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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마겟돈 타임] - 의미는 있지만 재미는 없다

범블러 2022. 11. 29.

영화 [아마겟돈 타임 (Amageddon Time, 2022)]은 2022년 11월 23일 한국 개봉한 미국의 영화입니다. 앤 해서웨이, 제레미 스트롱, 앤소니 홉킨스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할리우드의 배우들이 출연했습니다. 영화의 개봉 이후 북미에서는 비평가들로부터 대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영화 아마겟돈 타임 메인 포스터
영화 [아마겟돈 타임] 메인 포스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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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마겟돈 타임] 줄거리

    1980년, 뉴욕 퀸즈에서 6학년 첫날, 유태계 미국인 '폴 그라프 (마이클 뱅크스 레페타扮)''조니 (제일린 웹扮)'라는 반항적인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친구가 됩니다. 조니는 1년을 유급해 폴보다 1살이 많은 형이었죠. 폴은 종종 수업시간에 배우는 내용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그림을 그립니다. 그의 예술가적인 기질을 지지해 주는 것은 외할아버지 '애런 라비노위츠 (앤소니 홉킨스扮)'와 친구인 조니뿐이죠. 엄격한 그의 부모인 '에스더 그라프 (앤 해서웨이扮)''어빙 그라프 (제레미 스트롱扮)'는 예술가라는 폴의 꿈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어느 날, 폴과 조니는 화장실에서 불법 약물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대마초를 피우다가 적발됩니다. 결국 그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기를 바라는 그의 부모와 조부모에 의해 폴은 형 '테드 그라프 (라이언 셀扮)'가 공부하고 있는 사립학교로 보내집니다. 폴이 전학 간 사립학교는 당시 임박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로날드 레이건'을 지지하는 유명한 사업가 '프레드 트럼프 (존 딜扮)'가 재정적인 지원을 맡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전학 첫날, 학교의 유명한 졸업생 중 한 명인 '메리앤 트럼프 (제시카 차스테인扮)'가 학생들에게 성공을 위한 노력에 대해 연설합니다. 학교에서 퇴학당한 조니는 폴 집의 클럽 하우스에서 비밀리에 살기 시작합니다. 할머니와 함께 살던 원래 집에는 위탁 시스템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어느 주말에 폴은 가족과 함께 공원으로 나들이를 갑니다. 폴은 아론에게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이 인종 차별하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 그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론은 반유대주의가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지속되고 있지만, 아론과 그의 가족은 여전히 백인이라는 특권을 가지고 있음을 폴에게 상기시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론은 골육종으로 사망하고 가족들은 깊은 슬픔에 빠집니다. 조니에 대한 사람들의 부당한 대우뿐만 아니라 가족과 학교의 높은 기대를 받으며 사는 것에 지친 폴은 조니에게 학교에서 컴퓨터를 훔쳐서 돈을 받고 팔자고 설득합니다. 폴과 조니는 성공적으로 컴퓨터를 훔쳤지만 컴퓨터를 전당포에 팔려고 시도하면서 둘은 경찰에 체포됩니다. 경찰에게 심문을 받는 동안, 폴은 조니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것이 자신의 생각이었다고 자백합니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조니는 폴 대신에 모든 것을 뒤집어쓰려고 합니다. 폴의 아버지인 어빙은 경찰서에서 우연히 그의 친구 경찰을 만나고 그 경찰이 폴을 집으로 돌려보내 줍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빙은 미국의 인종 불평등에 대한 폴의 좌절감에 공감하지만,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들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폴에게 말합니다. 두 사람은 에스더가 아직도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에스더에게는 말하지 않기로 합의합니다. 결국 레이건이 미국의 대통령에 당선되고 그라프 가족은 실망합니다. 성장의 과정에서 수많은 부조리와 상실을 경험하는 폴. 과연 폴은 그 부조리와 상실 속에서 나름대로의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1980년대 미국

    1980년대는 세계적으로 핵전쟁의 위협 아래 있었던 시기입니다. 당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핵전쟁과 관련해 요한계시록에서 지구의 종말을 위협하는 대전쟁으로 언급되는 '아마겟돈'이라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아마겟돈 타임'은 당시 미국을 짓누르던 불안과 위협의 시간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부모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옮겨야만 했던 주인공 폴의 시간을 상징하기도 하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민간인들의 경제 투자를 자극하기 위해 소득 상위 계층의 세금을 감면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증가한 사회 빈곤층들을 위한 복지와 사회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지출은 삭감하는 정책을 펴기도 했죠. 이는 당시 '선벨트 (텍사스와 테네시, 앨라배마,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주(州)로 이어지는 미국 남동부의 신흥 산업지대)'의 중산층에게는 희소식이었지만 영화 속 조니와 같은 흑인들에게는 나쁜 소식이었을 것입니다. 영화 속, 폴의 어린 시절이 아마겟돈 타임이 될 수밖에 없었던 밑바탕에는 당시 미국의 시대적인 배경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

    영화 [아마겟돈 타임 (2022)]은 감독 '제임스 그레이'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감독의 어린 시절 경험들을 재구성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최대한 상상력을 사용하지 않고 감독의 기억에 의존한 서사라고 전해집니다. 그라프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의 외관은 감독이 어린 시절 살았던 집과 불과 27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집의 내부는 뉴저지에 있는 한 연립주택을 개조해 감독의 어린 시절 집과 거의 동일하게 복원했죠.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집 안의 크고 작은 소품들의 위치까지 아주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었으며, 그 기억에 따라 어린 시절 자신의 집을 완전하게 되살려주기를 스태프들에게 부탁했다고 합니다.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영화의 공간뿐만 아니라 촬영, 의상 등에도 각별한 공을 들이며 1980년 뉴욕 퀸즈의 시공간을 스크린에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임스 그레이가 이렇게까지 섬세하게 영화의 톤 앤 매너에 신경을 쓴 이유는 아마도 자신의 이야기를 최대한 감상에 빠지지 않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유대인으로서 나치에게 가혹한 차별을 받았지만 미국 사회에서는 오히려 백인으로서 특권을 누리고 있는 그라프 가족. 로널드 레이건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지만 자신의 아이들을 레이건 지지 세력들이 다니는 학교에 보내는 그라프 가족의 아이러니한 모습들.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백인으로서 자신이 의식하지도 못한 채 누렸던 특권들을 영화 속에 묘사하며 자기반성과 양심 고백의 형태를 띤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는 창작자로서 굉장히 용기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치부를 사람들 앞에 드러내고  그 시절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용기를 통해 예술가는 인생에서 한 걸음 성장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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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미는 있지만 재미는 없다

    1980년대 미국의 시대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행동하지 못했던 감독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것은 꽤나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상상력을 배제하고 기억에 의존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관객들의 관심이나 공감을 살 수 있는 방법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마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관람하며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살짝 눈이 감기기도 했습니다. 감독이 만들고 싶었던 것이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였다면 적어도 당시에 자신이 품고 있던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추가하여 관람하는 관객들을 움직이려는 시도가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 일기장의 주인과 들여다보는 사람이 밀접한 관계에 있을 때 더 큰 의미를 가지겠죠. 일기장의 주인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에게 일기장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일기장에 적혀있는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전달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영화 [아마겟돈 타임]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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