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영화/리뷰

영화 [헌트] - 성공적인 데뷔작

범블러 2022. 8. 12.

영화 [헌트 (HUNT, 2022)]는 2022년 8월 10일에 개봉한 한국 영화입니다. 배우 '이정재'가 연출과 각본, 주연을 맡았다는 것과 배우 '정우성'이 영화에 참여한 점. 그리고 2022년 제75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되어 영화가 끝난 뒤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약 7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은 것 등으로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영화-헌트-캐릭터-포스터
영화 [헌트] 캐릭터 포스터

목차

    반응형

    1980년대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1980년대는 그야말로 격동의 세월이었습니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부터 시작하여 1983년 아웅 산 묘소 폭탄 테러 사건, 1988년 88 서울 올림픽에 이르기까지. 경제적으로는 대단한 발전을 이루며 세계적인 국가로 발돋움하는 동시에 여전히 민주화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많은 학생들의 데모가 여기저기에서 펼쳐지고 시민들에 대한 국가의 탄압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던 시절. 소위 안기부라고 불리며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하던 '국가안전기획부'는 여러 영화들의 소재로 널리 사용되기도 했는데요. 최근 영화들 중에서는 2017년 '장준환' 감독 연출의 [1987]이라는 영화라든가 2018년 '윤종빈' 감독 연출의 영화 [공작], 2019년 '우민호' 감독 연출의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영화 등이 있었죠. 그리고 2022년, 1980년이라는 시대적인 배경과 국가안전기획부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활용하여 기존의 영화들과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도전하는 한 편의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헌트]입니다.

    잘 짜인 이야기 구조

    영화 [헌트]는 크게 보면 대칭적인 이야기 구조를 보입니다. 안기부의 해외부 차장인 '박평호 (이정재扮)'와 국내부 차장인 '김정도 (정우성扮)'를 두 개의 축으로 하여 박평호 밑에는 그의 심복인 '방주경 (전혜진扮)'이 그를 도와 일을 처리하고 있고 김정도의 밑에는 '장철성 (허성태扮)'이 김정도의 군대 후임으로서 그를 보좌하고 있죠. 박평호는 죽은 동료의 딸인 '조유정 (고윤정扮)'을 마치 딸처럼 생각하며 그녀를 후원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 관계는 후에 박평호의 약점으로 작용하여 김정도 측에서 조유정을 안기부로 잡아들여 박평호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김정도는 안기부에 들어오기 전부터 '목성사'라는 기업을 후원하며 기업의 대표인 '최규상 (유재명扮)'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는데 안기부 안에서 박평호와 김정도의 대립구도가 발생하자 목성사는 그 조사 대상이 되어 목성사의 대표인 최규상은 결국 수사 도중 죽음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영화 헌트는 본래 [남산]이라는 제목의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있었으며 이 이야기는 박평호를 주인공으로 한 서사였다고 전해지는데요. 시나리오의 판권을 구입한 뒤 배우 정우성과의 협업을 염두에 두었던 이정재 감독은 직접 시나리오를 각색하여 박평호와 김정도가 두 명의 주인공으로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수정했다고 전해지죠. 정우성 배우는 처음에는 이정재 감독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나리오를 각색하며 계속해서 정우성 배우를 설득한 이정재 감독의 노력에 감화하여 결국 4번의 제안 끝에 이정재 감독의 제안을 수락했다고 하네요.

