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영화/리뷰

영화 [테넷] - 이해하지 못하면 느낄 수도 없는 영화

범블러 2022. 7. 13.

영화 [테넷 (TENET, 2020)]은 2020년 8월 26일에 개봉한 미국의 영화입니다. 영화 [다크나이트 (2008)], [인셉션 (2010)], [인터스텔라 (2014)] 등의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영화-테넷-메인-포스터
영화 [테넷] 메인 포스터

목차

    반응형

    크리스토퍼 놀런

    영화 [메멘토 (2001)], [다크 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2017)] 등의 영화로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을 좋아하시나요? 놀런 감독의 영화는 개봉할 때마다 그만의 독창적인 세계관과 스펙터클로 많은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놀런 감독은 최대한 VFX를 사용하지 않고 실사 그대로 촬영하는 것과 과학적이고 복잡한 소재를 인간적인 드라마와 결합하여 보다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과연 이번 영화에서는 어떤 마법 같은 세계로 우리는 안내해 줄까요? 오늘 리뷰해볼 영화 [테넷 (2020)]입니다.

    이야기의 흐름

    사실 영화 [테넷 (2020)]은 줄거리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영화인데요. 여기에서는 최소한의 흐름만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미국 CIA 요원인 '주도자 (Protagonist - 작 중 한 번도 이름이 언급되지 않음)'는 우크라이나의 어느 오페라 하우스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적에게 붙잡혀 이를 모두 뽑히고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합니다.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말할 때까지 고문이 끝나지 않을 것을 예감한 주도자는 훈련 매뉴얼대로 독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하죠. 하지만 얼마 뒤 주도자는 뽑힌 이가 모두 멀쩡하게 복원된 채로 어느 배에서 깨어나게 되고, 주도자를 구해 준 조직인 '테넷 (TENET)'은 주도자에게 3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막기 위한 새로운 임무를 부여합니다. 과연 주도자는 미래 세력과 사토르로부터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요?

    영화 속의 캐릭터와 배역을 맡은 배우들

    미국의 CIA 요원이자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주도자 (Protagonaist)'는 영화 속에서 마지막까지 이름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는 생사가 오고 가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일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중요한 기밀 정보를 흘려 동료들을 곤경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독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는 등 용감하고 의리 있으며 선한 인물로 그려지는데요. 배역을 맡은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우리에게는 [필라델피아 (1993)], [크림슨 타이드 (1996)], [맨 온 파이어 (2004)] 등의 작품들로 잘 알려진 흑인 배우 '덴젤 워싱턴'의 아들로 영화를 볼 때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영화가 끝난 후 사실을 알고 나니 수염이 없으면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주인공의 목숨을 살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주인공을 향해 멋진 대사를 날리는 주인공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의 '닐'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주인공과 같은 CIA 소속의 비밀 요원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주인공을 도와 미래 세력과 사토르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 힘쓰는데요.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인 주도자는 닐의 정체에 대해 점점 의문을 품게 되고 결국 마지막 순간 주인공인 주도자가 미래에 닐을 고용하여 시간 역행을 통해 과거로 오게 된 닐이 주인공을 도와 임무를 수행한 사실이 밝혀지게 됩니다. 배역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 배우는 우리에게 [해리포터][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세드릭 디고리''에드워드 컬렌' 역으로 익숙한 배우인데요. 미래에서 왔기 때문에 주인공보다 많은 정보들을 알고 있으며 결말 부분에서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라며 운명이 아닌 현실로서 자신의 임무를 받아들이는 숭고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닐의 캐릭터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지지 못하면 그 누구도 가질 수 없어."라는 다소 중2병 찐따스러운 마인드로 암에 걸려 곧 죽음을 맞이할 자신과 함께 세상의 종말을 꿈꾸는 메인 빌런 '안드레이 사토르'는 처음 등장했을 때는 단순히 러시아 무기상의 보스로 숨겨져 있던 플루토늄을 훔쳐 3차 세계대전을 발발시키려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그가 노리는 것이 플루토늄이 아닌 미래의 과학자가 과거로 보낸 미래 세력이 과거의 인류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인 것이 드러나고 자신의 죽음을 통해 그 무기를 다시 미래로 보내 인류를 말살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밝혀집니다. 배역을 맡은 '케네스 브레너' 배우는 우리에게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질데로이 록허트'나 놀런 감독의 전작인 영화 [덩케르크] 속 '볼튼 사령관' 등으로 알려진 배우인데요. 아내와 아들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며 결국에는 세상의 종말마저 제 뜻대로 결정해버리려고 했던 악인 사토르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것 같습니다. 남편인 사토르에게 약점을 잡혀 아들을 볼 수 없을 거라는 협박에 못 이겨 사토르를 떠나고 싶어 하지만 떠나지 못하는 가련한 여인으로 등장하는 '캐서린 "캣" 바튼'은 주인공인 주도자와 사토르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등장하며 처음에는 기회가 있음에도 사토르를 죽이지 못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사토르에게 총을 맞고 회복하며 일련의 과정을 겪은 후에는 결국 남편인 사토르를 죽이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배역을 맡은 '엘리자베스 데비키'는 아직 우리에게 각인될만한 특별한 히트작은 없지만 영화 [위대한 개츠비 (201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등에 출연했으며 신장이 무려 '191cm'라고 합니다. 등장인물들 중 유일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초반의 가녀리고 나약해 보이는 모습과 후반부의 강인하고 단호해 보이는 모습의 간극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것 같습니다.

