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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감동은 또 감동 그대로

범블러 2023. 1. 6.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The First Slam Dunk, 2022)]가 일본과 한 달 차이로 2023년 1월 4일 한국 개봉했습니다. 오늘은 원작만화와 TV 애니메이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저의 개인적인 관점으로 리뷰를 진행해 보고자 합니다.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메인 포스터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메인 포스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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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을 뛰게 하는 장면들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던 [슬램덩크 (1990 ~ 1996)]의 기억을 되살리는 포인트 장면이 두 군데 있었는데요. 먼저 영화의 초반부, 북산고 5인방을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마치 실시간으로 드로잉을 하는 것처럼 표현하여 관객들에게 다가오게 하는 부분이 그 첫 번째 포인트였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며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죠. 두 번째 포인트는 바로 경기 마지막 2분 동안의 상황에서 검은색 선과 백색의 스크린만으로 긴박하게 뒤바뀌는 두 팀의 승패를 그리는 그야말로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부를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영화관 전체가 숨을 죽인 채 스크린 안의 농구공만을 눈으로 따라가는 긴박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죠. 원작 만화의 주인공이었던 '강백호'가 점프슛을 성공시킨 뒤 자신에게 마지막 패스를 던졌던 앙숙 '서태웅'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명장면을 다시 한번 스크린을 통해 눈에 품는 것으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2022)]의 관람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원작만화 속의 컷들을 발견하는 재미

    원작만화를 비교적 또렷하게 기억하시는 분들은 만화책 속의 장면이나 대사 등이 어떻게 애니메이션으로 녹아들었는지 찾아보거나 원작에 없었던 내용이 어떤 부분에서 추가되었는지 비교해 보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원작만화를 다 읽기는 했지만 워낙에 오랜 시간이 지나 구체적인 장면 같은 것이 떠오르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저 영화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데로 따라가며 작품을 관람했습니다. 실제 농구선수들의 움직임을 캡처하여 그 위에 캐릭터들의 얼굴을 입히는 2D + 3D의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 그림체가 과연 농구경기의 박진감을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요. 영화 중간중간 프레임이 낮아지거나 움직임이 어색한 부분들도 분명 느껴지기는 했지만 결국 이 기법이 아니었다면 [슬램덩크]의 애니메이션화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D의 만화책 안에서는 한 장면 안에서도 여러 개의 컷들이 나누어지고 컷 안에서도 말풍선을 위한 공간과 캐릭터를 위한 공간이 따로 존재했었죠. 그런 컷 안에서의 공간 분배와 장면 안에서의 컷 나눔이 애니메이션의 보다 넓은 스크린 안에서 하나로 봉합되어 원작만화의 팬들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만화의 컷들이 어떤 상황과 공간과 맥락에서 이루어진 일인지 더 넓은 시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컷들이 어떻게 애니메이션 속에 표현되었는지 찾아보는 것도 영화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애니메이션의 넓은 공간 표현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다 잘 이해되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하나 꼽자면 바로 마지막 강백호의 "왼손은 거들뿐" 부분입니다. 만화에서는 긴박한 경기 상황 속에서 코트 전체를 보여주는 컷이 등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강백호가 점프슛을 노리기 위해 골대 오른쪽 45도 부분에서 계속해서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강백호가 경기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골대 앞 45도 부분에서 자리를 잡고 공이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마지막 강백호의 점프슛이 다만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님을 섬세한 빌드업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왼손은 거들뿐"이라는 대사가 묵음 처리되어 관객에게 들리지 않지만 원작을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더욱 뭉클하게 다가올 수 있는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장면과 캐릭터들은 어디에?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원작 만화의 컷이나 대사들이 영화 속에 표현된 것들도 많지만 사라진 부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특히 강백호의 뮤즈인 '채소연' 캐릭터는 그 비중이 확 줄어들어 관객석에서 응원하는 몇 장면과 그 유명한 "농구 좋아하세요?" 부분 외에는 이야기에 거의 등장하지 못했습니다. 그 외에도 산왕의 '신현필' 캐릭터의 경우 원작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 존재에 대해 거의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분량이 줄어들어 2미터 10센티미터라는 커다란 덩치가 무색해졌습니다. 신현필 외에도 산왕의 선수들은 그 강함이나 원작에서 드러난 캐릭터들의 포인트들이 대부분 살아있기는 했지만 북산의 5인방 이야기를 우선적으로 풀어내려다 보니 상대적으로 산왕의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서사는 영화 속에 거의 담기지 못했습니다. 그 외에도 원작에서 산왕전에 등장하는 '김판석', '전호장', '이정환', '변덕규' 등의 캐릭터가 전부 사라져 많은 원작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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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하필 송태섭일까?

