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영화/리뷰

영화 [본즈 앤 올] - 위험하고 도발적인 은유, 기괴한 성장의 이야기

범블러 2022. 12. 8.

영화 [본즈 앤 올 (Bones and All, 2022)]은 2022년 11월 30일 한국 개봉한 미국의 영화입니다.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와 배우 '티모시 살라메'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2017)] 이후 다시 한번 작품을 함께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022년 제79회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자 감독상과 신인배우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영화 본즈 앤 올 메인 포스터
영화 [본즈 앤 올] 메인 포스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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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본즈 앤 올] 줄거리

    곧 열여덟 살을 앞둔 '매런 이얼리 (테일러 러셀扮)'는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 '프랭크 이얼리 (안드레이 홀랜드扮)'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이사를 많이 다니느라 친구가 없던 매런. 어느 날 새로운 친구들과의 밤샘 파티에서 매런은 참을 수 없는 식욕에 이끌려 친구의 손가락을 깨물고 맙니다. 이 사건으로 프랭크와 매런은 도망치듯 메릴랜드로 향하게 되죠. 며칠 뒤, 매런의 열여덟 번째 생일이 되는 날, 프랭크는 매런에게 약간의 현금과 출생증명서, 녹음테이프를 남긴 뒤 매런을 떠납니다. 녹음테이프 안에는 매런의 식인 행위에 대한 프랭크의 기억이 담겨있었죠. 어렸을 때 자신을 떠난 엄마 '자넷 컨스 (클로이 세비니扮)'에 대한 기억이 없던 매런은 출생증명서에 있는 정보를 가지고 엄마를 찾아 나서기로 합니다. 버스를 타고 오하이오주 콜럼버스로 향한 매런은 그곳에서 이상한 노인 '설리 (마크 라일런스扮)'를 만납니다. 설리는 냄새로 상대방이 같은 '이터 (Eater)'인지 알 수 있었죠. 설리는 매런에게 이터로서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며 그녀와 함께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매런은 설리에게서 도망칩니다. 그 후 매런은 어느 마트에서 만난 '리 (티모시 샬라메扮)'에게 첫눈에 매료됩니다. 리 또한 매런과 같은 이터였죠. 매런과 리는 함께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거울을 보는 것처럼, 그들은 서로에게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들이 모르던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하죠. 하지만 사람을 먹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몹시 외롭고 이해받기 어려운 삶입니다. 예정대로 매런과 리의 관계는 곧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먹는 욕구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매런과 자신들의 욕구는 통제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리. 서로 사랑하지만 함께 할 수 없는 두 사람. 과연 매런은 자신의 사랑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어른이 되는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요?

    충격적인 소재와 이야기

    영화 [본즈 앤 올 (2022)]은 '식인'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카밀 드 엔젤리스' 작가의 동명 소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전작들에서 줄곧 인간의 '리비도 (넓은 의미로 인간이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신적인 에너지, 좁은 의미로 인간의 성적 에너지인 성욕 또는 성충동을 뜻한다.)'에 대해 탐구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지도층의 생활에 환멸을 느낀 여성이 비로소 자신의 욕망을 직시하고 그것을 따르게 되는 영화 [아이 엠 러브 (2009)]. 주인공 엘리오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2017)] 등의 작품들에서 감독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죠. 이런 관점에서 생각했을 때 영화 [본즈 앤 올 (2022)]에 등장하는 식인의 모습은 인간의 리비도가 극한으로 발현된 상태에 대한 은유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영화 [본즈 앤 올 (2022)]은 결국 주인공 매런이 자신의 리비도를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루어내는 것에 대한 영화라고 이해해볼 수도 있는 것이죠. 영화 속에서 매런과 그녀의 영혼의 짝인 리는 자신들의 리비도를 해소하기 위한 규칙들을 세워나갑니다. 그 첫 번째 규칙은 가정이 있는 사람은 헤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며 두 사람은 갈등에 빠지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자신들의 리비도에 대해 매런은 통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리는 리비도는 통제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며 그저 있는 그대로의 리비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영화 내내 매런과 리는 자신들의 식인 본능, 즉 극단적인 은유로 표현된 인간의 리비도를 어떻게 다루어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이는 로드무비 형식을 취하고 있는 영화의 이야기 전개와 호응하며 두 사람이 자신들의 내부에 있는 괴물을 어떻게 다루어낼지에 대한 기괴한 성장영화로 관객들에게 읽히기도 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감독은 매런과 리가 자신들의 리비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확실한 결론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두 사람의 성적인 관계를 의도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은 모두 법적으로 성인의 나이가 되었고, 두 사람의 행동을 제지할 어떤 장애물도 존재하지 않지만,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은 키스 이상의 성적인 관계를 가지지 않습니다. 이는 매런과 리가 완전한 성장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두 사람을 섣부르게 성적인 관계로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명백한 감독의 의도로 느껴졌으며, 이는 꽤나 진중한 선택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자신의 리비도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채 성장한 인물들

