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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루 아워] -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범블러 2022. 7. 18.

영화 [블루 아워 (Blue Hour, 2019)]는 일본에서 2019년 10월 11일, 한국에서는 2020년 7월 22일에 개봉한 일본 영화입니다. 한국 배우 '심은경'이 일본 영화 [신문기자 (2019)]로 일본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두 번째로 개봉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어떤 영화인지 같이 살펴볼까요?

 

영화-블루-아워-메인-포스터
영화 [블루 아워] 메인 포스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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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해가 뜨기 전, 혹은 해가 지기 전의 푸르스름한 하늘빛을 바라본 적 있으신가요? 서늘한 바람이 볼을 스치고, 향긋한 꽃향기가 코 끝을 간지럽히는 고요한,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섬뜩한 악몽 끝에 잠에서 깨어 이런 시간 속에 놓여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서글픈 감상에 젖어들기도 합니다. 말로는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시간의 분위기와 정서를 담아내고자 노력한 한 편의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오늘 리뷰해 볼 영화 [블루 아워]입니다.

    주목할 만한 캐스팅과 제작진, 데뷔작

    이야기의 주인공인 '스나다' 역할은 일본의 유명한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5)] 속에서 네 명의 자매들 중 셋째로 등장한 '치카' 역할을 소화했던 배우 '카호'가 맡아서 연기했습니다. 카호는 아역배우 출신에서 어느새 하나의 영화를 이끌어갈 만한 연기파 배우로 성장했는데요. 영화 [블루 아워]에서도 일상에 지친 CF 감독 스나다 역할을 자신만의 고유한 느낌으로 소화하며 일본의 '다카사키 영화제'에서 영화에 함께 출연한 '심은경' 배우와 함께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스나다의 절친한 친구로 등장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인 '기요우라' 역할은 우리에게 [수상한 그녀 (2014)], [써니 (2011)] 등의 작품들로 익숙한 배우 '심은경'이 맡아서 연기했습니다. 심은경은 최근 일본 영화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2020년 3월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신문기자]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탄 것에 이어 다카사키 영화제에서도 영화 [블루 아워]로 함께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죠. 심은경이 연기한 캐릭터 기요우라는 마치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 (1943)]의 주인공처럼 자유분방하고 현실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인데요. 영화의 개봉 전, 과연 심은경 배우가 기요우라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 냈기에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 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모아지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의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 (2018)]의 제작진 또한 영화에 합세하여 영화의 공간적인 배경인 '이바라키현'의 여름 풍경을 최대한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스크린에 옮겨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해지는데요. 영화의 감독인 '하코타 유코'는 실제 CF 감독 출신으로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영화의 내용에 많이 반영되었으며 하코타 유코는 자신의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제22회 상하이 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신인감독상'을 타기도 했습니다.

    독특한 스타일

    영화 [블루 아워]는 감독의 독특한 스타일이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초반부에 특히 두드러지는 의외의 순간에 툭 튀는 점프 컷과 예측하기 어려운 신선한 카메라 워킹, 주인공이 우울한 순간에 도리어 귓가에 울리는 통통 튀는 사운드 메이킹과 감독만의 고유한 편집의 리듬은 마치 "나는 다른 감독들과 달라요.", "나는 이렇게 독특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요."라고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귀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규격화된 영화의 문법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받아들이냐 하는 것은 물론 관객들의 몫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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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

    감독이 자신의 이야기를 자전적으로 하게 되면 감정적으로 자신의 이야기에 굉장히 몰입하게 됩니다. 실제 자신이 경험했던 순간이나 감정, 내뱉었던 말 등을 다시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구체적인 전사나 친절한 설명이 없이도 보다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이라는 인상을 주게 되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객들도 다 알겠지'라는 생각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면 자칫 캐릭터의 행동이나 감정들이 관객들에게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는 지점들이 생기게 되고, 그런 순간들이 조금씩 모이다 보면 결국 관객들은 캐릭터를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것을 포기하고 고개를 꾸벅거리며 졸거나 부루퉁한 얼굴을 한 채로 스크린을 노려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그런 경계에 놓여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은 서사와 감독의 독특한 스타일로 인해 관객들에게 거부감과 지루함을 선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한편, 소설이 아닌 일기나 수필을 읽는다는 생각으로 누군가의 삶 한 귀퉁이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는 마음으로 관람한다면 그 나름대로의 재미를 찾을 수도 있을 거라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블루 아워로 내달리다

    영화의 일본어 원제에는 '블루 아워'라는 단어 외에도 '내달리다 (にぶっ飛ばす)'라는 표현이 함께 적혀있습니다. 어린 시절, 해가 뜨기 전 혹은 해가 지기 전의 짧은 시간에 느꼈던 마치 '오니 (鬼, 도깨비)'가 뒤를 쫓아오는 듯한 불안과 두려움. 왠지 모를 가슴의 두근거림과 막연하게 느껴지는 작은 희망.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 속 싱숭생숭한 마음을 떨쳐내기 위해 스나다는 전력을 다해 뛰었을 겁니다. 말로는 아무 이유 없이 뛰었다고 했지만요. 30대를 지나 40대로 향해가는 과정에서 스나다는 불투명한 미래와 답답한 현실 속, 어린 시절에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각과 감정들을 마주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련의 일상을 질주하듯 살아내며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블루 아워'를 통과해 그 전 보다 한 뼘 더 성장한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 영화 [블루 아워[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입니다. 그 과정에서 기요우라는 마치 알라딘의 '지니'처럼 스나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던 거고요.

     

    영화 [블루 아워] 메인 예고편

    오늘은 이렇게 영화 [블루 아워]에 대한 리뷰를 진행해보았는데요, 인생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거나 슬럼프에 빠져있는 분들이 보면 심심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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