    그런데 왜 하필 송태섭이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2022)]의 주인공이 되었을까요? 추측하건대 원작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이 송태섭 캐릭터에 큰 아쉬움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북산의 5인방 중 송태섭 외의 다른 캐릭터들은 그 서사가 원작 안에서 대부분 완결되어 있는데요. 주인공인 강백호는 싸움을 좋아하고 거친 깡패와 같은 모습에서 농구를 만나 스포츠맨으로 거듭나는 성장의 이야기가 만화 전체를 통해 이어지고 강백호의 앙숙인 서태웅의 경우 천재적인 농구실력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로 묘사되며 농구 초짜인 강백호가 자신의 목표로 두고 꺾으려고 하는 인물로 그려지죠. 주장인 '채치수'의 경우 그가 가지고 있던 전국대회 출전에 대한 집념과 산왕의 '신현철' 등 다른 선수들에게 가지고 있던 열등감과 부러움. 그리고 경기를 통해 자신을 억누르던 모든 것들을 깨부수고 성장하는 모습까지. 매력적인 서사를 가진 캐릭터로 표현되며 마지막으로 '정대만'의 경우에도 비뚤어진 질투와 자존심 때문에 농구를 포기하고 농구부를 박살 내려고 까지 했던 과거에서 다시 스승인 '안 선생님'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안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라는 대사와 함께 농구부로 돌아와 산왕전을 승리로 이끄는 데 일조하는 모습까지. 나머지 네 명의 캐릭터들이 각자의 서사를 가지고 뚜렷한 존재감으로 원작 안에 등장하는 가운데 유독 송태섭만은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이한나'와의 이야기도 원작에서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았고 송태섭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서사를 품고 있는지 또한 제대로 드러나지가 않았죠. 송태섭 캐릭터에 대해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 (2022)]의 주인공을 송태섭으로 세운 것이 아닌가 하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자막판? 더빙판? 어떤 버전으로 봐야 할까?

    자막판과 더빙판 중 어떤 버전으로 봐야 할지 고민하고 계신 관객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는 더빙판으로 작품을 관람했는데 나름대로 만족했습니다. 캐릭터들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작품에 등장하는 중요한 자막들 또한 한글로 바뀌어 있어서 오로지 화면에 집중하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어 더빙판의 성우들 또한 일본과 마찬가지로 강백호 역할을 맡은 '강수진' 성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새로운 성우들로 교체되었다고 하는데요. 대부분 역할과의 일치율이 나쁘지 않아서 크게 거슬린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자막판의 경우 캐릭터들의 이름이 일본 원어 그대로의 이름이 아닌 한국어로 로컬라이징 된 이름으로 바뀌어서 나온다고 하는데요. 이런 부분이 거슬리지 않으신다면 자막판으로 감상하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막판으로 한번 더 보고 싶네요. 일본인 관람객 중에는 교체된 성우들 대부분의 목소리가 그래도 2시간 정도 듣고 낫을 때 점점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강백호 캐릭터의 목소리만은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그것은 배역을 맡은 성우 '키무라 스바루'가 TV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2005 ~)] 시리즈에서 '퉁퉁이' 역할을 맡았던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슬램덩크 시리즈의 미래는?

    [슬램덩크] 세계관의 새로운 이야기가 개봉하면서 속편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요. 특히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 (2022)] 마지막 부분에서 산왕의 '정우성'과 북산의 송태섭이 미국 리그에 진출하여 경기를 치르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3학년이 되어 북산의 주장이 된 송태섭이 어떻게 미국 리그까지 진출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슬램덩크 시리즈]의 새로운 메인 서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고등학교 레벨을 넘은 것으로 평가되던 정우성이 미국 리그에 진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전개지만 변방팀 북산에서 제대로 된 커리어도 없던 송태섭이 미국으로 진출하는 데에는 그만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다만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 (2022)]와 같은 전개 방식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박진감 넘지는 농구 경기와 다소 우울하고 가라앉는 분위기의 인물 서사 교차 전개는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만화책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영역을 확장한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새로운 작품을 위한 좋은 연습을 했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시리즈를 이어가 주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새로운 이야기가 어렵다면 이번처럼 원작에 기대어 원작에서 미처 다 표현하지 못했던 빈 공간들을 채우는 서사도 좋을 것 같고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1차 예고편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관람 전 사전 정보들이 궁금하다면?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 전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일본의 주간 소년점프에 연재되며 일본 만화 역사상 가장 큰 인기를 끈 스포츠 만화로 기록되어 있는 작품 [슬램덩크 (スラムダンク / SLAM DUNK)]. 한국에서도 누적 판매부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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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이렇게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2022)]에 대한 정보들과 개인적인 의견을 가지고 포스팅을 진행해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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