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영화/리뷰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우리에게 진짜로 던지려고 했던 질문 (강스포)

범블러 2023. 12. 6.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16번째 장편영화 [괴물 (2023)]이 11월 29일, 한국 개봉했습니다.

 

전작인 [브로커 (2022)]에서의 아쉬움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요.

 

영화 [괴물] 메인 포스터
영화 [괴물] 메인 포스터

직접 관람한 영화는 개인적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세계관과 분위기를

잘 담고 있으면서도 그의 영화들에서는 흔히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구성으로

역시나 잔잔하지만 묵직하게 관객의 가슴을 울리며 극장을 나설 때

생각할 거리까지 던져주는 좋은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죠.

 

이 글에서는 작품에서 대한 개인적인 리뷰와 뒷 이야기,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

제 머릿속을 맴돌던 질문들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영화 [괴물] 메인 예고편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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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장들의 만남 (Feat.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카모토 유지, 사카모토 류이치)

    (왼쪽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카모토 유지, 사카모토 류이치
    (왼쪽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카모토 유지, 사카모토 류이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장편 극영화 데뷔작인 [환상의 빛 (1995)]

    제외한 모든 작품들의 각본을 직접 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작인 [아무도 모른다 (2004)], [걸어도 걸어도 (2008)],

    [어느 가족 (2018)]과 같은 작품들이 전부 그런 작품들이었는데요.

     

    그의 세계관과 메시지를 담아내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초석이

    각본이었을 것이기 때문에 그가 다른 누군가의 각본을 받아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죠.

     

    하지만 이번 [괴물 (2023)]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직접 쓴

    각본이 아닌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가 쓴 각본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하는 방식으로 영화의 제작이 진행되었는데요.

     

    사카모토 유지의 이름이나 얼굴은 다소 생소하실지 모르겠지만

    그가 각본을 썼던 작품들은 조금 더 익숙하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2004)],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2021)]와 같은 작품들이 있고

    본래는 TV 드라마의 각본으로 더 유명한 각본가로

    [마더 (2010], [콰르텟 (2014)] 등의 작품들을 집필했는데요.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4차 예고편 - 끝의 시작편

    사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는

    꽤나 오래전부터 친분을 이어오던 사이였다고 하죠.

     

    둘은 서로의 작품들에 대해 존중하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같이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 왔다고 합니다.

     

    그러다 2018년 즈음 사카모토 유지가 먼저 고레에다 히로카즈에게

    [괴물 (2023)]의 플롯을 보내며 작업을 같이하고자 하는 뜻을 전달했고

    이를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바로 수락하면서 두 사람의

    공동작업이 진행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사카모토 유지가 먼저 각본의 세부를 적은 뒤 고레에다 히로카즈에게 보내면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하거나 다른 무언가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각본을 완성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렇게 각본 단계에서부터 두 거장이 함께 의견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영화의 제작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완성된 작품이 큰 이물감 없이

    사카모토 유지 각본의 특성을 드러내면서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세계관과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는데요.

     

    영화 [괴물] 한국 포스터 1
    영화 [괴물] 한국 포스터 1

    결론적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사카모토 유지의 합작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 것 같다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때로 지루하다고 평가받기도 했던 서사의 흐름이나

    구성적인 부분에서 사카모토 유지의 도움을 받아 관객들이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사카모토 유지는 자칫 복잡한 구성을 통해 흔들리거나 흐려질 수 있었던

    작품의 세계관이나 메시지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도움을 통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며 잔잔하면서도 묵직하게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게 되었죠.

     

    여기에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뮤지션인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까지 더해지며 그야말로 화룡정점을 찍은듯한 느낌을 주는데요.

     

    원래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각본을 집필하면서 들은 음악들을 바탕으로

    영화의 OST 작업을 의뢰하는데, [괴물 (2023)]의 각본은 그가 직접 집필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음악들이 부족했고, 대신에 영화의 촬영과 편집을 진행하면서

    줄곧 들었던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들을 영화의 가편집본에 삽입한 뒤

    사카모토 류이치에게 전달하면서 그에게 간곡하게 영화의 음악을 부탁했다고 전해지죠.

