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영화/리뷰

영화 [콜럼버스] - 익숙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

범블러 2022. 8. 2.

영화 [콜럼버스 (Columbus, 2017)]는 미국에서 2017년 8월 4일, 한국에서는 2018년 4월 19일에 개봉한 미국 영화입니다. 영화 [애프터 양 (2021)]을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감독 '코고나다'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영화-콜럼버스-메인-포스터
영화 [콜럼버스] 메인 포스터

목차

    반응형

    모더니즘 건축의 메카, 콜럼버스

    여러분은 혹시 어떤 공간에서 위로를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마음이 답답하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어느 때고 찾아가 마음의 평안을 찾고 나를 둘러싼 어둠을 잠시나마 걷어낼 수 있는 그런 장소. '콜럼버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바솔로뮤군에 위치한 작은 도시입니다. 이 도시는 '미국 모더니즘 건축의 메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 건축가들의 모더니즘 건축물들이 가득한 곳인데요. 모더니즘이란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미국 대중문화의 발전 등으로 인해 발생한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도시 문명이 가져온 인간성 상실에 대한 문제의식 등에 기반을 둔 문예사조'로 건축에서는 과거의 장식적이고 형식 위주였던 유럽 건축의 전통을 끊고 무장식과 순수한 외관 등을 지향하는 건축 스타일로 발현되었죠. 이렇게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만들어진 건물들로 가득한 공간적인 배경을 가지고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담아낸 한 편의 영화가 있는데요.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콜럼버스]입니다.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공간

    영화에서 공간이 차지하는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인물의 배경이 되어 극의 분위기를 조성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공간에 대한 연출을 통해 인물의 심리상태를 표현하기도 하죠. 영화 [콜럼버스]의 공간들은 그런 영화 속 일반적인 공간의 역할을 뛰어넘어 마치 공간 자체가 또 다른 하나의 등장인물이 되어 영화에 등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요. 특히나 주인공인 '케이시 (헤일리 루 리처드슨扮)'라는 인물을 통해 그런 영화의 특성이 극대화되었습니다. 영화 속에는 케이시가 정면 미디엄숏으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장면들이 더러 등장하는데요. 그 장면 속에서 케이시의 얼굴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오고 갑니다. 때로는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감동한 듯 눈물을 흘리기도 하죠. 케이시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건물'들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콜럼버스의 모더니즘 건물들을 바라보며 마치 영화나 회화 등의 예술작품들을 감상하 듯 자신의 마음속에 차오르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는 것인데요. 콜럼버스의 모더니즘 건물들은 케이시에게 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자신의 마음을 기대어 쉴 수 있는 대상으로 묘사되며 자신이 좋아하는 순서대로 건물들의 번호를 정하기도 합니다. 영화 [콜럼버스]의 공간과 비슷한 느낌의 공간들은 아니지만 영화사에서 '독일 표현주의'의 대표적인 영화로 등장하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1920)]도 영화의 공간 자체가 영화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영화의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하고 있어 비슷한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대칭과 비대칭, 그 속의 균형

    건축가 '엘리엘 사리넨'이 설계한 건축물들에 대해 케이시는 "사리넨의 디자인에는 비대칭 속에 균형이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사리넨의 건축물들처럼 영화 [콜럼버스]의 이야기 또한 비대칭 속에 균형이 있는 듯한 모습으로 전개되는데요. 마약중독에 빠졌던 엄마를 혼자 두는 것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미래와 꿈을 위해 콜럼버스를 떠나는 것을 망설이는 케이시와 지병으로 인해 의식 불명에 빠진 아버지를 위해 서울에서 콜럼버스로 날아오기는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진 (존 조扮)'. 두 캐릭터는 서로 완벽하게 대칭되는 모습은 아니지만 오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마치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건물들과 비슷한 형태로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죠. '데보라 버크'가 설계한 미국 초기의 근대 은행 건물 앞에서 케이시는 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좋아하는 건물들의 어떤 요소들로 인해 자신의 감정이 움직이게 되었는지 그 본질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진은 케이시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가 어떠한 마음으로 건축을 대했는지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케이시는 진의 도움으로 자신의 꿈을 위한 결정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진은 케이시와의 시간을 통해 아버지와의 관계를 한 걸음 좁힐 수 있게 되었죠.

    반응형

    익숙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

    진과 케이시의 대화 속에서 진은 콜럼버스가 건축의 메카라고 불리는 곳이니 이곳에 사는 주민들도 건축에 열광하겠노라고 케이시에게 질문합니다. 막상 건축의 메카라고 불리는 곳에 사는 주민들 대부분은 건축에 대해 아는 것도 거의 없고 조금 안다고 하더라도 별로 관심이 없다고 케이시는 대답하죠. 콜럼버스에 세워진 대부분의 건물들이 모더니즘 건축가들을 대표하는 유명한 건물들이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콜럼버스의 주민들에게 건물이란 그저 생존과 생활의 공간일 뿐 특별한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진은 "익숙한 것들에는 더 이상 의미를 두지 않게 된다."라고 말하기도 하죠. 케이시 또한 다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건축물 같은 것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가 콜럼버스의 건축물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머니가 마약과 남자 문제 등으로 인해 집에 들어오지 않을 때부터였는데요. 그녀는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생각으로 그런 건물들을 만들었는지 알지는 못했지만 그저 그 건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이유로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시간을 한 건물을 바라보는데 흘려보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건물을 누가 만들었는지 알게 된 후 연쇄적으로 콜럼버스라는 도시에 마치 모더니즘 건물 박물관처럼 펼쳐져있는 건물들을 누가 지었으며 어떤 의도로 그런 건물들을 만들었는지 찾아서 읽어 내려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건축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고 말하죠. 그런 과정들을 통해 평생을 살아온 콜럼버스라는 곳이 갑자기 달라져 보이며 자신이 완전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케이시의 이런 이야기는 엄마에 대한 그녀의 태도와 그 맥이 닿아있다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녀에게는 하나의 세상이자 당연하게 옆에 존재해야 했던 엄마의 존재가 한순간 흔들리며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그녀에게 엄마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마치 매일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치던 건물에서 어느 순간 편안함을 발견했던 것처럼 어머니는 더 이상 매일 자신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존재가 아닌 자신이 보호하고 자신이 지켜야만 하는 존재로 여겨지게 되었던 것이죠. 어머니에 대한 케이시의 집착은 얼핏 느끼기에 굉장히 한국적인 정서의 어머니와 딸 같은 모습으로 보이기도 해서 미국의 일반 대중들도 이런 어머니와 케이시의 관계에 충분히 공감을 하는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익숙함에 빠져 소중함을 잃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흔한 일이고 가족과의 관계에서 그런 일들이 특히 많이 벌어지게 되는데요. 케이시와 그녀의 어머니, 진과 그의 아버지가 서로의 관계 속에서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되는 시간이 케이시가 건축물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는 것과 함께 영화 속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콜럼버스] 공식 예고편

    영화 [콜럼버스]는 저에게 아름다운 건축물들의 모습으로 인상적인 화면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이고 잔잔한 드라마가 오묘하게 어우러지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감독 코고나다의 또 다른 영화가 궁금하다면?

     

    영화 [애프터 양] - 기억과 추억 사이에 머물다

    영화 [애프터 양 (AFTER YANG, 2021)]은 한국에서 2022년 6월 1일에 개봉한 미국 영화입니다. '코고나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연출, 각본, 편집을 맡았습니다. 영화 [미나

    filmbumbler.tistory.com

    댓글

    💲 유용한 정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