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영화/리뷰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 예뻐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

범블러 2022. 6. 23.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Beauty Water, 2020)]'오성대' 작가의 네이버 웹툰 [기기괴괴 (2013 ~ 2022)] 시리즈의 '성형수' 편을 원작으로 한 한국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화장품처럼 얼굴이나 몸에 바르기만 하면 마치 성형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는 물'이라는 소재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페이스 오프 메인 포스터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페이스 오프 메인 포스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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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뻐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뿐만 아닌 모든 생물의 본성일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외모, 특히 여성의 외적인 아름다움은 마치 어떤 재능이나 능력처럼 평가되어 남들보다 뛰어난 외모로 인한 특권을 얻기도 하죠. 이런 사회적인 풍토에 힘입어 성형수술은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고 비슷비슷한 얼굴의 '강남 미인'이라는 단어를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예뻐지기 위해서라면, 과연 인간은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을까요? 아름다움에 대한 끝을 알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한 편의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오늘 리뷰할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입니다.

    캐릭터를 살아있게 하는 성우들

    어린 시절에는 발레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외모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발레를 그만두고 지금은 연예인의 스타일을 담당하는 스타일리스트 일을 하고 있는 못생기고 뚱뚱한 외모의 주인공, '예지'. 예지는 성형수를 통해 완전하게 새로운 외모를 얻기 위해 부모 앞에서 자살 협박을 하며 돈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를 얻게 된 후에도 옷을 사야 한다며 다시 돈을 요구하는 등,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예지의 목소리는 '문남숙' 성우가 맡아 연기했습니다. 주로 맡는 배역은 소심하거나 밝고 씩씩한 '소녀' 계열이지만 소년 역과 성인 여성 역에서도 폭넓고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성우라고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배역으로는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1970 ~ 1996)]의 주인공인 '도라에몽'과 한국 애니메이션인 [꼬마버스 타요 (2008 ~ )]'타요' 등이 있다고 하네요. 예지가 스타일을 담당하는 연예인으로 등장하는 '미리' 캐릭터는 처음부터 까다롭고 괴팍한 모습을 보여주며 예지에게는 못생긴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라고 하는 등 모욕감을 주는 심술궂은 인물로 그려집니다. 영화의 중후반부에서는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져 SNS에만 셀카를 올리는 등 영화의 미스터리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죠. 미리 목소리를 연기한 '김보영' 성우는 음색이 다소 허스키하고 성숙해서 엄마나 성인 여성 연기에 강점을 보이는 성우라고 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1994 ~ )]이나 유명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 (2009 ~ )] 등에서 역할을 맡아 목소리 연기를 했다고 하네요. 미리와 같은 소속사인 '광 액터스'의 신입 배우 역할로 등장하는 '지훈' 캐릭터는 아이비리그 출신의 엘리트로 영화에 처음 등장합니다. 지훈은 뚱뚱하고 못생긴 예지를 보고 싫어하기는커녕 "눈이 예쁘다."는 칭찬을 하는 미스터리한 인물이죠. 영화의 후반부에는 그 정체가 밝혀지며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지훈의 목소리를 연기한 '장민혁' 성우는 쿨한 성격의 탐정 캐릭터나 지략형 캐릭터를 자주 맡는 편이지만 의외로 지질한 개그 캐릭터도 그럴듯하게 소화해 내는 다재다능한 성우라고 하네요. 가장 대표적인 배역으로는 영국 드라마 [셜록 (2010 ~ 2017)]'셜록 홈스' 역할과 영화 [오만과 편견 (2005)]'콜린스' 역할 등이 있다고 합니다.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제작 배경

