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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 - 반도? 관 둬! 돌아와줘 연상호!

범블러 2022. 7. 19.

영화 [반도 (Peninsula, 2020)]는 2020년 7월 15일에 개봉한 한국 영화로 영화 [부산행 (2016)]과 세계관을 공유하며 부산행의 이야기에서 4년이 흐른 시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부산행]을 연출했던 '연상호' 감독이 영화 [반도]에서도 메가폰을 잡아 영화를 연출했습니다.

 

영화-반도-런칭-포스터
영화 [반도] 런칭 포스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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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독 연상호

    제가 연상호 감독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돼지의 왕 (2011)]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게 된 이후였는데요. 사실적인 그림체와 개성 강한 비주얼, 과감하고 파격적인 스토리로 기존 한국 애니메이션의 편견을 깬 센세이션 한 작품을 만들어낸 감독에게 매료되어 감독의 전작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생애에 대해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돼지의 왕] 이후 연상호 감독은 [창 (2012)], [사이비 (2013)] 등 자신만의 색깔을 담고 있으면서도 사회성 짙은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냈고, 저는 한 명의 관객으로서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가진 한 감독이 점차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모습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그래서 2016년, [부산행]의 개봉 소식이 들려왔을 때, 감독의 전작들을 생각하며 저는 내심 연상호 감독만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염세적인 세계관과 캐릭터, 사회성 짙은 스토리의 한국형 좀비 영화가 탄생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저의 기대와는 조금 달랐는데요. 부산행의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은 제가 이전에 알고 있던 연상호의 그것들이 아니었습니다. 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포기하는 주인공 '석우 (공유扮)'의 모습은 사실 이전의 연상호 감독이 보여주었던 세계 속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인물이었죠. 오히여 배우 '김의석'이 연기했던 무한 이기주의의 '용석'과 같은 인물들이 범람하는 곳이 바로 연상호 감독의 세계였습니다. 뭐 [부산행]에 대한 저의 실망과는 별개로 영화는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며 천만이 넘는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불러들였고 자연스럽게 연상호 감독은 더 많은 기회들을 얻으며 이후 제작비 130억의 [염력 (2018)]과 제작비 190억의 [반도]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신파 코드, 대체 왜?

    실사영화에서의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 영화들에서 보여주었던 개성 넘치고 파격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신파 코드를 흥행을 위한 성공 공식인 듯 차용하고 있습니다. 마치 억지로라도 관객을 울게 하지 않으면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는 듯한 영화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인데요. 물론 한편으로는 그의 그런 결정이 어느 정도 납득이 되기도 합니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국제시장 (2014)], [7번 방의 선물 (2013)] 등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들 중 신파를 주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영화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영화 [반도]에서도 신파 코드에 대한 연상호 감독의 무한신뢰는 이어집니다. 이번에는 더 적나라하죠. 영화의 타이틀이 오르기도 전에 이미 아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그런 누나와 조카를 지키지 못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어 이후에 펼쳐질 신파 코드에 대한 연결고리까지 만들어 놓습니다. 이런 지나친 신파 코드는 어떤 관객들에게는 극적인 감정과 감동을 전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관객들에게는 마치 관객을 울리기 위해 무대 위에서 더 크게 우는 가수의 노래처럼 너무 과한 감정과 감동 유도에 거부감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좀비에게 점령당한 후 폐허가 된 남한의 모습의 시각적인 표현은 비교적 잘 되어있는 것 같았지만 그 공간의 분위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은 결국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입니다. 그런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 어떤 캐릭터에게서도 저는 개인적으로 그 상황과 공간에 어울릴만한 분위기와 태도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악당들이라고 하기에는 야만성이 부족해 보였고, 좀비에게 둘러싸여 생존조차 어려운 가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밝고 별다른 걱정이 없어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631부대와 가족의 대립구도는 저에게 그저 그런 악과 그저 그런 선의 대결로 여겨져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었고 탈출이 임박한 상황에서 "내가 살던 세상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요!"라고 외치는 '준이 (이레扮)'의 대사를 들으면서는 '과연 이들이 이곳에서 꼭 탈출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던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가족들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함께 좀비들의 소굴을 탈출하는 장면에서도 별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없었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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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돈 때문이 아닐까

    631부대가 민간인을 구제하던 군인들에서 민간인을 약탈하고 놀잇감으로 삼는 군인으로 변하게 된 과정과 631부대의 '황 중사 (김민재扮)''서 대위 (구교환扮)'가 서로 대립하게 된 이유. 준이와 가족들이 631부대에서 탈출한 이유와 과정 등등 관객들을 이야기와 캐릭터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주어져야 할 정보들이 너무나도 많이 생략된 채로 영화는 그저 자신만의 목표를 위해 달려갈 뿐 관객들을 돌아보지는 않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돼지의 왕], [창], [사이비] 그리고 [서울역 (2016)]에 이르기까지.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어떤 표정을 얼굴에 담고 있습니다. 미간을 찌푸리고 어금니를 꽉 깨문 일그러진 표정. 그 표정들은 마치 연상호 감독 작품의 시그니처처럼 제 머릿속에 각인되었고, 그 표정만 가지고도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 절반 이상은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산행] 이후 [염력]이 흥행에 참패했을 때 그가 실사영화에서 헤매는 이유가 실제의 배우로는 그가 원하는 표정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잠시 생각하기도 했지만 아마도 그가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에서 전혀 다른 사람인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역시 돈 때문일 것입니다. 100억, 200억을 투자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이 그를 작품이 아닌 상품을 만드는 감독으로 변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영화 [반도] 메인 예고편

    [돼지의 왕], [창], [사이비] 그리고 [서울역] 등을 통해 이어지고 확장되는 연상호 감독만의 세계를 실사영화 속에서도 만나게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영화 [반도]의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영화를 본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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