    반응형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

    죽은 줄 알았던 주인공 주도자가 배에서 깨어나 테넷이라는 단체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으면서 단체의 연구원인 것처럼 보이는 여자가 주도자에게 '인버전'이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마라, 느껴라." 이 대사는 아마 여자가 주도자에게 하는 이야기만이 아닌 감독이 관객에게 똑같이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할 것 같은데요. 그만큼 이 영화의 핵심 소재인 시간 역행의 과학적인 원리를 완전하게 이해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객들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엔트로피''열역학 제2법칙'을 비롯한 물리학의 개념들을 가지고 국소적인 시간 역행의 원리에 대해 짧은 시간 동안 간단히 설명하며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 거니까 그냥 느껴라."라는 대사와 영화 전개는 불친절하다 못해 관객들을 무시하는 듯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사실 저는 이 부분에서 놀런 감독에게 따지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먼저 우리가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보통 우리가 이해한다고 하는 것들은 이성과 논리의 영역으로 위에 이야기했던 물리학에서의 엔트로피와 열역학 제2법칙 등 인과관계가 명확하고 답이 정확하게 떨어지는 것들을 머리를 통해 이해한다고 이야기하고 우리가 느낀다고 하는 것들은 감정과 감성의 영역으로 인물들의 마음 상태나 상황 등에 공감하거나 동경, 연민하면서 말로 정확하게 형언하기는 어렵지만 가슴으로 느끼며 깊은 감동이나 감동을 받는 것을 느낀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테넷 (2020)]에서는 솔직히 말해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가슴으로 느낄만한 장면이나 캐릭터, 상황 같은 것들이 개인적으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제가 생각하기에 진정한 의미로서의 '영화'라기보다는 과학적인 이론이 바탕에 깔린 복잡한 '퍼즐' 같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았습니다. 우리가 퍼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은 복잡한 과정 속 조각들을 끼워 맞추면서 느끼는 재미와 모든 조각들을 맞추고 난 뒤 찾아오는 희열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조각들을 끼워 맞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퍼즐의 원리를 '이해'해야만 하겠죠.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냥 퍼즐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해서 우리에게 느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마도 '아, 이 퍼즐은 참 복잡하구나.' 정도의 생각이 전부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마라, 느껴라."라는 대사가 영화 속에 등장한 '할아버지의 역설' 개념만큼이나 모순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는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그나마 재미를 찾고 느낄 거리를 찾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해하지 못한다면 혹은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느낄 거리조차도 없는 영화라는 뜻이겠죠.

    놀런 감독이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

    영화 [테넷 (2020)]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마치 알고리즘이 입력된 로봇들처럼 움직입니다. 주인공인 주도자는 어떠한 개인적인 동기나 이유도 없이 단지 용기 있고 의리가 넘치며 선하다는 설정만을 바탕으로 세계 3차 대전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총알이 빗발치는 아수라장으로 몸을 내던지죠. 그리고 주도자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인 닐 또한 목숨을 바쳐 주도자와 세상을 구하지만 주도자와 그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한 사이였는지,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가고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영화 속에서 장면들로 아무런 설명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게 영화 이후의 미래이기 때문이죠. 메인 빌런인 사토르 또한 그 행동의 동기가 너무나도 단선적이고 입체적이지 못합니다. 물론 주인공에 반하는 악역들을 전형적인 캐릭터로 그리는 경우는 많지만 그것은 주인공이나 그 주변 인물들을 좀 더 입체적으로 그리느라 악역들을 단순화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테넷 (2020)]에서는 그 어떤 인물도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아, 사토르의 부인인 캐서린이 결국 변화하여 사토르를 죽일 수 있게 되었으니 입체적인 캐릭터 아니냐고요? 캐서린은 충분히 남편을 떠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아들을 남편에게서 구해오는 능동적인 인물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놀런의 세계에서는 아니죠. 왜냐하면 놀런이 그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캐릭터들의 관계와 개인들의 정체성이 복잡해지다 보면 그것들에 신경 쓰느라 정작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거대한 하나의 완결된 세상이 무너져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놀런 영화의 캐릭터들은 이야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 숨 쉬는 주체적인 존재들이 아닌 단지 하나의 완벽하게 완결된 세상을 완성하기 위한 도구들일 뿐입니다. 비단 이번 영화 [테넷 (2020)]만이 아닌 전작들에서도 비슷한 모습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놀런 감독의 캐릭터에 대한 이런 태도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놀런 감독의 영화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캐릭터는 어디까지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존재들이지 이야기에 종속되는 존재들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테넷] 최종 예고편

    개인적인 취향과는 어긋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테넷 (2020)]은 장인의 숨결이 묻어나는 영화입니다. 영화라는 세상 안에서 신으로 군림하며 조금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완벽한 세상을 만들어내려는 감독의 모습이 마치 영화 속에서 신이 된 것처럼 자신의 죽음과 세상의 종말을 함께 결정하려고 했던 사토르의 모습과 어느 정도 닮아있지 않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영화를 본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영화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새로운 영화

     

    영화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새로운 영화

    영화 [다크 나이트 (2008)], [인셉션 (2010)], [인터스텔라 (2014)] 등의 작품들로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 (Oppenheimer, 2023)]가 사람들의

    filmbumbler.tistory.com

    댓글

    💲 유용한 정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