 강렬한 인상으로 뇌리에 기억되지는 않지만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2022)]의 OST들은 마치 습지가 숲의 낮은 지대에 자연스럽게 퍼져있듯 관객들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찬찬히 스며듭니다. 그중에서도 '캐롤라이나 (Carolina)'라는 노래는 미국의 유명한 팝스타인 '테일러 스위프트'가 원작 소설을 읽은 뒤 받았던 영감을 바탕으로 창작한 곡입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소설의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뒤 영화의 음악 작업에 도움이 되고자 이 곡을 썼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이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영화의 시대적인 배경이 되는 시대의 악기들을 사용했습니다. 포크와 컨트리 음악 장르에 대한 그녀의 높은 이해는 영화의 이야기와 분위기에 절묘하게 어울리는 곡을 탄생시켰습니다. 캐롤라이나를 제외한 다른 곡들은 아카데미상 수상 작곡가인 '마이클 다나'에 의해 작곡되었습니다. 감독인 올리비아 뉴먼은 마이클 다나에게 영화의 일부 장면들과 주인공인 카야가 그리는 것으로 설정된 그림들, 그리고 카야의 수집품 속에 포함된 아름다운 조개껍데기 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것들을 본 뒤 마이클은 곧바로 자신이 어떤 음악을 만들어야 할지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는 영화의 음악들 속에 조개껍데기 소리들을 채워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조개껍데기와 소라고둥을 비롯한 자연물로 비롯된 악기 소리와 반조, 피들, 오토 하프 같은 지역 민속 악기 소리, 교향악단의 풍성하고 모든 것을 감싸 안는 소리를 조화롭게 하나로 만들어냈습니다. 그렇게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2022)]만의 원시적이면서도 풍부하며 잔잔하게 가슴을 적시는 사운드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들은 주인공 카야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습지의 분위기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영화의 톤 앤 매너를 구축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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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삶이 반영된 이야기

    [가재가 노래하는 곳 (2022)] 원작 소설에는 작가인 델리아 오언스의 삶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자연과 습지를 누비며 그곳의 생명들과 함께하는 영화 속 카야의 모습은 작가인 델리아 오언스의 어린 시절과 겹쳐집니다. 자연을 관찰하고 연구한 내용을 책으로 출판하는 생물학자로서 카야의 모습 또한 대학에서 동물행동학을 전공하고 아프리카에서 20년 이상 거주하며 자연의 동식물들을 연구한 내용들을 책으로 출판했던 작가의 삶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제목인 '가재가 노래하는 곳 (Where the crawdads sing)'은 작가인 델리아 오언스의 어린 시절 델리아의 어머니가 델리아에게 해주었던 말로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야생동물들이 자신들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깊은 자연을 의미합니다. 델리아 오언스는 어머니의 말에 영감을 받아 소설에 이런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카야의 어머니가 어린 카야에게 이 말을 전달하며 카야의 진정한 연인인 '테이트 워커 (테일러 존 스미스扮)' 또한 카야에게 이 말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담겨있습니다. 그런데 델리아 오언스와 그녀의 전남편인 마크 오언스 그리고 부부의 아들인 크리스토퍼 오언스가 아프리카에서 거주할 당시 야생동물들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흑인 밀렵꾼들을 조직적으로 살해했다는 혐의가 소설의 인기와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르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영화 속에서 체이스를 살해한 카야의 동기와도 겹치며 카야와 같이 델리아 오언스 또한 아프리카에서 자연을 훼손하는 밀렵꾼들을 살인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사람들의 의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감독인 올리비아 뉴먼과 주인공을 맡은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작가인 델리아 오언스의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지만 작품과 현실의 높은 일치율을 생각했을 때 이 논란은 사람들 사이에서 꽤나 오랫동안 떠돌아다니게 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페미니즘 영화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2022)]은 주인공인 여성 '카야'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서사입니다. 영화는 가족에게 버려지는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따돌림을 당하며 철저한 약자의 위치에 있던 카야가 지역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에 굽히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우며 결국에는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강자에 대한 약자의 투쟁을 담은 페미니즘의 서사로 읽히기에 충분합니다. 영화의 제작을 맡은 제작사 '헬로 선샤인' 팀의 대표이자 유명 영화배우이기도 한 '리즈 위더스푼'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른 영화들에서 본 적이 없는 신선한 시각과 이야기를 제공하는 여성 영화 제작자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2022)]은 거의 대부분이 여성으로 이루어진 제작 스태프들로 촬영이 진행되었으며 이는 올해 개봉했던 다른 페미니즘 영화인 [로스트 도터 (2021)],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2022)] 같은 작품들과 비슷한 행보입니다. 이렇게 여성 중심의 서사가 여성 제작진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형태는 그동안 남성 중심의 서사들이 남성이 대부분인 제작진들에 의해 만들어지던 현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2022)]이 담고 있는 주요한 메시지와 더불어 이러한 현상이 남성에 대한 역차별 혹은 양성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카야는 결국 자신의 어머니처럼 남성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그에 맞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형식으로 대응합니다. 그것이 반딧불이 암컷이 불빛으로 수컷을 유혹하여 먹이로 삼고 사마귀 암컷이 짝짓기 과정에서 수컷을 잡아먹는 것처럼 습지가 카야에게 알려준 '자연'스러운 방법인 것처럼 관객에게 전달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카야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해 카야의 어머니와 카야의 가족 전체가 붕괴되는 인간의 모습이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동물의 세계에서 쉽사리 적용되기 어렵듯이 자연의 반딧불과 사마귀의 모습이 인간의 세계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 또한 어렵습니다. 물론 감정적인 측면에서 카야로 대표되는 여성의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생각과 행동이 일반화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인간은 동물과 구별되는 이성과 영혼이 있는 존재로서 인간만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폭력에 대한 폭력이 아닌 다른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으며 그것이 인간을 동물과 구별되는 존재로 이 땅에 서있게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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