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영화/리뷰

이순신이라는 이름에 스스로 갇혀버린 이야기 [노량: 죽음의 바다] (강스포)

범블러 2023. 12. 26.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2023)]가 12월 20일 개봉했습니다.

[명량 (2014)], [한산: 용의 출현]에 이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마지막 작품인데요.

 

[서울의 봄 (2023)]의 천만 관객 돌파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과연

[노량: 죽음의 바다 (2023)] 또한 천만 관객을 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죠.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를 다룬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천만 관객을 넘길 수 있을까?

영화 [노량:죽음의 바다 (2023)]의 개봉이 어느새 다음 주로 다가왔습니다. [명량 (2014], [한산: 용의 출현 (2022)]에 이어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담은 김한민 감독의 세 번째 이야기이자 마지막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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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로고 포스터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로고 포스터

개인적으로도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를 담고 있는,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과연 어떻게 작품 속에 풀어낼지 꽤나 큰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순신이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무게에 비해서는

상당히 아쉬운 마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영화의 어떤 점 때문에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지 찬찬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메인 예고편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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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신이라는 이름에 스스로 갇혀버린 이야기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캐릭터 포스터 모음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캐릭터 포스터 모음

    먼저 [노량: 죽음의 바다 (2023)]의 이야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해전 장면이 영화의 3분의 2 정도인 100분에 달하고

    본격적인 해전이 일어나기 전, 약 50분에서 60분 정도에 이르는 부분이

    당시의 역사적인 정황들을 보여주는 드라마로 이루어져 있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이 드라마 부분이 지루했다고 말합니다.

     

    왜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역사를 통해 이미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연출자인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이라는 실존 인물의 아우라에 갇혀 그의 캐릭터를

    마치 질주하는 폭주기관차처럼 1차원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해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은 단 한치의 망설임이나 고뇌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죠.

    마치 이순신 장군은 절대 그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강박처럼 말입니다.

     

    먼 곳을 바라보는 이순신 장군
    먼 곳을 바라보는 이순신 장군

    그리고 이순신 장군의 그런 굳은 결기에 더하여 영화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그 동기를 강화하는 상황과 사건들만 늘어놓는데요.

     

    셋째 아들 이면 (여진구扮)의 죽음과 그로 인한 악몽,

    오랜 전쟁에서 유명을 달리한, 눈을 감으면 자꾸 떠오르는 동료들,

    이번에 왜군들을 살려 보내면 또 언제 다시 조선을 침략해 올지 모르니

    반드시 놈들에게 본을 보여야 한다는 대의명분까지.

     

    서사의 흐름이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 속에서

    제대로 된 갈등이 느껴지지 않고 결과적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물론 명나라의 진린 (정재영扮)과 이순신의 마찰을 예로 들어 이야기 속에

    갈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에 반박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진린과 이순신의 마찰은 이순신 측에서

    충분히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진린은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전쟁을 그만 끝내자고 말한 것이었기 때문이죠.

     

    왜군에서 도착한 사자를 바라보는 진린
    왜군에서 도착한 사자를 바라보는 진린

    영화 속에 만약 이런 장면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이순신을 진정으로 아끼고 또 이순신이 진정으로 아끼는 사람들 중 한 명이 이순신과 병사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출정을 반대하는 말을 그에게 조심스럽게 건네는 장면 말입니다.

     

    그 인물은 아내인 방 씨 부인 (문정희扮)이 될 수도 있고 첫째 아들인 이회 (안보현扮)가 될 수도 있으며

    전장에서 항상 그의 곁을 지키던 송희립 (최덕문扮) 장군이 될 수도 있겠죠.

     

    물론 이순신 장군은 화를 내거나 자신의 굳은 의지를 반복하는 식으로

    그들 앞에서는 무조건적인 출정 의사를 다시 한번  밝히겠지만, 밤에 혼자가 되거나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는 병사들의 이야기라도 은연중에 듣게 된다면,

    인간적인 마음으로 잠시라도 출정에 대해 고민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량해전은 벌어지게 되었을 테지만 말입니다.

     

    제가 제시한 상황은 아주 클리셰적인 것이지만 비록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더라도

    이런 정도의 각색은 관객들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만한 연출자의 상상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최소한 이런 장면 정도는 포함되었어야 그 모든 마음을 헤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정할 수밖에 없는 이순신 장군의 절박함이 더욱 관객에게 와닿았을 것이고 병사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통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도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았을지,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정적인 한방이 아쉬웠던 전투 장면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4DX 포스터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4DX 포스터

    앞부분의 드라마가 지루하다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뒷부분의

    해전 장면도 기대했던 것만큼의 임팩트를 느낄 수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동아시아 최대 규모 해전이자 이순신 장군의 이전 해전들과는 다른 완전한 전면전이었기 때문에

    이전의 전투들과 비교되는 부피감과 치열함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명량 (2014)]에서 단 한 척의

    판옥선으로 왜군의 133척 대부대에 맞서 혈혈단신으로 싸워 이겨냈던 모습이나

    [한산: 용의 출현 (2022)]에서 등장하는 거북선과 학익진의 임팩트에 비해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었는데요.

