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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역동적인 에너지와 엉뚱한 유머 속에 녹아드는 삶의 철학

범블러 2022. 10. 19.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는 2022년 10월 12일 한국 개봉한 미국 영화입니다. 미스 말레이시아 출신이자 영화 [예스 마담 시리즈][007 네버 다이 (1997)], [와호장룡 (2000)] 등의 작품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배우 '양자경'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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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메인 포스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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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줄거리

    50대의 '에블린 왕 (양자경扮)'은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홍콩 출신의 평범한 여자입니다. 에블린은 20대에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첫사랑인 '웨이먼드 왕 (조너선 케 콴扮)'과 결혼하여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뒤 아버지와의 왕래를 끊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에블린의 아버지인 '공공 (제임스 홍扮)'은 늙고 병들게 되었고 돌봐야 할 다른 가족이 없어 미국으로 건너와 에블린의 집에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미국에 오자 에블린은 평생 딸이라는 것을 못마땅해하고 언제나 자신에게 실망감만을 드러냈던 아버지에게 무언가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사업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미국에서 성공한 모습을 아버지에게 내세우려 합니다. 그러나 복잡한 세금 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해 세탁소는 문을 닫게 생겼고 동성애자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딸 '조이 (스테파니 수扮)'와의 갈등도 점점 심해지기만 합니다. 게다가 젊었을 때는 서로 사랑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에블린과의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남편 웨이먼드는 에블린 몰래 이혼 서류를 준비합니다. 무례하고 별난 고객들을 상대로 오래된 세탁소를 운영하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친 에블린 또한 웨이먼드와 결혼하고 홍콩을 떠났던 것이 올바른 결정이었는지에 대한 회의감을 가집니다. 그런 가족의 상황 속에서 삶의 터전인 세탁소를 지키기 위해 까다로운 국세청 직원 '디어드리 보베어드라 (제이미 리 커티스扮)'에게 세무조사를 받으러 국세청에 간 에블린은 다른 우주에서 온 '알파 웨이먼드'를 만나게 됩니다. 알파 웨이먼드의 도움에 더하여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다중우주의 모든 자아들과 자신을 연결하게 된 에블린은 세계를 '조부 투파키 (스테파니 수扮)'라고 불리는 악의 근원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우주를 넘나드는 모험을 시작합니다. 과연 에블린은 다중우주 속 수천수만의 자신들과 함께 세계를 악의 세력으로부터 구하고 가족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평행-다중우주라는 소재와 가족드라마의 결합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는 최근 특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들에서 주요 소재로 사용되어 왔던 평행-다중우주 모티프를 가족드라마 서사 안에 끌고 들어와 자연스럽게 융화시킨 모습을 보여줍니다. 블록버스터의 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한 가족의 소소한 이야기 속에서도 이 소재가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좋은 예를 보여준 것입니다. 영화의 이야기에 주요 주제로 등장하는 세대 간의 갈등이라든가 이민자들이 느끼는 삶의 고충에 대한 이야기는 그동안 수많은 영화 속에서 다양한 방식들로 다루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감독한 '다니엘스 듀오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는 평행-다중우주라는 신선하면서도 인기 있는 무기로 이 주제를 풀어냈습니다. 자신들만의 우스꽝스러운 화장실 유머와 역동적인 에너지 속에 나름대로의 삶의 철학까지 담아내며 관객들과 비평가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감각적인 작품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최근 극장가에서 이런 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 영화가 사람들의 대단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2023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력한 수상 후보들 중 하나로 점쳐지게 되었습니다.

