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영화/리뷰

영화 [더 프롬] - 날갯짓만 화려한 공작새

범블러 2022. 7. 12.

영화 [더 프롬 (The Prom, 2020)]은 동명의 원작 뮤지컬을 바탕으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입니다. 배우 '니콜 키드먼''메릴 스트립' 등 할리우드 톱 배우들이 출연하고 유명 하이스쿨 뮤지컬 드라마 시리즈인 [글리 (2009 ~ 2015)]의 각본, 감독, 기획 등을 맡았던 '라이언 머피'가 감독을 맡아 기대를 모았습니다.

 

영화-더-프롬-메인-포스터
영화 [더 프롬] 메인 포스터

목차

    반응형

    명품 뮤지컬 영화의 계보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영화 [라라랜드 (2016)], [위대한 쇼맨 (2017)], [레미제라블 (2012)] 등 탄탄한 서사 속에 녹아드는 배우들의 역동적인 춤과 아름다운 노래들은 뮤지컬 영화만의 고유한 장점으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는데요. 노래의 리듬과 멜로디, 화려한 춤의 움직임과 앙상블 속에는 단순히 말과 글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언어들이 포함되어 관객들에게 보다 감각적이고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명품 뮤지컬 영화의 계보를 잇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 한 편의 영화가 있는데요, 바로 오늘 리뷰해볼 영화 [더 프롬]입니다.

    인디애나주와 동성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지역인 미국의 인디애나 주는 2015년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것을 사실상 허락한 '종교 자유 보호법'을 제정해 미국 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곳이자 영화의 연출을 맡은 라이언 머피 감독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종교 자유 보호법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 심해지자 주정부는 5일 만에 법제를 수정하여 종교 자유 보호법은 개인의 종교적인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법일뿐 동성애자들을 차별하기 위한 법이 아님을 명확하게 명시해놓았다고 하네요

    라이언 머피 (Ryan Murphy)

    영화 [더 프롬]의 연출을 맡은 것은 바로 라이언 머피 감독인데요. 라이언 머피는 [글리], [닙턱 (2003 ~ 2010)], [아메리칸 호러스토리 (2011 ~ )] 등의 TV 시리즈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 연출자이자 제작자입니다. [더 프롬]은 라이언 머피가 넷플릭스와 5년 동안 3억 달러 어치의 작품을 만들기로 계약한 뒤 첫 번째로 내놓은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이미 인기 하이 스쿨 뮤지컬 드라마인 [글리]를 총괄 제작하며 여러 에피소드의 각본과 연출 또한 담당했던 그이기에 영화 [더 프롬]에 더 많은 관심이 모아졌던 것 같습니다.