    사실 국내 애니메이션은 내수 시장이 작고 그 타겟층이 대부분 영유아에 맞춰져 있어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아 제작이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기괴괴 성형수]의 제작사가 2014년 영화를 위한 기획을 시작할 때 중국에서 불법 번역된 한국 웹툰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모바일 만화 시장을 분석한 결과 중국의 모바일 만화 시장은 '섹시/코미디 연애 장르''공포/미스터리 장르'가 강세를 보인다는 것을 파악하게 되었죠. 제작사는 두 장르 사이에서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공포/미스터리 장르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다수의 시장이 존재한다는 점과 문화적, 감성적 차이를 비교적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고려해 이 장르의 제작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기괴괴] 웹툰의 '성형수' 편은 2015년 2월부터 4월까지 한국에서 연재되었고 같은 해 7월 초 중국에서 불법 번역되었습니다. 중국 내 원작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제작사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판권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일본의 유명 드라마 시리즈인 [기묘한 이야기 (1990 ~ )]나 미국의 [환상특급 (1959 ~ )] 등을 롤모델로 하여 TV시리즈와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동시에 제작하는 1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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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각본가가 참여한 각색

    [기기괴괴 성형수]의 시나리오를 맡은 '이한빈' 작가는 2014년 문화관광부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영화 시나리오 작가입니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스토리 작가들은 유아용 작품들에 집중되어 있고, 영화 길이의 드라마 작업에 익숙하지 않아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작품에 필수적이었죠. 원작의 독창적인 소재와 큰 틀의 플롯을 유지한 채로 원작에서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았던 인물들의 감정과 심리 등을 묘사해주며 관객들이 보다 풍성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스토리의 각색이 비교적 잘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원작에서는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게 묘사되었던 성형수가 소문으로만 존재할 뿐 쉽게 구할 수 없으며 엄청난 고가라는 설정 수정이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발레리나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못생긴 얼굴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예지의 과거를 만들어 준 것 또한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람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작 예지 자신은 예쁜 외모를 가지지 못한 아이러니 또한 좋았습니다. 그리고 서브플롯으로 계속해서 실종되는 20대 여성들과 그 이유에 대한 충격적인 결말 또한 원작의 내용을 바탕으로 비교적 규모 있게 서사를 확정시킨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반전이 이어지는 악역 지훈의 미스터리한 정체 또한 짜임새 있는 각색이라고 느꼈습니다.

    2% 아쉬운 캐릭터 설정들

    전반적으로는 괜찮은 각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캐릭터들의 과거 설정과 심리적인 동기에 의한 개연성 부분에서 약간의 오류나 부족한 점들이 느껴졌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예지의 경우 촉망받는 발레 유망주였다가 외모로 인한 콤플렉스로 인해 발레를 그만두게 된 과거가 있는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예지의 가정형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성형수를 얻기 위한 2억 원을 어렵지 않게 마련하는 등 그렇게 궁핍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외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딸을 위해 진즉에 성형수술 같은 것을 권하지 않았는지 의문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예지가 부모님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뭔가 어린 시절부터 가정불화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영화 중간에 환상이지만 예지가 보았던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은 발레에서 2등을 해도 상관없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부모님의 모습이 묘사됩니다. 때문에 예지가 부모님에게 보여주는 행동과 외모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진 모습이 조금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악역인 지훈의 경우에도 원래 여자였던 성 정체성을 남자로 바꾼 이유가 '너무 아름다운 여자들이 많아서 가장 아름다워지는 것을 포기하자. 차라리 남자가 되어 그 아름다움 들을 수집하자.'는 생각 때문이라고 영화 속에서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여자들이 너무 많으니 그 아름다운 여자들을 모두 죽여 자신이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되겠다.'는 것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는 심리적 동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원작의 남자라는 설정을 유지한 채로 새로운 서브플롯인 실종되는 젊은 여자들에 대한 서사의 개연성을 부여하려고 하다 보니 다소 자연스럽지 못한 캐릭터의 심리적인 동기 설정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에 지훈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과거 설정도 이루어지지 못했고요.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메인 예고편

    조금의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는 원작의 개성을 잘 유지한 채 웹툰이 아닌 영화가 줄 수 있는 매력들을 더하여 관객들에게 어필할만한 재미있는 공포/미스터리 작품이라는 의견입니다. 영화를 본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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