    영화 속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설리의 캐릭터를 들여다봅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그는 성장의 과정에서 무언가 문제가 있어 제대로 된 인격의 성숙을 이뤄내지 못한 인간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터로서 여전히 해소해야만 하는 자신의 리비도를 가지고 있죠. 매런과의 첫 대면에서 설리는 매런에게 자신은 식인 본능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저 자신의 능력인 뛰어난 후각을 이용해 죽음에 가까운 사람들의 냄새를 맡아 그들을 찾아낸다고 말하죠. 결론적으로 그의 말은 거짓이었습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설리는 자신을 거부한 매런을 죽이려고 시도하기도 하고 실제 리의 동생인 '케일라 (안나 콥扮)'를 찾아가 죽인 것이 밝혀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제 막 이터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 매런을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이었을 테죠. 어쩌면 설리는 식인 본능에 들끓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1인칭인 '나'로 칭하는 것이 아닌, '설리'라는 3인칭으로 부르며 자신 안에 다른 인격을 형성해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일들을 저지르게 만든 것이죠. 아무튼 설리는 어린아이 같은 어른의 모습으로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대상인 매런을 스토킹 합니다. 매런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자, 매런에게 분노의 감정과 욕지거리를 퍼붓기도 하고요. 그리고 결국에는 그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이 소유할 수 없는 대상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설리는 영화 속에서 자신의 리비도와 함께 성장하지 못한 채 유아기에 갇혀있는 어른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매런과 리가 여정 중에 마주치는 또 다른 이터인 '제이크 (마이클 스툴바그扮)'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이크는 매런과 리에게 '본즈 앤 올', 그러니까 사람을 뼈까지 남기지 않고 모두 먹어치우는 행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단순히 식인 본능을 해소하기 위해 리비도를 통제하며 사람을 먹는 것이 아닌, 리비도를 극한으로 밀어붙여 극도의 쾌락을 추구하는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제이크는 한번 그런 '본즈 앤 올'의 경계를 넘으면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 행위가 다른 어떤 무엇으로도 치환될 수 없는 말초적인 쾌락을 그에게 가져다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제이크는 이터가 아닌 일반인 '브래드 (데이비드 고든 그린扮)'가 식인을 원한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그에게 '본즈 앤 올'의 경지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매런은 식인의 본능이 없는 인간이 굳이 식인을 행했다는 것에 대해 큰 반감을 가집니다. 어떠한 도덕이나 윤리의 방해도 받지 않은 채 그야말로 무규칙의 상태로 리비도를 세상에 풀어놓는 제이크와 브래드의 모습이 매런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설리와 제이크, 브래드의 모습은 매런과 리가 자신들의 리비도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의 모습들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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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왜 자신의 리비도를 제대로 통제하기 어려운 것일까?

    그렇다면 매런과 리가 자신들의 리비도를 원하는 방식으로 통제하고 제대로 된 성장을 이루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매런과 리에게 리비도를 통제하는 제대로 된 방법을 알려 줄 어른이 없기 때문입니다. 매런의 아버지는 더 이상 매런의 행동들을 감당할 수 없어 매런을 떠났습니다. 힘들게 찾아간 매런의 어머니도 자신과 같은 괴물을 속에 품고 있는 매런을 죽이려고 달려들었죠. 리 또한 매런과 비슷한 상황으로 리는 자신에게 살인 본능을 물려준 아버지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길 위에서 매런과 리가 마주친 설리와 제이크 또한 리비도를 제대로 통제하는 모습과는 동떨어진 인물들이었죠. 이는 인간의 리비도가 얼마나 다루기 어려운 기질인지 알려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를 극단적인 은유로 표현된 식인 본능이 아닌 실제 인간의 성적 욕구나 충동으로 치환해서 생각해도 마찬가지입니다. 1980년대부터 미국은 성교 억제 등 금욕적인 내용만으로 10대의 성문제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여론에 따라 국가를 중심으로 한 실질적인 성교육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금욕적인 내용의 성교육만을 받아온 기성세대들이 한순간에 바뀐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겠죠. 그들은 자신들이 배운 대로의 내용을 자식들에게 가르치거나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가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로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고 사회에 속하게 되었겠죠. 그 사회가 모여서 미국이라는 국가를 이루었을 것이고요. 영화 [본즈 앤 올 (2022)]은 이렇게 인간의 리비도를 제대로 통제하는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어른이 되는 인간들의 문제가 미국 전역에 퍼져있다고 이야기하는 듯하기도 합니다. 바로 영화 속 송전탑과 송전선의 이미지를 통해 말이죠. 마치 마국의 혈관처럼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이 이미지를 통해 감독은 인간의 리비도를 통제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이렇게 미국 전역에 퍼져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매런의 성장에 대한 결말

    영화의 결말에 이르러서야 영화는 매런과 리가 성적인 결합을 이루는 듯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아마도 감독은 두 사람이 자신들의 리비도를 통제하는 데에 있어 제대로 된 성장을 이루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장면을 배치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은 따지고 보면 설리와 리가 죽음에 이르고 난 후에 매런의 과거 회상으로 영화 속에 등장합니다. 이는 설리와 리가 죽음에 이른 이후에 매런의 성장이 완성되었다고 영화가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설리와 리가 죽음에 이름으로써 매런의 성장이 완결되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그러니까 어쩌면 감독은 리라는 인물을 매런과 같이 자신의 리비도를 완전한 통제하에 두고 다른 사람에게 최소한의 피해를 입히는 선에서 그것을 해소하려는 캐릭터로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의 리는 그들이 길 위에서 마주쳤던 제이크와 같은 인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캐릭터라고 여겼을지 모른다는 말이죠. 그런 가능성을 애초에 차단하고 자신의 영혼의 단짝인 매런에게 먹히는 것이 오히려 리가 성취할 수 있는 성장의 최선이었다고 영화는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결국 매런은 혼자 남게 되겠지만, 그녀에게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그녀는 자신의 리비도를 통제할 수 있는 완전한 성숙을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이겠죠.

     

    영화 [본즈 앤 올] 메인 예고편

    영화 [본즈 엔 올 (2022)]은 일견 보기에 극단적인 은유로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가지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관객에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 기괴한 성장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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