     

    하지만 당시 사카모토 류이치는 직장암으로 인해 투병 중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체력적인 여건상 많은 곡을 만들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결국 새로 만든 2곡에

    그가 기존에 작곡했던 곡들을 더하여 영화의 사운드트랙이 완성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름다운 선율들 중에서도 가장 관객들의 마음을 울렁이게 한

    곡은 아마도 영화의 엔딩 부분에 울려 퍼지는 'Aqua'라는 곡이 아닐까 싶은데요.

     

    사카모토 류이치 'Aqua (Instrumental)'

    개인적으로도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가지고 있었던 장면 자체의 에너지와 사카모토 류이치의

    선율이 공명하며 마음을 저릿저릿하게 만들던 그 순간이 쉽사리 잊히지 않네요.

     

    그가 영화의 개봉을 확인하지 못한 채 2023년 3월 28일,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진실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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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괴물 (2023)]은 하나의 사건에 대해 그 사건과 연루된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을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다중화법'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다중화법 기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비록 완전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사건이 가지고 있는 진실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일 텐데요.

     

    이런 다중화법 기법을 사용했던 것으로 유명했던 영화들로는 멀게 보면

    [라쇼몽 (1950)]부터 가깝게는 [엘리펀트 (2003)] 같은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하죠.

     

    영화 [라쇼몽] 3분 요약
    영화 [엘리펀트] 예고편

    그런데 영화 [괴물 (2023)]이 이런 여타의 다중화법 작품들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바로 표면적으로 관객과 등장인물 모두

    알 수 있는 사건 속에 감추어진 또 다른 진실이 존재한다는 부분인데요.

     

    먼저 1장의 이야기에서 관객들은 '무기노 사오리 (안도 사쿠라扮)'의 시선으로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며 사오리의 아들인 '무기노 미나토 (쿠로카와 소야扮)'

    담임 선생님인 '호리 미치토시 (나가야마 에이타扮)'에 의해 학교 안에서

    부당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게 되죠.

     

    그러나 2장으로 넘어오면서 호리 선생님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자

    상황이 역전되어 사실 호리 선생님은 진정으로 아이들을 생각하는 참선생이었고

    아이들의 거짓말과 그로 인한 사오리의 오해, 여기에 학교의 입장이 겹쳐지며

    그가 가해자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사건의 전말이 뒤집히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3장에서 마침내 주인공인 미나토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사실 미나토는 학급의 친구인 '호시카와 요리 (히이라기 히나타扮)'와의 관계 속에서

    굉장히 복잡한 감정의 변화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앞서 펼쳐졌던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관객들이 깨닫게 되는 것인데요.

     

    영화 [괴물] 등장인물 사오리
    영화 [괴물] 등장인물 사오리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 구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요?

     

    우선은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사건에 대한 보다 다양한 관점을 통해

    그 사건의 진실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객관성을 확보하며

     

    과연 우리는 진실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더하여 어떤 사건이나 상황, 그리고 인물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고

    객관적으로 진실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줄 다양한 관점의 의견을 종합해야만

    그나마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겠구나 하는 사유를 이끌어낼 수도 있죠.

     

    영화 [괴물] 등장인물 호리 선생님
    영화 [괴물] 등장인물 호리 선생님

    각본가인 사카모토 유지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이런 다중화법을 이용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가 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도로에서 빨간불에 멈췄는데

    그의 차 앞에 트럭이 한 대 서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호가 파란불이 되었는데도 트럭이 한참을

    꼼짝하지 않아 사카모토 유지는 경적을 울렸다고 하죠.

