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영화/리뷰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조제 VS 조제

범블러 2022. 7. 12.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Josee, The Tiger And The Fish, 2003)]은 2004년 10월 29일에 한국 개봉한 일본의 멜로 영화입니다. 개봉 당시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이후 입소문을 거쳐 많은 사람들의 인생 멜로 영화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영화-조제-호랑이-그리고-물고기들-메인-포스터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인 포스터
영화-조제-2차-포스터
영화 [조제] 2차 포스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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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제 vs 조제

    조제를 기억하시나요? 작지만 당치고, 여리지만 강해 보이고 싶어 하던 '소녀(小女)'.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웰 메이드 멜로 영화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2016년 2월 무비 패밀리 선정 '내 인생 절대로 잊지 못할 멜로 영화 1위'로 뽑히기도 했는데요. 2020년 [조제 (Josée, 2020)]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리메이크되며 원작의 팬들을 다시 한번 극장으로 불러 모으기도 했죠. 오늘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일본 원작과 한국판 리메이크 [조제]를 비교해 보며 각각의 작품들이 어떠한 장담점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럼 한번 시작해 볼까요?

    원작과 리메이크 속 캐릭터 비교

    사실 원작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들 중에 하나가 바로 주인공인 조제의 캐릭터 때문이었을 텐데요. 조제는 하반신 마비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차고 거침없는 성격으로 보육원을 함께 도망쳐 나온 동생 앞에서는 스스로를 '엄마'라고 칭하며 꼰대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원작 조제의 캐릭터가 개인적으로는 조금 판타지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성치 않은 몸으로 부모에게 버려져, 지내던 고아원에서조차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도망쳐 나온 뒤 겨우 할머니에게 거둬진 어두운 조제의 과거가 현재의 조제에게 전혀 영향을 끼친 것 같지 않아 비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되었던 것이죠. 물론 그런 씩씩한 조제의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원작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완성될 수 없었겠지만요. 반면 한국판 리메이크 영화 [조제] 속의 조제 캐릭터는 원작의 당차고 씩씩하던 조제보다는 다소 차갑고 딱딱한 느낌으로 어쩌면 조제가 겪었던 과거와 조금 더 어울리는 캐릭터로 변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제의 캐릭터에 맞추어 영화의 공간이나 조명 또한 보다 차갑고 어두운 느낌으로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의 계절적인 배경이 겨울로 바뀐 것 또한 그런 각색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인상을 받았죠. 어떤 캐릭터가 더 낫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두 캐릭터 모두 서로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겠죠. 궁금한 것은 한국판 리메이크 속 조제의 원래 이름인데요, 원작 영화 속에서는 '쿠미코'라는 본명을 가지고 있었던 조제인데 한국판에서는 제 기억으로 조제의 본명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조제의 할머니조차 조제의 원래 이름을 한 번도 불러주지 않았죠. 과연 조제의 한국 이름은 무엇이었을까요? 원작 영화의 '츠네오'는 대학생이었습니다. 마작 도박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츠네오는 손님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처음으로 조제의 존재에 대해 접하게 되는데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조제는 무시무시한 괴물 같은 모습이었지만 막상 실제로 마주한 조제는 귀엽고 작은 소녀였죠. 츠네오에게 조제는 마치 해변에서 마주친 인어와도 같은 존재였을 겁니다. 신비스럽고 아름다워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곁에 두고 바라보고 싶은 존재지만 영원히 함께할 수는 없는 사람. 원작의 츠네오나 리메이크 작의 '영석' 모두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그 캐릭터가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전사가 너무나도 평범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조제와 평생을 함께한다는 것이 어떤 무게인지 몰랐기 때문에 단순한 호기심으로 조제에게 다가갈 수 있었지만 조제가 살고 있던 깊은 바닷속에 함께하면서 점차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끼고 다시 수면으로 헤엄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원작의 츠네오와 리메이크 작의 영석은 캐릭터 상으로 그다지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원작 영화 속 조제의 연적인 '카나에''조제의 할머니' 캐릭터는 작은 비중이지만 그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나름대로의 중요한 역할들이 있었습니다. 조제의 할머니는 조제를 '고장 난 것'이라고 부르며 조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조제를 위해 책을 주워주는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캐릭터였고, 조제와 츠네오 사이가 더 이상 깊어지는 것을 염려하여 둘 사이를 갈라놓는 역할도 했지만 할머니의 죽음으로 둘을 다시 연결시켜주기도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캐릭터였죠. 하지만 한국판 리메이크에서는 그런 캐릭터의 특징들이 많이 흐려지고 그저 죽음으로 조제와 영석을 다시 한번 연결시켜주는 기능적인 역할로만 남은 것 같아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원작 속 조제의 연적이었던 카나에 또한 츠네오와 조제 사이에서 묘한 기류를 형성하며 언덕길에서 조제와 서로의 뺨을 내어주는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던 주요한 캐릭터였지만 리메이크 작의 '수경' 역은 그런 요소들이 많이 사라지고 그저 '영석이 조제를 떠나 정착한 여자.'라는 역할로만 남은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제와 보육원을 함께 탈출했던 원작 영화 속 '코지'는 평소에 입에 험한 말을 달고 살며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조제 앞에서는 꼼짝 못 하며 조제와 츠네오를 위해 차를 빌려주기도 하는 귀여운 면이 있는 츤데레 캐릭터였던 반면 한국판 리메이크 속의 '철호' 역할은 다소 무섭다고 느껴질 정도로 차갑고 건조한 캐릭터로 변모하여 그 변화한 모습에 이질감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물론 영화의 분위기 변화와 함께 각색된 캐릭터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원작의 코지를 떠올려보자면 조금 아쉬운 선택이었다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한국판 조제가 많이 차분해진 만큼 다른 캐릭터들 중 하나 정도는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역할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철호의 캐릭터마저 차갑고 건조하게 각색되어 영화의 흐름 자체가 다소 루즈하게 흘러가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하는 감상입니다. 전반적으로 각색된 리메이크 작의 캐릭터들이 원작에 비해 조금 아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위스키라는 소재의 활용