    특징 있는 캐릭터와 화려한 배우들

    16살에 이미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힌 후 집에서 쫓겨나 홀로서기로 힘든 시간을 겪으며 고등학교 졸업 전에 열리는 졸업 파티 프롬에서 조차 당당하게 자신의 파트너를 밝히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17살 고등학생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에마'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자기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들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로 그려지는데요. 배역을 맡은 '조 엘런 펠먼' 배우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는 아니지만 대학에서 뮤지컬과 연극을 공부한 뒤 조금씩 얼굴을 알려나가는 과정에 있는 배우라고 합니다. 에마의 대사 중 "나는 역사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것."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꿈 많던 시골소녀에서 브로드웨이의 스타로 성공하며 토니상을 두 번이나 받고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혼신을 담아 제작한 뮤지컬이 비평가들에게 혹평을 받는 등 슬럼프를 겪고 있는 배우 '디디'는 처음에 자신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수단으로 에마를 이용하기 위해 인디애나로 향해 마치 무대 위의 공연처럼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에마가 다른 사람들처럼 프롬을 즐겨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전하다가 점차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에마를 돕기 위해 애쓰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로 그려지는데요. 배역을 맡은 배우 '메릴 스트립'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배우로 기성세대들에게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1995)], 젊은 세대들에게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06)] 등의 작품으로 너리 알려진 배우이기도 하죠. 그녀는 이미 자신의 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배우로 인정받았으며, 수많은 상들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뮤지컬 영화인 [맘마미아 시리즈]에서는 '도나' 역할을 맡으며 이미 뛰어난 춤과 노래 실력을 검증받기도 했습니다. 영화 [더 프롬]에서도 일흔이 넘는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놀라은 춤 솜씨와 좌중을 압도하는 존재감으로 관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는데요. 여전히 쟁쟁한 현역으로 활동하는 그녀의 모습이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될 것 같습니다. 자신의 성 정체성 때문에 집에서 쫓겨난 에마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디디만큼 성공한 스타는 아니지만 디디와 단짝을 이루는 브로드웨이의 배우로 등장하는 '베리'는 에마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에마와 가장 잘 소통하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유쾌한 웃음을 잃지 않는 것조차 에마와 흡사한 인물로 그려지는데요. 에마를 돕기 위해 향했던 인디애나에서 오히려 어린 시절 자신을 내쳤던 어머니와 조우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괴롭히던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받는 과정을 겪기도 합니다. 배역을 맡은 배우 '제임스 코든'은 개인적으로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SNS에 떠도는 토크쇼의 조각 영상들로 더 익숙한 인물이었는데요. 그가 맡아서 이끌고 있는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 (2015 ~ )]의 유튜브 채널은 현재 구독자가 2780만 명에 이르며 유명한 코너인 '카풀 노래방 (Carpool Karaoke)''아델' 편은 조회수가 2억 뷰가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하네요. 2020년 1월에는 한국의 'BTS' 또한 제임스 코든의 쇼에 출연하여 제임스 코든이 BTS의 8번째 멤버가 될 뻔한 사건(?) 또한 벌어졌다고 하죠. 쟁쟁한 게스트들과 함께 노래하는 제임스 코든의 가창력 또한 뛰어나 보는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는데요. 그런 실력이 바탕이 되었기에 뮤지컬 영화에도 캐스팅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이지만 무대에 서지 못해 웨이터 일을 하고 있고 무대에 올랐던 수많은 작품들보다는 TV에 출연했던 시트콤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며 '줄리아드'를 졸업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진 채 살아가는 웨이터이자 배우 '트렌트'는 디디와 베리를 돕기 위해 인디애나를 향한 원정에 참여하며 프롬을 열지 못하게 된 이후로 에마를 미워하는 학생들에게 "모든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사랑할 권리."가 있음을 춤과 노래를 통해 설파하며 고등학교의 연극반 선생님으로 채용이 되기도 하는데요, 배역을 맡은 배우 '앤드루 래널스'는 현재 북미에서 가장 뛰어난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스타들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공식적으로 커밍아웃한 게이로 동료 배우인 '턱 왓킨스'와 연인관계라고 하네요. 무대에서 오랜 시간 연기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주연을 맡지 못하고 20년 동안 코러스 역할만을 해온 무명배우로 등장하는 '앤지'는 트렌트와 마찬가지로 디디와 베리를 돕기 위해 에마가 살고 있는 인디애나로 향하며 에마에게 마치 친한 언니나 이모처럼 접근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는 역할로 등장하는데요. 배역을 맡은 배우 '니콜 키드먼'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배우로 최근에는 영화 [아쿠아 맨 (2018)]에서 아쿠아 맨의 친어머니로 등장하기도 했죠. 2001년에 이미 뮤지컬 영화 [물랑 루주 (2001)]로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되며 연기는 물론 노래와 춤 실력까지 인정받았고, 톰 크루즈의 두 번째 부인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반응형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

    영화 [더 프롬]은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인데요. 2016년 초연을 거쳐 2018년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원작 뮤지컬은 이미 73회 토니상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죠. 우리나라 배우 '황주민'이 배우들 중 유일한 동양인 캐스트로 참여하여 국내에선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었는데요. 아직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대형 히트작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을 캐치한 라이언 머피 감독이 브로드웨이 재공연 결정이 나기도 전에 영화화를 결정해 화면을 통해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하네요.

    기억에 남는 넘버들

    뮤지컬 영화인만큼 노래와 춤으로 가득한 이야기 속 화려한 볼거리가 넘쳐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디디와 그 일당이 처음으로 인디애나에 도착해 학부모들과 선생님, 학생들이 모여있는 강당에 난입하여 마치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것처럼 춤과 노래를 부르며 학교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장면에서의 넘버 'It's not about me.'와 베리와 에마가 프롬을 준비하기 위해 쇼핑을 하며 불렀던 넘버 'Tonighit belongs to you.'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아쉬운 스토리와 주제의식

    극장에서 보는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시원하고 신나는 노래와 춤이 이어지지만 다루고 있는 소재나 주제와 영화이 톤 앤 매너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뮤지컬 원작이라는 한계가 있기도 했겠지만 현실세계에서 차별을 겪고 있는 성소수자들에게 과연 이 영화가 얼마나 마음에 와닿았을는지. 주요 인물들 각자의 전사와 영화 속 이야기를 통해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가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오히려 제한된 시간 속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담으려다 보니 정작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에마의 문제들이 너무 가볍게 다루어지고 끝난 것이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특히나 영화 [디 아워스 (2002)]'버지니아 울프''클라리스 본' 역할로 니콜 키드먼과 메릴 스트립을 기억하고 있는 저로서는 이런 캐스팅으로 이런 식의 결과물밖에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큰 아쉬움이 남았죠.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대상을 사랑할 권리가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메시지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마치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듯이 계몽적으로 관객에게 주입시키려는 방식의 전달은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에마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을 지지해주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역경을 딛고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를 오히려 디디와 그 일당이 나타나 너무 화려하고 쉽게 해결해 버리다 보니 에마가 마땅히 겪어야 할 고난과 그 고난을 통해 관객이 에마에게 느꼈어야 할 감정을 빼앗겨버린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차라리 영화에서는 에마의 이야기에 집중하여 에마가 자신 앞에 놓은 상황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영화 [더 프롬] 공식 예고편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가족이나 연인들과 함께 보기에 [더 프롬 (2020)]은 그래도 괜찮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라이언 머피 감독의 다음 넷플릭스 영화가 궁금하기도 하네요.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댓글

    💲 유용한 정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