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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리호] -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

범블러 2022. 7. 10.

영화 [승리호(SPACE SWEEPER, 2020)]는 2021년 2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이후 약 1주일간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한국영화입니다. SF 영화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 최초의 도전장을 내면 영화 [승리호]. 과연 어떤 영화일까요?

 

영화 승리호 캐릭터 포스터
영화 [승리호] 캐릭터 포스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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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 못지않은 비주얼

    영화의 시각적인 부분에서는 역대급 한국영화라는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단순히 CG의 기술력과 자연스러움뿐만 아니라 미래 세계의 환경과 여러 내부 공간을 그린 미술 디자인 역시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3년 전, 한국 영화 최고 수준의 CG를 보여주었다고 평가받던 [신과 함께 - 인과 연 (2018)]과 비교해도 엄청난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고 있는 [승리호]. 그 기술력의 바탕에는 아시아 최고의 VFX (Visual Effects) 기업이라고 불리는 '덱스터 스튜디오'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전해집니다. 덱스터 스튜디오는 지난 2019년 중국에서 개봉한 흥행작 [유랑 지구 (2019)]의 우주선과 우주정거장 등 난도 높은 시퀀스 장면의 VFX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기술적인 노하우를 쌓기도 했죠. 덱스터 스튜디오는 [승리호]의 전체 VFX 분량 약 2000컷 중 70%에 달하는 1304컷을 담당하며 영화의 시각적인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제작비 또한 할리우드에서 제작하면 1000억 원 이상의 자본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었던 것과 달리 약 250억 원 정도의 제작비로 할리우드 못지않은 결과물을 완성하여 가성비가 매우 훌륭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 최초의 로봇 모션 캡처 캐릭터

    모션 캡처 기술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 [아바타 (2009)], [혹성탈출] 시리즈 등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수많은 영화들에서 활발하게 사용되어 온 기술이며 국내에서도 도입한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션 캡처 연기와 로봇 목소리 연기를 동시에 소화한 경우는 영화 [승리호]의 '업동이'와 이 캐릭터를 연기한 '유해진' 배우가 최초라고 합니다. 업동이 역을 맡은 유해진 배우는 움직임을 트래킹 할 수 있는 마크가 찍힌 모션 캡처 슈트와 함께 공간과 로봇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특성 및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들을 부착한 채로 연기를 진행했다고 하죠. 이러한 과정을 거친 촬영본을 바탕으로 VFX팀은 정교한 후반 작업을 진행하여 업동이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의상이나 세부 디테일을 입히는 라이팅 합성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는 업동이의 모습을 화면에 채워 넣었다고 합니다. 또한 예쁜 것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극 중에서 가장 많은 옷을 갈아입는 업동이의 스타일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영화를 관람하는 하나의 포인트라고 하네요.

    세계 관객들의 인류애 자극

    보통 이런 류의 영화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애국심'을 자극하는 전개를 최대한 자제하고 [승리호]는 인종, 성별 등 전 세계의 문화적인 다양성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는 영화 [승리호]가 전 세계 관객들에게 높이 평가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외국 커뮤티니에서도 특정 국가나 인종 중심의 세계관을 벗어나 다양한 인종과 언어가 등장하는 것이 좋았다는 호평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에 승리호 뒤에서 다양한 민족의 우주 청소부들이 힘을 합쳐 함께 싸우는 장면은 단순히 한국인들만의 애국심이 아닌 세계 관객들의 인류애를 자극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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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 설정에 대한 아쉬움