    원작 영화의 조제와 리메이크 작 조제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버려진 술병을 모으며 술을 좋아하는 조제의 캐릭터일 텐데요. 결국 이 설정은 조제가 좋아하는 술을 제조하는 나라인 '스코틀랜드'까지 이어져 조제의 환상 속 영석과 스코틀랜드의 어느 바닷가 벤치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장면으로까지 연결되죠. 물론 이 장면이 깊은 심해 속에 살고 있던 인어와도 같던 조제가 생의 단 한순간이나마 단지 허상일지라도 수면 위로 날아오를 수 있게 도와주었던 영석과의 관계에 대한 효과적인 장면으로서의 표현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기왕에 '술을 좋아하는 조제'라는 설정을 가져왔다면 조제의 과거 에피소드 중에서 술을 통제하지 못하고 삶의 희망을 완전히 잃어버린 조제의 모습을 추가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런 에피소드가 추가되었다면 원작보다 차갑고 딱딱하게 각색된 조제의 캐릭터와도 어울렸을 것 같고 조제의 캐릭터가 보다 입체적인 모습으로 발전하는 데에도, 조제와 영석이 헤어지게 된 드라마틱한 이유를 만드는 데에도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원작의 조제 캐릭터를 너무 크게 훼손한다고 생각해서인지 그런 깊은 어둠 속으로까지는 조제를 빠뜨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충분히 그런 행동을 저지를만한 심리적인 동기들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인데도 말이죠.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조제'는 프랑스의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한 달 후, 일 년 후 (Dans un mois, dans un an, 1957)]라는 소설 속에 나오는 한 등장인물의 이름입니다. 쿠미코는 사강의 소설들을 좋아했고 소설 속 조제와 자신을 동일시해 조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했죠. 그리고 이 소설과 소설 속 조제의 캐릭터는 원작 영화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조제가 영화 속에서 소설 속 조제의 대사를 내레이션으로 인용하는 부분은 조제와 츠네오의 관계가 시작되기도 전에 등장하며 츠네오와 함께한 시간이 영원할 수 없음을 조제가 이미 알고 있다는 암시로 사용되기도 했죠. 이렇게 소설 속의 캐릭터와 대사 등을 통해 영화의 중요한 이야기 전개에 대한 복선을 깔아 놓는 것이 원작 영화 주요 관람 포인트였다면 리메이크 판 [조제]에서는 그런 포인트들을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사강의 또 다른 소설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Aimez-vous Brahms..., 1959)]가 등장했지만 소설의 구절을 인용하는 등 영화의 이야기 속에 활용되는 지점이 없어 그 소설을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어떤 감흥으로도 다가오지 못했습니다. 책을 사랑하고 책 속의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할 만큼 책에 빠져있는 조제인데 그런 캐릭터의 특성을 통해 영화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모습들을 리메이크 작인 [조제]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 같아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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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과 리메이크 속 상징 비교