    화려한 카메오, 눈을 사로잡는 액션 장면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 등장하는 화려한 배우들의 이름들을 살펴보면 엄청난 카메오 캐스팅에 눈이 휘둥그레지는데요. 이는 영화의 제작을 맡은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프로듀서가 이정재와 정우성이 힘을 합치는 프로젝트에 힘을 보태달라는 연락을 많은 배우들에게 돌린 결과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 영화의 주조연급인 대형 배우들이 모두 특별출연을 승낙하자 이정재 감독은 오히려 고민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너무 유명한 배우들이 이야기에 많이 배치되면 오히려 시선이 분산되어 제대로 된 서사 전재가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고민이었죠. 이에 이정재 감독은 시나리오를 수정하여 도쿄의 총격 액션 장면에서 이런 카메오 배우들을 대거 투입하고 총격 중 대부분의 인원들을 사망하게 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배우 '김남길'은 80년대 당시의 분장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소화하여 영화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 중에 '김남길 배우 찾기'도 포함된다고 하네요. '첩보 액션 드라마'라는 장르에 걸맞게 영화에는 무려 4개국을 오가는 화려한 액션 장면들이 등장하는데요. 영화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미국 워싱턴에서의 총격 장면은 사실 한국의 여의도에서 촬영한 것으로 전 세계적인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미국 현지에서의 촬영이 계속해서 미뤄지다가 결국 현실적으로 미국 현지에서 촬영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자 한국 여의도에 오픈 세트를 제작하여 영화를 촬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일본과 태국에서의 촬영도 한국에서 이루어졌다고 전해지는데요. 일본에서 직접 택시를 공수해 오는 등 현지 공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연출팀과 미술팀을 비롯한 영화의 모든 스태프들이 노력한 결과 1980년 당시의 시대적인 느낌과 타국의 분위기를 고루 담은 장면들을 영화 속에 담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액션 장면들이 각각 비슷한 느낌으로 지루해지지 않도록 이정재 감독은 많은 신경을 썼다고 전해지는데요. 초반부 워싱턴 장면에서는 마치 FPS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의 좁은 공간에서 주로 총격전을 통해 속도감 있는 액션을 느끼도록 했고, 일본에서는 도로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자동차 액션과 총기 난사 전을 통해 워싱턴과는 다른 긴박감과 충격을 선사했습니다. 그리고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박평호 vs 김정도 (이정재 vs 정우성)'의 1대 1 대결인 타격 액션 장면을 중간에 배치하기도 했죠.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부분, 1983년 아웅산 묘역 테러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태국에서의 거대한 폭파에 이은 총격 액션 장면에서는 그동안 서로 다른 목표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었던 박평호와 김정도가 결국 잿더미 속에서 똑같이 회색을 뒤덮은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의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장치로 액션 장면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반응형

    역사적인 사실과 개연성 그리고 캐릭터

    전체적으로는 균형감 있는 이야기 구조에 지루할 틈 없는 액션 장면이 가미된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요. 먼저 당시의 역사적인 사건을 이야기의 개연성과는 상관없이 배치했다는 인상을 주는 장면들이 아쉬웠습니다. '황정민' 배우가 연기한 '이웅평' 상위(대위)의 귀순 사건이 특히 그런 느낌을 주었는데요. 역사적인 배경지식이 없었던 저로서는 영화 속에서 왜 갑자기 저런 장면이 등장하는 건지 의아했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검색을 통해 당시에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역사적인 사실이 뒷받침되는 사건이라도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해서는 각본에서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것인데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연출자의 욕심이 반영된 이야기 전개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영자 금융 사기 사건' 관련 내용 또한 칸 영화제 당시에는 상당한 분량이 그대로 상영되었다고 하는데 국내 상영에서 대부분 편집이 되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역사적인 사건들이 영화의 이야기가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얼개나 인물들 간의 관계, 그 관계를 통해 파생되는 사건들이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에 모두 담기에는 조금 버거워 보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박평호와 김정도를 중심으로 조금 더 간결하게 이야기를 정리했다면 보다 좋은 서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주요 인물인 박평호과 김정도 캐릭터에 대해 영화가 끝난 후 조금 깊이 생각해 보았는데요. 박평호 캐릭터의 경우 13년 전부터 안기부에서 일을 했다고 영화 속에서 전해지는데 북한 출신인 인물이 어떻게 남한 안기부에 발을 들이고 차장이라는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하기도 했고 13년 전 박평호는 어떤 사명을 가지고 남한에 침투하게 되었는지 그 심리적인 동기가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박평호라는 인물은 조금이라도 변화했는지, 아니면 처음과 다를 것 없이 계속해서 자신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는지. 그리고 박평호와 영화 속에서 중요한 관계를 형성했던 조유정과의 에피소드가 영화 안에서 별로 드러난 것이 없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조금 더 장면으로 표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김정도 캐릭터의 경우 1980년 광주 민주화 항쟁에 군인으로 투입되면서 군인들이 시민을 잔인하게 진압하는 모습을 보며 군부 독재에 회의를 느끼고 전두환 암살 계획에 참여하는 캐릭터로 그려지는데 그런 장대한 뜻을 품고 있으면서도 안기부의 국내부 차장으로서 대한민국이 자행하는 폭력의 한가운데에서 스스로 그 폭력을 행사해야 하기도 했던 인물의 심리적인 갈등 같은 것들이 표현되는 장면이 영화 속에는 등장하지 않아서 오히려 인간적이지 않은 캐릭터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분명 인간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내적인 갈등이 박평호와 김정도 두 인물 모두에게 있었고 그런 것들이 영화적인 장면으로 표현되었다면 보다 깊이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영화에서는 두 인물의 외적인 갈등에 이야기의 초점을 집중하고 그것들을 장면으로 표현하고 있어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영화 [헌트] 공식 예고편

    영화 [헌트 (2022)]는 데뷔작이라고 생각한다면 매우 성공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음 작품을 통해 충분히 극복 가능한 부분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이정재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봅니다.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댓글

    💲 유용한 정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