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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프터 양] - 기억과 추억 사이에 머물다

범블러 2022. 7. 26.

영화 [애프터 양 (AFTER YANG, 2021)]은 한국에서 2022년 6월 1일에 개봉한 미국 영화입니다. '코고나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연출, 각본, 편집을 맡았습니다. 영화 [미나리 (2020)]의 제작을 맡았던 미국의 제작사 'A24'가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영화-애프터-양-메인-포스터
영화 [에프터 양] 메인 포스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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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과 추억에 대하여

    여러분은 혹시 기억과 추억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기억은 추억에 비해 이성적인 것으로, 개인적인 감정이나 의견이 포함되지 않은 과거의 사실을 이야기하고 추억은 보다 개인적인 감정과 의견이 포함된 것으로, 사실에 비해 미화되거나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과거의 일들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인간이 어떤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자체가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행위가 아닐까요? 만약에 우리가 인간이 창조한 안드로이드의 기억을 들여다보며 그가 소중하게 여겼던 순간들을 확인하게 된다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 [애프터 양]입니다.

    아날로그적인 분위기

    배경이 근미래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의 공간과 조명, 인물들의 의상 등을 살펴보면 매우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데요. 이와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로 [이터널 선샤인 (2004)]이라든가 [그녀 (2013)]와 같은 작품들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또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미래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카세트테이프'를 활용하는 등 아날로그 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죠. 영화 [그녀] 또한 주인공과 '인공지능'이 사랑에 빠지는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주인공의 직업은 '낭만적인 편지를 대필해 주는 작가'로 설정해 놓는 등 미래적인 상상력과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애프터 양]에서는 공간과 조명, 의상 외에도 주요 인물들 중 한 명인 '제이크 (콜린 패럴扮)'의 직업이 '차 (茶)'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 그리고 제이크와 '카이라 (조디 터너 스미스扮)'가 각각 다른 공간과 시간에서 과거에 양과 나누었던 대화의 내용 등을 통해 아날로그적인 감성들을 배가시키는데요. 이러한 영화의 내용에 맞게 영화의 촬영 기법 또한 인물을 보다 넓게 포착하는 '미디엄숏'과 공간 및 배경의 모습을 광범위하게 보여주는 '롱숏' 등을 주로 사용하며 내용과 형식이 서로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기억과 로봇의 기억

    영화 속에서는 인간의 기억과 로봇의 기억이 서로 약간의 균열을 일으키며 마치 옛날 브라운관 TV의 지지직거리는 화면처럼 서로 충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감독인 코고나다는 평소에도 종종 이런 생각을 해왔다고 합니다. '영상기기가 발달해 스마트 폰으로도 자신의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담을 수 있지만, 그것을 '기록'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머리로 '기억'하기만 한다면, 그 기억에 자신의 감정이 덧붙어 더 행복한 모습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죠. 확실히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어떤 순간을 기록한다면 그것은 그 순간에 대한 정확한 포착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순간을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기록하려는 행위 자체가 그 순간의 분위기나 감정 등을 그 안에 담아두려는 노력이 아닐까요? 한 치의 오차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하는 로봇의 기억과 그 순간의 감정이나 분위기에 의해 미화되거나 왜곡될 수 있는 인간의 기억. 그 둘의 충돌을 보여주는 장면은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기억이 충돌한다.'는 발상 자체는 저에게 [엘리펀트 (2003)]라는 영화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는데요. 영화 [엘리펀트]는 1999년 발생했던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에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영화로, 영화 [애프터 양]이 '가족이 함께 사진을 찍는 순간', '제이크와 '양 (저스틴 H. 민扮)'이 차 (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카이라와 양이 나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등에 대한 서로의 기억의 차이를 장면으로 구현한다면 영화 [엘리펀트]는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까지 벌어지는 일상의 흐름을 각기 다른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보여 줌으로써 하나의 사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이런 영화가 감독에게 영감을 준 것은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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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아쉬움

    영화 [애프터 양]에 대한 평단과 관객들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인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긍정적인 시선으로 이 영화를 바라보기는 했지만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데요. 가장 결정적으로는 주인공인 '양'이 가족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는지 영화의 장면으로 제대로 표현되는 지점이 없었기 때문에 양을 잃는다는 것이 가족에게 어떤 의미인지 완전하게 공감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물론 양과 제이크의 대화 장면, 양과 카이라와의 대화 장면 등으로 인해 그들의 관계가 설명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대화들은 가족과 양의 관계 형성이 이미 이루어진 후에 벌어진 모습입니다. 애초에 양을 처음으로 가게에서 사 오는 결정을 하게 되었을 때 가족들은 어떤 상태였던 것인지. 양을 데려온 이후에 가족과 양은 서로 어떤 교감을 이루어 왔던 것인지. 영화 속 장면으로서의 표현이 아닌 짧은 대사로 이런 부분들을 처리하고 넘어가다 보니, 가족이 양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들을 완전하게 공감하고 몰입하여 바라볼 수 없어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영화 [애프터 양] 메인 예고편

    영원히 그리워할 만한 존재가 있다는 것은 아름답고도 쓸쓸한 일일 것입니다. 영화 [애프터 양]은 제 인생에서도 그럴만한 존재가 있었는지 곱씹어 보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감독 코고나다의 장편 데뷔작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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