    원작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상징에 관한 영화였습니다. 조제는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함께 동물원에 가서 '호랑이'를 보고 싶다고 했고, 호랑이는 조제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것으로 그동안 조제가 겪어온 그리고 앞으로 조제가 겪어야 할 세상의 고난을 의미하기도 했죠. '물고기'는 츠네오를 만나기 전, 깊은 심해에 빠져 살았던 쿠미코를 의미했는데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좁고 어두운 집, 답답한 골방에 갇혀 책만 읽었던 쿠미코의 어두운 시절을 상징하는 물고기. 츠네오와의 이별을 예감한 뒤 조제는 "다시 예전처럼 텅 빈 조개껍데기가 되어 바다 밑에서 뒹굴거리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판 리메이크에서도 호랑이와 물고기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전개와 유기적인 관계를 갖지 못하고 등장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조제]에서의 호랑이는 조제가 영석과 함께 하기로 결정한 뒤 조제의 담벼락에 크게 뚫려있던 구멍을 통해 갑작스럽게 등장합니다. 원래 호랑이 색도 아닌 푸르스름한 빛으로, 눈이 쌓인 길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구멍 난 담벼락 옆을 돌아서 한 걸음, 한 걸음, 어두운 골목길로 사라집니다. 원작의 호랑이가 품고 있던 의미처럼 조제가 헤쳐 나가야 할 세상의 고난이 영석과의 관계로 인해 잠시나마 조제의 마음속에서 사라진다는 의미였을까요? 어떤 의미이든지 간에 갑작스러운 이 '냉동 호랑이'의 등장은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너무나도 뜬금없는 장면으로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겨울이라 동물원에 갈 수가 없어서 그런 것인지, 원작 속 중요한 상징들을 꼭 리메이크 속에 넣어야 한다는 계약 조건이 있었던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호랑이를 대체할만한 다른 무언가를 생각해내지 못한 것인지. 개인적으로는 너무나도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물고기가 등장하는 장면 또한 아쉬웠습니다. 원작에서는 태어나서 한 번도 바다를 보지 못한 조제를 위해 함께 바닷가로 놀러 간 츠네오와 조제가 바닷가에 들렀다가 향한 수족관이 문을 닫아 물고기를 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발견한 물고기 모양 간판의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자연스럽게 이별을 예감하는 이야기를 하는 조제의 모습이 유기적으로 이어졌다면 [조제]에서는 그런 빌드 업이 없이 그저 원작에 등장했던 상징이기 때문에 수족관과 물고기가 등장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죠. 기왕에 제목을 [조제]로 바꾸었다면 조제의 이상향을 위해 스코틀랜드를 떠올린 것처럼 호랑이나 물고기도 영화의 전개에 어울리는 다른 상징으로 대체하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 그리고 [조제]에서는 제 기억으로 '깃털'이 두 번 등장하는데요. 저는 조제를 바닷속의 인어, 영석을 하늘 위의 새라고 떠올렸기 때문에 이 깃털이 영석이 조제의 곁에 잠시 머물렀다는 흔적이라고 여겼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OST에 대하여

    원작 영화의 매력을 한층 더 살려주는 요소로 'OST'를 빠뜨릴 수 없는데요, 일본 모던록의 진수를 보여주는 밴드 '쿠루리'의 곡으로 이루어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OST는 리드미컬한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하이웨이'부터 조제와 츠네오의 이별을 암시하는 무거운 경음악 '이별'까지 다채로운 멜로디들이 귀를 즐겁게 해 주며 국내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원작 영화를 제작하기 전, 주변에선 슬픈 영화 분위기와 쿠루리의 밝고 경쾌한 음악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를 보내기도 했지만, '이누도 잇신'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쿠루리의 음악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결국 OST로 결정되었다고 하죠. 주위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영화와 쿠루리의 음악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만의 유니크한 분위기를 형성해 관람 포인트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반면 한국판 [조제]의 OST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며 함께 흘러나오는 '아이유''자장가'를 제외하고는 딱히 귀에 걸리는 곡이 없이 이 부분 또한 아쉬음으로 남았습니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인 예고편
    영화 [조제] 2차 예고편

    원작 영화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일본의 소설가 '다나베 세이코'의 원작 소설을 약 1년 동안 각색하여 오히려 소설이 담아내지 못했던 디테일들을 표현해냈던 수작이었습니다. 물론 한국판 [조제] 또한 조제의 이상향을 스코틀랜드라는 이미지로 장면화 했다는 점과 언제나 츠네오의 옆자리 보조석에 앉아 수동적으로 따라다니기만 하던 원작 영화 속 조제의 모습에서 직접 운전대를 잡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장면 등 괜찮은 발상과 시도가 군데군데 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그 고민의 깊이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본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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