     

    잠시 뒤 트럭이 움직이고 나서야 그는 건널목을 건너고 있었던

    휠체어 탄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 경험을 통해 그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가 시간이 지나서야 그것을 깨닫게 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쓰겠다고 결심했고

    그 결심이 결국 영화 [괴물 (2023)]의 각본에 반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영화 [괴물] 등장인물 교장 선생님
    영화 [괴물] 등장인물 교장 선생님

    어쩌면 다중화법이라는 기법이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 자체를 내포하고 있는 인물이

    극 중 학교의 교장 선생님으로 등장하는 '후시미 마키코 (다나카 유코扮)'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그녀에 대한 정보는 다만 파편화된 것들 뿐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정보들을 통해 그녀가 어떤 인물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녀에 대한 정보들 중에는

    그녀를 악하게 보이게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고

    그녀를 선하게 보이게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죠.

     

    결국 그녀에 대해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여러 관점에서 깊이 있게

    살펴보기 전까지 우리는 그녀에 대한 판단을 잠시 유보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태도는 다중화법 기법을 통해 진실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관객들로 하여금

    사유하게 만드는 것과 비슷한 맥락 위에 놓여있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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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에게 부모는 하나의 우주

    영화 [괴물] 등장인물 미나토와 요리
    영화 [괴물] 등장인물 미나토와 요리

    아무튼 다중화법을 사용한 이야기들이 진실에 대한 관객의 사유들을

    이끌어내는 것을 넘어 영화 [괴물 (2023)]은 제3장의 이야기를 통해

    그보다 더 어려운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고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나에게 매우 친밀한 누군가가
    나의 도덕이나 윤리 혹은 상식의 '선'을
    뛰어넘는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과연 그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라는 질문이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만약에 당신이 극 중 자신의 성적인 정체성 때문에

    큰 혼란을 겪고 있는 미나토의 엄마 사오리이고 미나토가 동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과연 당신은 엄마로서 미나토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3장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현실적으로 관객에게 던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영화 [괴물] 숲 속 전차 안 미나토와 요리 1
    영화 [괴물] 숲 속 전차 안 미나토와 요리 1

    어쩌면 미나토는 엄마의 반응을 보지 않아도 뻔하게 그 대답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집이 아닌 숲 속의 전차로 도망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엄마는 평소에도 자신이 엄마의 기준에서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어른이 되기를 바랐고

    불륜 때문에 죽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아버지가 럭비 선수였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으며

    무엇보다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어린 시절부터 그에게 누차 반복해서 말했기 때문입니다.

     

    비단 미나토의 엄마뿐만이 아니죠.

     

    학교의 담임인 호리 선생은 아무렇지 않게 그에게 '남자다움'에 대해 이야기했고

    같은 학급의 다른 학생들은 중성적인 외모를 지닌 요리를 외계인 취급해 괴롭혔으며

    요리조차 자신의 머릿속에는 '돼지의 뇌'가 들어있다고 말하는 상황 속에서 과연 미나토가

    불쑥불쑥 떠오르는 자신의 정체성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요?

     

    개인적으로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어른은 자신이 따라야 할 본보기와 같고 특히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이 속해있는 하나의 우주와도 같기 때문이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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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에는 아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개인적으로 그의 영화 속에 아이들을 등장한다고 하면 이번에는

    또 어떤 슬픈 이야기를 안고 있을지 미리 걱정이 되기도 하죠.

     

    그의 영화를 많이 보신 분들은 아마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실 겁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에서 아이들은 병원에서 실수로 부모가 바뀌거나

    엄마에게 버려지거나, 유괴되고 학대를 당하는 등 끔찍한 일들을 숱하게 당해왔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

    영화 [괴물 (2023)]의 주인공인 미나토와 그의 친구 요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그동안 다른 영화들에서 표현되었던 세상들 못지않게 무자비합니다.

     

    특히 요리는 중성적인 외모에 남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학대당하고 학교에서도 외계인 취급을 받으며 따돌림을 당하고 있죠.

