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영화/리뷰

영화 [블론드] -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이야기의 무게에 대하여

범블러 2022. 11. 12.

영화 [블론드 (Blonde, 2022)]는 2022년 9월 2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미국의 영화입니다.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으며 20세기 대중문화 아이콘인 '마릴린 먼로'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블론드 공식 포스터
영화 [블론드] 공식 포스터

목차

    반응형

    영화 [블론드] 줄거리

    어린 시절, '노마 진 (릴리 피셔扮)'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어머니 '글래디스 펄 먼로 (줄리앤 니콜슨扮)'의 손에 자랍니다. 노마 진은 아버지를 알지 못하는 사생아였습니다. 어머니인 글래디스는 애인이었던 노마 진의 아버지가 자신을 떠난 것이 노마 진의 탓이라고 생각했죠. 불안정한 정신상태 속에 글래디스는 노마 진을 죽이려고 시도합니다. 가까스로 엄마에게서 도망친 노마 진은 이웃에 살던 플린 부부와 함께 살게 됩니다. 하지만 노마 진을 부양할 형편이 되지 못했던 플린 부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노마 진을 고아원에 맡깁니다. 1940년대에 들어서며 노마 진은 잡지 표지와 달력 등에서 '마릴린 먼로'라는 예명을 사용해 핀업 모델로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자연스럽게 배우가 되기 위한 절차를 밟던 도중 마릴린은 오디션 기회를 얻는 대가로 영화사 사장 '미스터 Z (데이비드 워쇼프스키扮)'에게 성폭행을 당합니다. 끊임없이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린 끝에 마릴린은 조금씩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얼굴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속 아버지의 빈자리와 모계로부터 유전되어 오는 정신병력으로 인한 불안감이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히죠. 마릴린은 연기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다양한 배역에 도전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에게 백치미를 가진 금발 미녀로서의 전형적인 이미지만을 바라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여러 번의 결혼 중 수많은 낙태와 유산의 경험을 겪는 마릴린의 마음은 점점 더 무너져 내립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무게가 시간이 지날수록 마릴린을 압박해 오는 가운데 마릴린, 즉 노마 진은 자신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헤치고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화려하지만 공허한 미장센과 스타일

    영화 [블론드 (2022)]는 기술적인 측면으로 바라보았을 때 매우 화려하고 스타일리시한 영화입니다. 다양한 화면비를 사용하고 있고 흑백과 컬러를 넘나드는 색채를 활용하고 있죠. 또한 조명을 이용하여 빛과 어둠의 대비를 극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고전영화들을 떠오르게 하는 아이리스 기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편집의 효과를 이용하여 인물의 트라우마를 표현하기도 하며 다양한 앵글들을 통해 영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영상미를 보여주기도 하고요. 문제는 이런 화려한 기교들을 영화의 내용과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느낌을 주고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인 마릴린 먼로가 처한 상황의 분위기라든가 그 상황 속에서 마릴린이 표현하고 있는 심리상태 같은 것들은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기교를 위한 기교'에 집착할 뿐 담고 있는 내용과 그 표현방식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것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개인적으로는 마릴린 먼로와 '캐스 채플린 (자비에르 사무엘扮)' 그리고 '에디 G. 로빈슨 주니어 (에반 윌리엄스扮)'가 한 침대 위에서 섹스를 하다가 마릴린 먼로 머리맡의 침대 매트리스가 폭포수와 겹치며 장면이 전환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장면은 심미적으로 보기에는 매우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눈으로 바라볼 때 감탄이 나오죠. 그러나 그 장면을 통해 관객에게 어떤 의미도 전달하지 못합니다. 그저 1차원적인 눈요기로 끝나고 있다는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겉보기에는 화려하고 풍성해 보이지만 조금만 파고 들어가 보면 공허한 영화의 만듦새가 어떻게 바라보면 마릴린 먼로의 삶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역사적인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