    베이글과 인형 눈알을 통해 전달하는 삶의 의미

    영화 속 절대 악으로 묘사되는 '조부 투파키'는 사실 수많은 다중우주 속에서 가장 최선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알파 에블린'의 딸 '알파 조이'였습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최선의 선택들을 한 결과 이르게 된 알파 에블린의 모습은 위대한 과학자이자 선구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알파 에블린은 다중우주 속에서 처음으로 '버스 점프 (Verse Jump - 서로 다른 우주의 자신에게 접촉할 수 있는 방법)'라는 개념을 창시하고 그 방법을 알아낸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가능성이 있는 젊은이들에게 버스 점프 방법을 알려주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던 알파 조이를 버스 점프의 극한까지 몰아붙였습니다.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실험에 참여했던 알파 조이는 그러나 과도한 버스 점프의 부작용으로 인해 영혼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다중우주에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알파 조이는 모든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절대 악 '조부 투파키'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조부 투파키는 수천수만의 다중 우주 속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들을 경험하고 난 뒤 '죽음'마저 필연적인 통계의 일부라는 극단적인 허무주의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최선의 에블린으로 보였던 알파 에블린의 선택이 결국 자신과 전 우주에 최악의 결과를 도래하게 된 것입니다. 에블린과 조이의 관계는 알파 우주에서나 지금의 우주에서 별반 다를 것이 없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아무튼 조부 투파키가 현재의 에블린이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우주를 찾아오게 된 것은 현재의 에블린이 모든 선택에서 실패만을 경험한 최악의 에블린이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에블린은 모든 선택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었고 그렇기에 버스 점프에 더 유리한 조건이었습니다. 이것은 알파 웨이먼드가 최악의 에블린을 찾아온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알파 웨이먼드의 도움과 최악의 에블린의 조부 투파키를 물리치기 위한 노력에 힘입어 최악의 에블린 또한 조부 투파키와 같이 다중우주 속 자신의 모든 가능성을 경험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부질없고 허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 조부 투파키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악의 에블린을 자신이 창조한 흡사 블랙홀을 연상하게 하는 거대한 검은색 베이글 속으로 함께 들어가도록 설득합니다. 이 검은색 베이글 혹은 검은 원형은 영화 속에 반복해서 등장하며 그 의미를 점진적으로 증폭시킵니다. 영화의 초반부, 원형의 작은 거울에 가족의 단란한 한 때가 비치다가 순간 사라져 버리는 장면이라든가, 국세청에서 디어드리가 수많은 영수증들 안에서 노래방 기계 항목에 대한 영수증을 발견하고 검은색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이것을 지적하는 장면, 에블린의 눈동자를 검은색 베이글과 흡사한 이미지로 표현하는 장면 등 유사한 상징을 담고 있는 원형의 이미지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며 에블린 가족의 행복했던 순간을 부정하거나 인생의 허무함을 강조하는 매개체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조부 투파키와 같은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와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무의미해 보이고 허무하게 느껴지는 일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것으로 우리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인생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에블린의 마음속에 떠오르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생각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에블린의 남편인 웨이먼드였습니다. 최악의 에블린의 남편인 웨이먼드도 다중의 우주 속 수천수만의 웨이먼드들에 비하면 실패만을 거듭한 최악의 웨이먼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블린은 남편인 웨이먼드가 착하고 성실하기는 하지만 무능하고 답답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인형 눈알은 최악의 웨이먼드가 세상을 향해 보여주는 상냥함이라든가 유머러스한 모습을 상징하는 매개물입니다. 그는 빨래 가방에 장난스럽게 인형을 눈알을 붙여놓기도 했고 최악의 에블린과는 달리 딸인 조이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인형 눈알은 검은색 베이글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형태의 모습으로 서로 대립되는 의미를 가지며 영화 속에서 주요한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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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vs [미스터 노바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를 지지하는 관객들이나 평론가들의 마음은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가 보여준 소재와 주제 간의 불협화음이나 영화 속 설정에서 드러나는 치명적인 결함 등으로 인해 이 영화가 세기의 명작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먼저 세대 간의 갈등이라든가 이민자의 삶의 고충과 같은 낡은 이야기를 평행-다중우주라는 소재와 결합하면서 오히려 더 열려있는 가능성으로 무한하게 뻗어나갈 수 있었던 소재를 작은 감옥 안에 가두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치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인공지능을 가지고 계속해서 바둑만 두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모티프는 새로운 주제와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났을 때 그 시너지가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평행-다중우주라는 소재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과 이야기로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은 개인적으로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미스터 노바디 (2013)]라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스터 노바디 (2013)] 또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와 비슷하게 한 인간의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중-평행우주라는 소재를 활용해 표현하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는 영화의 깊이는 매우 달랐습니다. 그러니까 어쩌면 두 영화의 근본적인 차이는 소재와 주제의 결합에 대한 문제라기보다 평행-다중우주라는 소재와 인간이라는 주제 그 자체에 대해 감독이 가지고 있던 철학의 깊이 차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에서 처음 에블린이 버스 점프를 배우고 시도하기 시작할 때 영화의 설정상 한 번에 한 명 다른 우주의 자신에게 접촉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무술을 잘하는 에블린과 피자배달을 하는 에블린이 최악의 에블린 안에서 함께 등장하는 듯한 장면의 연출은 감독의 설정 오류인 것처럼 느껴져 영화에 몰입하기 어려웠습니다. 전반적으로 영화가 가지고 있는 톤 앤 매너 또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삶의 철학을 관객에게 전달하기에는 다소 가볍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아무튼 신선하고 괜찮은 영화인 것은 분명하지만 명작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영화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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