     

    어쩌면 [괴물 (2023)] 속 두 아이와 그동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에

    등장했던 다른 아이들 간에 약간의 차이점을 느껴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동안의 아이들은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그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그저 아이들로 행동하며 바라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죠.

     

    하지만 [괴물 (2023)]의 두 아이들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보다 제대로 인식하고 반응하며

    그럼에도 딱히 어떤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괴로워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바라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 [괴물] 주인공 미나토
    영화 [괴물] 주인공 미나토

    특히 주인공 미나토의 모습에서 그런 부분이 두드러지는데요.

     

    그동안 다른 영화들에서 아이들에게 연기 지도를 할 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이들에게 대본 전체를 보여주지 않고 그때그때 찍어야 하는 상황을 알려주며

    순간적인 아이들의 표정이나 몸짓, 반응 등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영화의 촬영을 진행했던 것으로 밝혀져 있죠.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이야기 속 두 아이들이 보다 깊이 있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마치 성인 연기자들처럼 촬영 전부터 준비과정을 거쳤다고 하는데요.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영화의 대본을 모두 숙지하고

    둘이 함께 밥을 먹으며 친해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작품 속

    미나토와 호리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오랜 시간 동안 깊이 있게

    고민할 수 있는 여유와 기회를 제공한 것입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미나토가 보여주었던

    감정의 요동과 정체성의 혼란, 미나토와 요리의 오묘한 관계 같은 것들이

    보다 사실적으로 관객에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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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어떻게 된 걸까요?

    영화 [괴물] 미나토와 요리 엔딩 장면
    영화 [괴물] 미나토와 요리 엔딩 장면

    영화가 끝나고 난 뒤 많은 관객들이 과연 엔딩 부분의 두 아이들은

    살아있었던 걸까 아니면 죽은 걸까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산사태로 인해 죽었고, 아이들의 영혼이 이후에 속세를 벗어나

    둘만의 자유를 찾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엔딩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각본상에서도 그렇게 적혀있었을 가능성이 높죠.

     

    왜냐하면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매체와 인터뷰에서 사카모토 유지와의 대화를 통해

    마지막 15분의 이야기에 '변화를 주는 것'이 좋겠다고 합의했다는 식으로 말했기 때문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영화의 엔딩에서 두 아이가 살아남은 것으로

    관객들에게 보이기를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영화 속에 장면으로 표현된 단서들을 통해 추론해 봤을 때

    두 아이는 죽었다는 결론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죠.

     

    영화 [괴물] 숲 속 전차 안 미나토와 요리 2
    영화 [괴물] 숲 속 전차 안 미나토와 요리 2

    미나토가 요리의 집에서 요리를 발견해 숲 속의 전차로 끌고 갈 때 이미 요리는

    의식이 제대로 깨어있지 않은 초주검 상태였고 숲 속 전차 안에서 산사태가 몰려오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미나토와 요리는 좀처럼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게다가 사오리와 호리 선생님이 두 아이를 찾기 위해 전차에 도착했을 때

    전차는 옆으로 쓰러진 모습이었고 그 안에는 산에서 쏟아진 토사물로 가득했으며

    아이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아이들이 도망칠 수 있을만한 출구도 잘 보이지 않았죠.

     

    폐선로를 막고 있던 자물쇠 걸린 철문이 산사태 이후 말끔히 사라진 모습과

    이전 화면보다 카메라의 조리개를 열어 밝고 쨍한 화면으로 두 아이의 모습을 담아내는 연출,

    그리고 결정적으로 요리의

     

    우리는 이제 새로 태어난 건가?

     

    라는 대사까지 겹치며 두 아이들이 죽음을 통해 자유를 찾았다는 결론에

    확실히 조금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영화 [괴물] 속 미나토와 호리의 뒷 모습
    영화 [괴물] 속 미나토와 호리의 뒷 모습

    하지만 두 아이가 살았느냐 죽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화가 끝난 이후 우리에게 남겨지는 질문들일 것입니다.