    영화 [블론드 (2022)]에서 가장 큰 논쟁이 되었던 점은 영화가 마치 마릴린 먼로를 생전에 괴롭히던 황색언론처럼 비뚤어진 시선으로 마릴린의 캐릭터를 묘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실제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에피소드들이 영화 속에 다수 삽입되었습니다. 물론 마릴린 먼로의 생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실제와 영화가 어떻게 다른지 구별하며 영화의 이야기가 마릴린 먼로를 표현하고 있는 왜곡된 시선을 감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중들은 영화 속에 표현된 마릴린 먼로를 실제의 마릴린 먼로와 동일한 인물로 생각하겠죠. 이것은 꽤나 큰 문제일 수 있겠다는 의견입니다. 우선 영화 속에서 가장 잘못 표현된 부분은 바로 마릴린 먼로와 캐스 채플린의 관계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마릴린 먼로와 캐스 채플린 그리고 에디 G. 로빈슨 주니어가 함께 어울리며 문란한 성생활을 하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캐스 채플린이 생전에 발표한 회고록에 따르면 마릴린 먼로와 캐스 채플린의 관계에 대해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깊은 관계를 맺지 못했다고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마릴린 먼로보다 캐스 채플린이 먼저 죽은 것으로 표현되지만 실제 캐스 채플린은 마릴린 먼로보다 6년을 더 살았습니다. 영화에서 마릴린 먼로의 어머니는 친아버지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가 유부남이고 지역의 유명한 사람이라 접근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실제 역사에서 마릴린 먼로의 출생증명서에는 당시 마릴린 먼로의 어머니와 결혼한 '마틴 모텐슨'이라는 남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유년 시절 아버지의 빈자리 때문에 영화 내내 마릴린 먼로는 감정적으로 결핍되어 있습니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아버지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나이 든 남자와 결혼해 그를 '아빠'라고 부르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하지만 실제의 마릴린 먼로는 자신의 아버지를 궁금해하기는 했지만 영화 속 모습처럼 아버지의 존재에 집착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서사는 마릴린 먼로의 심리적, 감정적 불행에 대해 그녀의 유년기에 부재했던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그녀의 집착이 주된 원인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릴린 먼로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차원에서 보여주는 것이 아닌, 1차원적이고 전형적인 인물로 그리는 데 그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마릴린 먼로는 오디션 기회를 얻기 위해 자신의 성을 상납하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공식적으로 할리우드에 만연했던 접대 문화인 '캐스팅 카우치 (Casting Couch - 배우가 제작자에게 성을 바치는 행위)'를 비판했습니다. 신인시절, 그녀는 비밀 요트 파티에 참석하면 큰 배역을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한 마릴린 먼로는 대중들이 원하는 이미지로만 자신을 소비하려는 제작사에 대항해 할리우드 최초로 여성 배우 소유의 독립적인 제작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남성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 안에서 여성들을 위한 길을 닦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죠. 이렇게 자주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실제 마릴린 먼로의 모습이 영화 속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아 큰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반응형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이야기의 무게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어떤 창작물이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에 창작자의 상상력이 더해진 창작물이 실존의 인물의 삶을 왜곡하는 것에 대해서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대중들을 상대로 하는 영화라든가 드라마와 같은 형태의 창작물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실존 인물의 실제 삶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중들은 영화나 드라마에 표현된 그 인물의 삶을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실제 인물의 파편화된 일부분만을 표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영화 [블론드 (2022)]를 연출한 '앤드류 도미닉' 감독은 이런 측면에서 생전 마릴린 먼로를 괴롭히던 황색 언론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존 인물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나 기록이 채우지 못한 부분을 메우는 상상력은 실존 인물에 대한 진심 어린 존중에서 비롯되었을 때 제대로 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화 [블론드 (2022)]는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영화 [블론드] 공식 예고편

    댓글

    💲 유용한 정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