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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탑건: 매버릭] -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찬가

범블러 2022. 6. 24.

1986년에 개봉했던 영화 [탑건 (1986)]의 후속작이 무려 36년 만에 [탑건: 매버릭 (Top Gun: Maverick, 2021)]이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찾아왔습니다. 주인공인 '톰 크루즈'를 비롯하여 1편의 제작진들과 배우들이 다시 힘을 합쳐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과연 그 결과물은 어떤 모습일지 함께 살펴보실까요?

 

영화 탑건 메버릭 메인 포스터
영화 [탑건: 메버릭] 메인 포스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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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이 있었던 제작 배경

    사실 영화 [탑건]의 후속작이 처음 제작 계획되었던 것은 2010년 즈음이었다고 합니다. 주인공이었던 '톰 크루즈'를 비롯,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와 1편의 감독을 맡았던 '토니 스콧' 등 1편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다시 한번 뭉쳐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2012년, 1편의 감독이었던 토니 스콧이 갑작스럽게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영화 제작이 잠시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조셉 코신스키'가 다시 감독직을 맡게 되고 1편의 명성과 감동을 발전시켜 관객들에게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영화를 완성시키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에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토니 스콧에 대한 추모가 자막으로 담겨있다고 하네요.

    컴퓨터 그래픽을 뛰어넘는 아날로그 액션

    영화의 중요한 장면으로 등장하는 전투기 교전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주인공인 톰 크루즈를 비롯한 비행 팀 전원이 실제 전투기에 탑승하는 비행훈련을 거쳤다고 합니다. 체계화된 훈련을 위해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와 톰 크루즈가 직접 미국 태평양 함대를 찾아서 협약을 맺고 훈련을 진행했다고 하죠. 1편인 영화 [탑건]을 통해 미국 내에서 전투기 조종사에 대한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꾸며 당시 미 해군 지원자를 엄청나게 늘어나게 만들었던 공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하네요. 이런 성실하고 진정성 있는 접근과 준비를 통해 컴퓨터 그래픽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진짜 비행 장면들이 영화에 담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스펙터클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드라마

