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영화/리뷰

[서울의 봄] 두려움은 무지함에 어떻게 굴복하게 되었는가 (강스포)

범블러 2023. 11. 28.

영화 [서울의 봄 (2023)]이 11월 22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했습니다.

 

이 작품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인 12. 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야기로

이 사건은 TV 드라마를 통해 극화된 적은 있었지만 영화를 통해 스크린에 상영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을 모았는데요.

 

영화 [서울의 봄] 메인 포스터
영화 [서울의 봄] 메인 포스터

개인적으로 [서울의 봄 (2023)]을 관람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기분과 감정은 답답함과 한심함 그리고 참을 수 없는 분노였죠.

 

이 글에서는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와 함께 제가 왜 영화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그토록 답답하고 한심해하며 주체할 수 없이

분노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 찬찬히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목차

    반응형

    김성수 감독과 [서울의 봄]

    영화감독 김성수
    영화감독 김성수 / 출처: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2023)]을 연출한 것은 영화 [비트 (1997)], [태양은 없다 (1998)],

    [아수라 (2016)] 등의 작품들로 영화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김성수 감독인데요.

     

    개인적으로는 황정민 배우와 정우성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점과 영화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무겁고 어두우며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 그리고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영화라는 공통점들을 통해 직접 [서울의 봄 (2023)]을 관람하기 전까지는 이 영화가

    감독의 전작인 [아수라 (2016)]와 비슷한 결의 작품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습니다.

     

    영화 [아수라]의 한 장면
    영화 [아수라]의 한 장면

    직접 관람한 후의 감상은 악인을 중심으로 그와 대적하는 세력과의 갈등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는 부분에서는 분명 두 작품의 공통점이 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이야기 속에서 그 갈등을 풀어내고 장면으로 묘사하는 과정과 방법에 있어서는

    차이점을 보이기도 한 작품이었다는 것이었죠.

     

    이에 대해서는 글이 너무 길어질 수 있으니 혹시 기회가 된다면

    다른 포스팅을 통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김성수 감독은 [서울의 봄 (2023)]의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도

    12. 12 군사반란에 대해 꽤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왜냐하면 사건이 벌어질 당시 그는 사건이 벌어졌던 장소에서 멀지 않은

    한남동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1979년 12월 12일 밤에 실제로

    20분 간의 총성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하죠.

     

    그 후 그는 꽤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그날의 총성이 12. 12 군사반란과

    관련이 되어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대체 그날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곤 했다고 하는데요.

     

    결정적으로 김성수 감독이 이 작품의 연출을 결정하게 된 것은 그가 전작인

    [아수라 (2016)]를 연출하면서 품었던 생각과 감정이 [서울의 봄 (2023)]에

    등장하는 '전두광'의 그것과 흡사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하죠.

     

    영화 [서울의 봄] 주인공 전두광
    영화 [서울의 봄] 주인공 전두광

    [아수라 (2016)]를 연출할 당시 그는 자신의 마지막 영화라고 생각해 주변의

    시선이나 생각 등에 개의치 않고 마치 독불장군처럼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켰다고 하는데요.

     

    그 모습이 오로지 자신과 자신이 형성한 세력 '하나회'의 안위를 위해

    12. 12 군사반란을 일으켰던 극 중 전두광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영화의 연출을 결심하게 된 계기라고 하죠.

     

    이렇게 김성수 감독의 12. 12 군사반란에 대한 평소 관심과

    사건 속 인물에 대한 감정 이입이 작품 속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여

    영화 [서울의 봄 (2023)]이 웰메이드 시대극으로 탄생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반응형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가지고 있는 숙명

    영화 [서울의 봄] 인터내셔널 포스터
    영화 [서울의 봄] 인터내셔널 포스터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는 영화들은 필연적으로 피해 갈 수 없는

    하나의 질문을 등에 업은 채 이야기를 진행해나가게 됩니다.

     

    [서울의 봄 (2023)]과 같이 대중들에게도 이미 널리 알려진 중요한

    역사적인 사건이 배경이 된다면 더더욱 이런 질문에서 벗어나기 어려운데요.

     

    바로

     

    이미 그 결과가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 내용을
    어떻게 관객들이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보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이죠.