     

    두 아이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름대로 현실에서 미나토와 요리가

    온전하게 자신들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다를 수밖에 없었던 결말이라고 생각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하지만 두 아이가 살아있다고 가정해도 과연 그들이 다시 가정과 학교로 돌아와서

    산사태보다 더한 감정적인 재해를 겪으며 자기 자신으로 제대로 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또한 두 아이들이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 둘이 다시 가정과 학교로 돌아가 온전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

    관객들이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감독이 우리에게 진짜로 던지려고 했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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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괴물 (2023)]의 많은 리뷰들이

     

    그렇다면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사실 진짜 괴물은 그들이 자신을 괴물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사회, 즉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라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거기에서 멈춥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질문과 대답이 여기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의 질문은 여기에서 한 번 더 나아가 

     

    그렇다면 우리와 그들 모두 서로에게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까지 이어져야만 영화가 끝난 이후의 담론이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죠.

     

    영화 [팟 제너레이션] 메인 예고편

    최근 개봉한 영화들 중 [팟 제너레이션 (2023)]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요.

     

    영화의 내용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가까운 미래에는 자연임신을 통해

    엄마의 자궁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닌, '팟'이라는 마치 알과 비슷한 기구의

    도움을 받아 그 안에서 수정란을 배양해, 여성들이 열 달의 임신 과정을 겪지 않고도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 사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영화를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설정과 내용을 봤을 때 근 미래에 충분히

    주변에서 벌어질만한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불과 1년 남짓에 불과한 임신과 출산에 관해서는 이렇게 다양한 고민과 논의가 이루어지며

    자연임신, 시험관 아기, 정자은행, 난자은행, 팟 제너레이션 등등 다양한 선택과 가능성들이 존재하는 반면,

    왜 한 인간이 제대로 된 성장을 하기 위해 더 중요하고 더 긴 시간이 필요한 육아와 교육에 있어서는

    이런 다양한 선택과 가능성들이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질까요?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보다 육아와 이후 교육의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일 텐데 말이죠.

     

    영화 [괴물]의 한 장면
    영화 [괴물]의 한 장면

    한국의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간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수가 지금보다 줄어드는 전환점에 이르는 것은 아직 먼 일이고

    그때까지 자연의 법칙에 의해 인간의 다양성은 지금보다 더 증가하게 되겠죠.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임신과 출산의 방법 또한 다양해지며 국가와 사회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의 모습 또한 더욱 다양해져 갈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왜 육아와 교육의 모습은 그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요.

     

    자신의 아이가 평범하게 자라 이성과 사랑을 하며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일견 당연해 보이는 사오리의 바람을 괴물로 만드는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요?

     

    영화 [괴물] 사오리와 미나토
    영화 [괴물] 사오리와 미나토

    미래의 아이들에게는 보다 더 다양한 선택의 기회와 가능성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부모 세대에게 알려주고 교육해야 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다양한 선택과 가능성에 따른 육아와 교육의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제공해 미래 세대가 온전히 자신의 모습으로 살면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공존에 대해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것 또한

    국가와 사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아닐까요?

     

    어쩌면 너무 이상적인 생각이라고 받아들이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런 고민들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행동들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영화가 끝난 후의 담론들이

    그 의미를 잃은 채 또다시 휘발될지도 모른다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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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으로 영화 [괴물 (2023)]에 대한 개인적인 리뷰와 뒷 이야기,

    영화가 끝난 후 머릿속에 맴돌았던 질문들에 대한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이 작품은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세계관과 메시지를 잘 담고 있으면서도

    각본가인 사카모토 유지의 도움으로 이야기의 재미까지 확보해 그동안의 작품들 보다는

    조금 더 관객들이 다가가기 쉬운 영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는데요.

     

    거기에 일본이 자랑하는 뮤지션인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까지 더해지며

    근래에 보기 드문 잔잔하면서도 묵직하게 마음을 울리는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또 이 글을 읽으면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과 감정을 품으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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