    구멍 난 양말을 신은 발로 페달을 밟는 승리호의 조종사 역할 '태호'. 태호는 우리에게 [늑대소년 (2012)], [태양의 후예 (2016)] 등의 작품으로 익히 알려진 배우 '송중기'가 맡아 연기했습니다. 승리호 안에서 허술하고 뺀질거리는 모습과는 달리 원래는 'UTS 지니어스 프로그램'의 첫 번째 입양자로서 유일하게 설리반의 품에 안겨 UTS에 들어온 엘리트 출신의 태호. 태호는 그곳에서 소년병으로 길러져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UTS 기동대의 대장으로 활동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보통 이런 캐릭터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살상 무기로 길러지는 것에 대한 비극성이 강조되기 마련인데 태호에게는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신파스러운 연출이 없어 신선했다는 평도 있지만 태호라는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기 위한 지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UTS에 의해 우수한 살상 무기로 길러진 태호는 아무런 감정 없이 사람을 죽입니다. 그러다가 갓난아이를 처음 보았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사람을 죽이지 못하게 되었다는 전개가 개인적으로 조금은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명색이 UTS 기동대장 출신인데 UTS 기동대와의 대치 상황에서 전(前) 대장으로서의 지식이나 능력 등을 이용해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UTS에서 파면당할 때 가지고 있던 능력이나 기억의 일부를 빼앗긴 것일까요? 힘들게 땀을 흘려가며 승리호의 엔진을 구동시키는 기관사 역할의 '타이거 박'. 타이거 박은 우리에게 [극한직업 (2019)], [범죄도시 (2017)] 등의 작품으로 알려진 배우 '진선규'가 맡아 연기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4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에서 마약 밀매 갱단의 두목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약을 판돈으로 아이들에게 기부를 하거나 어려운 사람을 돕기도 하는 등 '의로운 도적'으로 묘사되죠. 개인적으로는 굳이 '마약 밀매'라는 중범죄를 저지르면서 그 돈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는 설정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이후 '꽃님이 (도로시)'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꽃님이에게 호의를 보이며 가장 먼저 꽃님이와 친해지는 부분 또한 인물의 배경 설정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호는 꽃님이를 보며 자신의 딸인 순이를 떠올리고 츤데레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처럼 타이거 박에게도 꽃님이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과거 설정이 있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승리호의 브레인이자 막내 그리고 무엇보다 '선장'을 담당하고 있는 '장현숙'. 장현숙 역할은 우리에게 [아가씨 (2016)], [1987 (2017)], [미스터 선샤인 (2018)] 등의 작품으로 익숙한 배우 '김태리'가 맡아 연기했습니다. 본래는 태호와 마찬가지로 UTS 프로그램의 공학 재원으로 구매 입양되어 UTS의 과학 기술력에 많은 기여를 한 천재로 묘사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태호와 타이거 박이 버티고 있는 승리호의 선장 자리를 현숙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 조금은 의아스러웠습니다. 두뇌회전이 비상하고 성질이 더럽다는 설정만으로는 현숙이 선장이 된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태호와 타이거 박, 현숙의 첫 번째 만남 혹은 세사람이 선장을 정하게 된 에피소드 같은 것을 영화 속에 추가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현숙이 UTS에 반감을 갖게 된 이유 또한 조금 더 명확하게 장면으로 설명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단순히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말 만으로는 현숙이 어떤 과정을 통해 UTS를 탈출하고 어떤 이유로 우주 해적단을 조직해 설리반을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는지 명확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현숙의 행동들에 조금 더 개인적인 동기들이 있었다면 관객으로서 현숙에게 감정을 이입하는데 보다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죠. 승리호의 선원이자 장 선장이 고물상에서 데려온 로봇으로 '작살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업동이'. 업동이는 우리에게 [공공의 적 (2002)], [타짜 (2006)], [완벽한 타인 (2018)] 등의 작품들로 유명한 배우 유해진이 맡아 연기했습니다. 업동이는 본래 군사용으로 설계된 인공지능 로봇으로, 공대공 타격과 오염 지역 침투, 요인 암살 등의 일들을 했다고 하죠. 목소리나 외형에서 드러나는 것과 다르게 여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업동이 캐릭터는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는 드물게 트랜스젠더임을 암시는 캐릭터가 주연으로 활약한다는 점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비싼 금액의 수술을 받으려고 돈을 모으고 있지만 사람들이 비웃을까 봐 걱정한다."는 업동이의 대사가 트랜스젠더의 서사로도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는 장 선장이 업동이를 처음 발견하고 승리호로 데려오는 에피소드가 영화 속에 담겨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대량살상 무기인 수소폭탄을 몸에 지닌 로봇으로 묘사되는 '꽃님이 (도로시)'. 꽃님이 역할은 2013년생 아역배우 '박예린'이 맡아 연기했습니다. 영화 [승리호]는 박예린 배우의 첫 번째 출연작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던 것과는 달리 꽃님이는 대량살상 무기를 몸에 지닌 것도 아니고 로봇도 아닌 '나노봇'이 몸속에 투여된 인간이었죠. 뇌신경이 파괴되는 꽃님이의 불치병을 고치기 위해 꽃님이의 아버지인 '강현우' 박사가 최후의 수단으로 꽃님이에게 나노봇을 투여해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것입니다. 그 뒤 꽃님이는 다른 나노봇들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식물들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능력까지 부리게 되면서 설리반의 화성 테라포밍 계획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극 중 꽃님이가 사용하는 능력은 그 정확한 발현 이유가 설명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꽃님이가 가진 능력을 발휘하는 순간 악당들이 계획하고 있던 모든 것들이 사실상 의미 없는 헛수고가 되어버립니다. 꽃님이에 의해 영화의 후반부에 너무나도 쉽게 문제가 해결되어 버리는 바람에 조금 맥이 빠지기도 했습니다. 'UTS의 회장'이자 우주개척시대를 선도하며 인류를 위해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든 인물로 묘사되는 '제임스 설리반'. 제임스 설리반 역할은 영화 [호빗]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 '리처드 크리스핀 아마티지'가 맡아 연기했습니다.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인자하고 젠틀한 모습과는 다르게 설리반의 궁극적인 목적은 비뚤어진 인간 혐오를 바탕으로 탐욕스러운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의 완전한 파멸을 노리는 것과 자신이 선택한 이상적인 인류가 살아가는 화성의 부흥이었죠. 전반적으로 캐릭터의 설정에 대한 설명이 불친절한 편입니다.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장기들은 기계로 대치되어 감정이 고조될 때 목소리가 변하고 혈관이 보라색으로 변하는 등 부작용이 생기는 모습이 보이죠. 그런데 그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초반부에 보이던 캐릭터의 입체적인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그저 어린 시절의 어두운 기억으로 인해 비뚤어진 사상을 가지게 된 악한 인물로만 표현됩니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영화 [승리호] 공식 예고편

    영화 [승리호]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일반 대중들이 별다른 생각 없이 즐길만한 오락영화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SF 영화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며 의미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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