     

    결국 기록으로는 차마 담아낼 수 없는 역사의 빈칸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실화의 기반의 이야기가 성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결정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빈칸에 가장 크고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마도 실제 그 사건 안에 있었던

    인물들의 마음과 감정, 그리고 그로 인해 펼쳐지는 그때 그 시간의 구체적인 장면들일 것입니다.

     

    그런 방면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서울의 봄 (2023)]은 그날, 그 시간, 그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의 마음과 감정을 깊이 있게 고민하여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영화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장면들

    [서울의 봄 (2023)]은 역사의 빈칸을 깊이 있고 설득력 있는

    상상력으로 관객에게 전달한 작품이라고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작품 속에 채워진 역사의 빈칸들 중에서 영화가 끝난 후에도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두 장면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하나회의 군사반란 모의 장면

    영화 [서울의 봄] 하나회의 군사반란 모의 장면
    영화 [서울의 봄] 하나회의 군사반란 모의 장면

    영화 [서울의 봄 (2023)]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 중 하나는

    전두광의 자택에서 벌어지는 하나회의 군사반란 모의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꾸는 전환점이기도 한데요.

     

    평범한 술자리처럼 시작된 자리가 반란 계획이 담긴 문서들을 교환한 뒤

    전두광과 노태건이 형광등을 하나씩 끄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죠.

     

    이들은 조명을 끄면서 반란 모의를 시작하는 것이며

    조명을 끄는 행동의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관점으로 해석해 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 전두광이라는 인물의 권위를 강화하기 위함입니다.

    조명을 끄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전두광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일 수 있죠.

    전두광은 이들을 지배하고 조작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인물입니다.

     

    두 번째, 반란을 모의하는 마음에 흔들림이 없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조명을 끄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서로의 표정을 보기 어렵죠.

    주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를 보며

    다른 마음을 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명을 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세 번째, 무엇보다 조명을 끄는 행동은 영화적인 연출의 효과를 줍니다.

    하나회의 의지와 결단력을 강조하고, 반란의 긴장감과 위험성을 높이죠.

     

    이 장면부터는 더 이상 사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영화 [서울의 봄 (2023)]이 안내하는 새로운 타임라인으로

    진입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하나회의 군사반란 모의 장면은

    작품 속 본격적인 사건의 출발점이자

    영화 초반부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응형

    이태신 장군의 출동 장면

    영화 [서울의 봄] 출동 준비를 하고있는 이태신 장군
    영화 [서울의 봄] 출동 준비를 하고있는 이태신 장군

    영화 속에서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장면은 바로 배우 정우성이 연기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장군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부하들을 이끌고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장면이었습니다.

     

    [서울의 봄 (2023)] 속 커다란 사건들은 대부분 실제 기록된 역사에 기반해

    그 안에 감독의 상상력을 더하는 방식으로 묘사되고 있죠.

     

    하지만 이태신 장군이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이 장면은

    실제 역사에 기록된 내용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것인데요.

     

    이태신 장군의 모티브가 된 실재 인물인 장태완 장군이

    당시 부하들 대부분이 배신하여 전력을 이탈한 상황에서

    취사병, 행정병 등 비전투인력까지 포함한 병력들을 이끌고

    반란군과 맞서기 위해 출동하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면 영화 속에 표현되었던 것처럼 당시 국방부장관의 명령,

    그리고 부하들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장태완 장군은 실제로

    출동 명령을 내리지는 못했는데요.

     

    그러나 [서울의 봄 (2023)]에서는 역사 속에서 실패했던 이 출동을

    끝까지 밀어붙여 결국 이태신 장군이 반란군에 맞서기 위해 광화문의

    충무공 이순신 동상을 지나 30 경비단으로 향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죠.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

    참고로 이태신이라는 이름은 전두광, 노태건 같은 이름과는 다르게

    실재의 장태완이라는 이름에서 두 글자가 바뀌었는데요.

     

    이는 이태신이라는 인물이 실재 인물과 가장 다르게 영화적으로 각색된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순신 장군의 이름을 차용함으로써

    왜적과도 같았던 반란군 무리에 끝까지 항전해 주기를 바랐던

    감독의 마음을 반영한 이름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병력을 출동시켜 반란군과 대치를 이루게 된 이태신 장군은

    그러나 영화 속에서도 실제와 마찬가지로 반란군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이 영화 속에 꼭 필요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먼저 이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로서 서사의 흐름에 큰 변곡점을 만들어 냅니다.