    거대한 규모와 화려한 볼거리만으로 영화가 완성될 수는 없겠죠. 영화 [탑건: 매버릭]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화려한 스펙터클 속에 관객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드라마를 자연스럽게 녹여냄으로써 제대로 된 한 편의 영화로서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주인공인 '매버릭 - 피트 미첼 (톰 크루즈扮)'과 관계를 맺고 있는 3명의 인물들을 통해 영화의 큰 줄기가 되는 플롯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첫 번째 인물은 바로 매버릭과 연인 관계를 형성하는 '페니 벤자민 (제니퍼 코넬리扮)'이라는 캐릭터입니다. 사실 이 인물은 1편에서 화면으로는 등장하지 않았던 캐릭터죠. 전편의 매버릭은 '샬럿 찰리 블랙우드 (켈리 맥길리스扮)'라는 항공 물리학 전문가와 사랑에 빠졌었습니다. 페니는 1편에서 '매버릭이 찰리 전에 사귀었던 제독의 딸'이라는 설정으로 영화 속 대사에 잠깐 등장하는 인물이었습니다. 1편의 대사 속에서 잠시 등장했던 캐릭터가 36년이 흘러 매버릭과 다시 연인 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을 과연 1편의 시나리오 작가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아무튼 긴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의 첫 만남에서 페니는 매버릭에게 이야기합니다. 두 사람의 이전 관계들이 언제나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으므로 이번에는 애초에 관계를 시작하지 말자고요. 그러나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끌리는 두 사람은 결국 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되죠. 두 번째 인물은 1편에서 매버릭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콜 사인 '아이스 맨 - 토니 카잔스키 (발 킬머扮)'입니다. 두 사람은 1편에서 서로의 좋은 경쟁상대였지만 36년이 흐른 지금, 아이스 맨은 진급을 거듭하여 4성 제독 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반면, 매버릭은 여전히 대령 계급에 머무르며 현역 전투기 조종사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나이도 많은 데다 명령도 제대로 따르지 않는 매버릭을 제대시키고 싶어 하는 매버릭의 상관들로 하여금 매버릭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아이스 맨이죠. 그만큼 아이스 맨의 인망이 높고 매버릭과의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영화는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이스 맨 역의 발 킬머는 [탑건: 매버릭]의 제작 계획이 발표된 이후 영화에 함께할 것이 기정사실화 되어 많은 사람들이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후두암을 앓고 있어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죠. 이런 그의 상태가 영화 속에 그대로 표현됩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재회하게 된 매버릭과 아이스 맨. 하지만 아이스 맨은 매버릭에게 육성으로 이야기를 전하지 못하고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통해 타자를 쳐서 매버릭과 소통합니다. 그리고 조금 뒤에 아주 힘겹게 자아내는 목소리로 매버릭과 소통하며 "우리 둘 중 더 뛰어난 파일럿은 누구지?"라는 농담을 던지죠. 아마도 1편을 관람했던 관객이라면 가슴이 뭉클해질 만한 장면이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서 아이스 맨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지만 아이스 맨과 매버릭의 관계를 통해 영화의 서사가 풍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어쩌면 이 영화에서 매버릭과 가장 중요한 관계를 형성하는 인물은 바로 콜 사인 '루스터 - 브래들리 브래드쇼 (마일즈 텔러扮)'라는 캐릭터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주 복잡한 일들이 얽혀 있었죠. 매버릭은 루스터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였던 루스터의 아버지 '구스 - 닉 브래드쇼 (앤서니 에드워즈扮)'가 자신과 함께하는 비행 훈련 도중 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면 루스터는 매버릭을 마음속으로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구스의 아내인 '캐럴 브레드쇼 (맥 라이언扮)'의 부탁으로 매버릭이 루스터의 해군사관학교 지원서를 4년 동안이나 반려했기 때문이었죠. 두 사람의 관계는 교관과 학생 / 파일럿 동료 / 흡사 아버지와 아들로서의 모습들을 모두 아우르는 복합적인 스펙트럼을 형성합니다. 바라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두 사람의 입장에서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게 하며, 가슴 아파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서있게 하죠. 영화의 후반부, 임무 도중 서로의 목숨을 구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오랫동안 해묵은 감정으로 서로에게 떳떳하지 못했던 두 사람의 관계가 해소됩니다. 이를 지켜보던 관객들은 화려한 전투기 장면과는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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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찬가

    전투기 조종사들은 어쩌면 이제 곧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직업입니다. 사람이 직접 전투기를 조종하는 것보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무인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이 비용적으로나 효율적으로나 더 뛰어나기 때문이죠. 영화 속에서 자신에게 전투기 조종사들은 곧 모두 무인 전투기로 대체될 것이라는 제독의 말에 매버릭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어쩌면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죠.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물건을 판매하거나 집안을 청소하는 등의 작고 단순한 일에서부터 자동차나 전투기 등을 조종하는 거대하고 복잡해 보이는 일들에 이르기까지. 이미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발달은 우리에게 미래 사회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역할 자체가 축소되는 듯한 위기감을 느끼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 [탑건: 매버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떤 전투기인지 보다는 그 속에 타고 있는 파일럿이 누구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대사 등을 앞세우며 새로운 기술에 대체되어 버릴지도 모르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먼 미래에 바라보면 이런 메시지가 허공에 흩어지는 메아리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렇게 흩어지는 소리라도 붙잡아 위안받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과거에 대한 향수와 인간에 대한 낭만을 동시에 담은 영화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보내는 찬가가 서글프기도 하고 또 아름답기도 합니다.

     

    영화 [탑건: 매버릭] 메인 예고편

    오늘은 이렇게 영화 [탑건: 매버릭]에 대한 리뷰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화려한 스펙터클과 가슴 뭉클해지는 감정들을 피어오르게 하는 드라마, 과거의 향수와 인간에 대한 낭만을 품고 있는 이 영화. 한 번쯤 관람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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