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영화/리뷰

영화 [사냥의 시간]에 대한 개인적인 의심

범블러 2022. 7. 22.

영화 [사냥의 시간 (Time to Hunt, 2020)]은 개봉 전 여러 우여곡절 끝에 2020년 4월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 공개되었습니다. 영화가 개봉한 후 웹상에서는 영화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었는데요. 전반적으로 실망스럽다는 평이 좋다는 평보다 더 많았습니다.

 

영화-사냥의-시간-메인-포스터
영화 [사냥의 시간] 메인 포스터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난 후 알 수 없는 기시감에 사로잡혔는데요. 단순하게 [사냥의 시간]이 누군가의 영화를 오마주 했다거나 비슷한 느낌의 다른 영화가 있다거나 하는 느낌이 아닌, 영화 [사냥의 시간]과 흡사한 세계관의 세상 속에 들어가 영화 속 등장인물들과 유사한 스릴과 긴장감을 느껴본 것 같은, 내가 겪었던 체험들을 눈으로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는데요. 그것은 이 영화가 게임 [배틀 그라운드 (2017)]와 너무나도 닮아있었기 때문이었죠.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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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배틀 그라운드]의 영화화?

    [배틀 그라운드]는 본인을 포함해 한번에 최대 100명의 플레이어와 전투를 벌이는 배틀 로열 형식의 슈팅 비디오 게임인데요. 언제 어디에서 자신을 향해 공격해올지 모르는 적들을 상대하며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생존 게임을 펼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들로부터 느낄 수 있는 스릴과 긴장, 짜릿한 성취감 등을 즐기는 게임으로 2017년에 출시되어 메가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사냥의 시간의 촬영 시기가 2018년도 초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후 저는 나름대로의 가설을 세웠습니다. '[사냥의 시간]의 연출을 맡은 윤성현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던 와중에 당시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 보거나 인터넷 스트리밍 등을 통해 게임 플레이를 시청하고 그에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에 게임 [배틀 그라운드]의 세계관이나 게임 속 공간, 플레이 도중 구체적으로 발생하는 상황 같은 것들을 집어넣은 것은 아닐까?' 하는 가설 말이죠. 제가 이런 의심을 구체적으로 하게 된 것은 영화 속에서 준석과 그 일행이 도박장을 털기 위해 총기류를 구하러 갈 때 총포상인 봉식이 그들에게 '엠포'라는 총기를 추천하면서부터였습니다. [배틀 그라운드]라는 게임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해 드리자면 통칭 '엠포', 정식 명칭 'M416'는 [배틀 그라운드]의 출시 초반에 게임 속에서 유저들에게 '국민 돌격소총'으로 사랑받던 무기였습니다. 한번 이런 식으로 의심이 발동하기 시작하자 영화 속의 수많은 요소들이 게임 [배틀 그라운드]와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조금 더 예시를 들어보자면 경제 붕괴가 된 상황 속에서 뜬금없이 도박장을 터는 설정 또한 게임 속에 등장하는 공간들과 연관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주요 악역으로 등장하는 '한'의 외형적인 모습 또한 [배틀 그라운드]에서 캐릭터들을 꾸미기 위해 입혀주는 의상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면서 어이없어하셨던 그 장면. 바로 한이 준석과 그 일행을 "재밌네."라는 어처구니없는 대사와 함께 놓아주는 장면에서 저는 이 한이라는 캐릭터가 영화 속에서 게임 [배틀 그라운드]의 '자기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배틀 그라운드]는 본인 포함 최대 100명의 플레이어가 최후의 생존을 놓고 죽고 죽이는 사투를 벌이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넓은 지역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게임이 진행된다면 자칫 게임이 늘어지거나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겠죠. 이런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자기장인데요, 게임 속에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게 되면 먼 지역부터 안 쪽으로 '자기장'이 밀려오게 됩니다. 이 자기장을 맞고 있으면 캐릭터의 체력이 조금씩 깎이게 되죠. 영화 속 준석은 자신과 친구들을 계속해서 따라오는 한에게 묻습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자기들을 따라오는 거냐."라고. 한의 대답은 너무나도 간단명료합니다.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 하는 거 아니겠냐."라고. 한이라는 캐릭터가 자기장을 떠오르게 한다는 의미를 아시겠나요? 그 외에도 준석과 장호 대 한의 2대 1 총격전 장면에서 준석이 붙어있는 것이 불리하다며 자리를 옮기는 모습은 게임 속에서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보다 쉽게 상대하기 위해 '각을 벌리는' 플레이가 연상되었고, 2대 1의 상황 속에서도 벌벌 떨면서 한에게 밀리는 준석과 장호의 모습은 [배틀 그라운드] 초보를 뜻하는 '배린이 (배틀 그라운드+어린이)' 대 [배틀 그라운드] 고수의 대치 상황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이후에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무장 병력을 잔뜩 끌고 온 '봉수' 일당과 한의 컨테이너 교전 장면, 준석이 배를 타고 자신이 원하는 섬으로 향하는 장면까지도. 저에게는 게임과 영화과 겹쳐지는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구체적인 예시들을 차치라더라도 결정적으로 이 영화가 관객들을 향해 보여주고 있는 태도 자체가 게임의 그것과 너무나도 닮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지점은 바로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호불호가 가장 많이 갈렸던 이유이기도 한데요. 영화 [사냥의 시간]의 관람평 중 많은 동의를 얻고 있는 평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스토리나 캐릭터 연출이 빈약하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다시 말하면 영화의 등장인물들의 전사라든가 심리적인 동기, 그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 등 개연성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순간순간의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스릴과 긴장감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느껴진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사실 게임 [배틀 그라운드]가 유저들에게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에는 내가 왜 지금 낙하산을 타고 이 장소에 떨어져서 경쟁자들과 사투를 벌이며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야만 하는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고민조차 할 여유 없이 순간순간 조여 오는 적들의 발소리와 총소리에서 얻는 긴장과 스릴이 너무나도 압도적이니까요. 하지만 영화가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시킨다고 해도 직접 주인공이 되어 플레이를 하는 게임과 객석에 앉아 스크린을 바라보는 영화의 '몰입도'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 발자국 떨어져 상황을 지켜보는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대체 왜?'라는 질문들이 인물과 상황을 통해 느껴지는 긴장감보다 더 커질 수도 있는 것이죠. 아마도 이런 지점에서 대부분의 관객들이 영화 [사냥의 시간]에 대한 실망감을 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이렇게 영화 [사냥의 시간]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견을 가지고 리뷰를 진행해 보았는데요. 게임 [배틀 그라운드]가 영화 [사냥의 시간]에 영향을 끼쳤다는 개인적인 의견에 공감이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영화 [사냥의 시간] 공식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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