     

    관객들은 이태신 장군의 출동을 바라보며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과 박진감, 그리고 무력한 다른 진압군들과 비교되는 통쾌함을 느끼게 되죠.

     

    이미 쓰인 역사를 통해 그 결과가 어찌 될 것인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태신 장군이 무언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잠시동안의 희망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에 더하여 이태신 장군과 전두광의 대치 장면은 관객들이 영화의 서사를 함께하며

    쌓아온 감정들을 잠시나마 불완전한 형태라도 배출할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하는데요.

     

    전두광의 군사반란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반란군의 폭력과 탄압이

    무차별적으로 펼쳐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던

    진압군의 답답한 모습을 통해 가슴속에 쌓인 울분을

     

    당신은 대한민국 군인으로서나 인간으로서의 자격이 없어.

     

    영화 [서울의 봄] 이태신 장군 출동 장면
    영화 [서울의 봄] 이태신 장군 출동 장면

    라는 전두광을 향한 이태신 장군의 대사로 잠시나마

    뿜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이태신 장군은 반란군에 의해 체포되고

    관객들은 다시 한번 헤어 나올 수 없는 슬픔과 무력감에 빠지게 되죠.

     

    결론적으로 이태신 장군의 출동 장면은 서사의 흐름과 관객의 감정 모두를

    극단적으로 요동치게 하는 중요한 장면이며 결정적으로 이 장면을 통해

    [서울의 봄 (2023)]이 그날의 사건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마음과 감정이

    관객들에게 깊이 있게 전달되었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반응형

    두려움은 무지함에 어떻게 굴복하게 되었는가

    영화 [서울의 봄] 그날, 육군본부의 모습
    영화 [서울의 봄] 그날, 육군본부의 모습

    결론적으로 저는 [서울의 봄 (2023)]에 그려진 그날의 이야기를 바라보면서

     

    두려움이 무지함에 굴복한 사건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전두광을 필두로 한 반란군 무리들은 군사독재가 아닌 더 나은 형태의 국가 통치 체제가

    분명히 존재하며 세상은 어쩔 수 없이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자신들이 힘을 가지고 익숙하게 속해있던 세상으로 회귀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고 결국 그 반란을

    제대로 진압하지 않은 진압군 세력 또한 혹시 자신들의 위치가 위태로워지지 않을까,

    괜히 나섰다가 나중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그 반란을 암묵적으로 용인해 준 꼴이라는 것이죠.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순간들이 그날의 9시간 동안 정말이지 너무나도 많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자기 자신들만의 안위를 생각했던 다수의 지도층 때문에 이후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군인들의 총탄에 맞아 목숨을 잃어야 했던 사실을 생각하면

    진심으로 다시 한번 단전에서부터 분노가 차오릅니다.

     

    영화 [서울의 봄] 참모차장과 헌병감
    영화 [서울의 봄] 참모차장과 헌병감

    오늘날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국가를 경영해 나가는

    지도층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안위를 위해 그에 걸맞은 리더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옆에서 훈수만 두며 리더가 실수하고 실패하기만을 바라는 사람들.

     

    자신이 책임지고 앞으로 나서서 행동하지는 않으면서

    무언가 책임을 맡은 사람이 실패하면 바로 손절하려고 하고

    성공하면 자신의 공이 있다면서 어떻게든 한몫 챙기려고 하는 사람들.

     

    그리고 혹시라도 자신에게 불리할지도 모르는 일에서는

    다른 사람의 뒤에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관객에게 보여준 것이

    바로 영화 [서울의 봄 (2023)]의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영화의 끝부분, 홀로 남은 화장실에서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기괴한 소리를 내뱉던 전두광의 섬뜩한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네요.

     

    덕분에 조금 더 오래, 더 깊이, 이 사건을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 더 많은 콘텐츠 정보를 원한다면?

    반응형
    영화 [서울의 봄] 메인 예고편

     

     

    마치며

    이상으로 영화 [서울의 봄 (2023)]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담은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이 작품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인 12. 12 군사반란을 소재로 만들어졌는데요.

     

    역사의 빈칸을 채우는 감독의 깊이 있고 섬세한 상상력 덕분에

    마치 그날, 그 시간, 그 현장에서 함께 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죠.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 유용한 정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