     

    더해서 내용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시마즈 요시히로 (백윤식扮)의 부대를 관음포에 가둬놓은 뒤 이순신과 진린이

    이어질 작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순신이 진린에게 "부탁할 것이 있다."는 말을 하는데요.

     

    여기에서 장면이 끊어지고 이어지는 장면에서 진린이 스스로 일본군에게 진격한 뒤 위험에 처하자

    이순신이 항왜 준사 (김성규扮)를 보내 그를 구출하고, 구출된 진린이 이순신에게 "정말 고맙다."

    말하는 부분에서는 대체 이순신이 진린에게 무슨 부탁을 한 것인지, 만약에 진격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라면 오히려 진린이 이순신에게 화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기도 했죠.

     

    그 과정에서 진린의 부하이자 명나라의 부도독인 등자룡 (허준호扮)

    시마즈와 제대로된 합을 나눠보지도 못한 채 한 칼에 목이 썰리는 장면은

    등자룡의 캐릭터를 너무 가볍게 다룬 것은 아닌지 아쉽기도 했고요.

     

    왜군 시미즈 부대와 조선군 백병전 장면
    왜군 시미즈 부대와 조선군 백병전 장면

    게다가 전투 장면 한복판에 등장하여 이름 모를 명나라 병사의 얼굴로 시작해

    이순신 장군의 모습으로까지 이어지는 롱테이크는 그 장면만 놓고 보자면

    전쟁의 참상에 대해 알 수 있는 비극적이면서도 영화적인 장면으로 보였지만,

    왜군들을 모조리 섬멸하겠다는 이순신 장군의 의지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반전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느낌이라 다소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정확하게 이순신을 선으로, 시마즈 요시히로를 악으로 구별하여

    서사를 전개해 나가고 있는 작품의 흐름 속에서 왜군들을 쳐부수는

    조선군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더 통쾌하게 그 카타르시스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죠.

     

    그리고 해전 후반부에 십분 이상 이어진 북소리와 함께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에 대해 묘사했던 방식 같은 경우는 다른 장면들에 비해 좀 더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역시 이순신이라는 이름의 무게와

    특별함에 비해 그다지 탁월하다는 인상이 들지는 않았던 연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쿠키 영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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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량: 죽음의 바다 (2023)]에는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간 뒤 등장하는 쿠키 영상이 있습니다.

     

    한국 영화에 쿠키 영상이 있는 것이 드문 일이기도 하고 개봉 첫날이라 정보가 없었는지

    같이 관람했던 많은 분들이 쿠키 영상을 보지 않고 그냥 영화관을 떠나셨는데요.

     

    쿠키 영상 속에서는 광해군 (이제훈扮)이 등장하여 노량해전에서 살아남은 장수들에게

    이순신 장군의 생전 의지에 대해 묻고 장군의 오른팔이었던 송희립이 일본군들을

    끝까지 섬멸하고자 했던 이순신 장군의 유지를 전하자 광해군이 그에 동의하죠.

     

    이후 순천성을 완전히 접수했다는 보고를 올리며 왜란이 완전히 끝났다고 말하는

    권율 (남경읍扮) 장군에게 광해군은 그것이 왜인들의 난이 아닌 참혹한 전쟁이었다고 말합니다.

     

    이순신 장군의 오른팔 송희립
    이순신 장군의 오른팔 송희립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하늘에서는 대장별이 빛나고, 광해군은 이순신 장군을

    그 별에 빗대어 저 별이 없었다면 조선의 명운은 이미 그 끝을 다했을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그리고 한 낮인데도 어찌 별이 저렇게 밝게 빛나냐는 한 장수의 물음에 광해는

     

    아직 하지 못한 말이 남았거나, 하지 못한 일이 남았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느냐.

     

    라고 답하며 영화의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당시 나라를 내팽개치고 중국으로 도망치려고 했던 아버지 선조 (배한성扮)와 달리

    전쟁 상황 속에서도 백성들을 위무하고 왕실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책임을 다했던

    세자 광해를 내세워 다시 한번 이순신의 공을 치하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영상인 것 같은데

    '굳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루했던 영화의 내용을 다시 한번 반복하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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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2023)]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민족의 성웅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분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연출자로서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장장 10년 동안 이순신 한 사람에 대해서만 파고들었다면 적어도 관객들은

    알기 어려운 자신만의 관점이 담긴 그의 모습을 영화 속에 담아내야 하지 않았을까요?

     

    이순신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짓눌려 그의 이름에 조금이라도 흠집이 날까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김한민 감독의 연출은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움이 남는 결과물이었습니다.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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