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컴온 컴온 (C'mon C'mon, 2021)]은 2022년 6월 30일 한국 개봉한 미국의 영화입니다. 2019년 영화 [조커]의 '조커' 역할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을 맡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2021년 11월 19일에 먼저 개봉했으며 관객과 비평가 모두에게 찬사를 받았습니다.
목차
영화 [컴온 컴온] 줄거리
'조니 (호아킨 피닉스扮)'는 동료들과 함께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아이들을 대상으로 삶과 미래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인터뷰하는 라디오 기자입니다. 조니와 그의 동생인 '비브 (가비 호프만扮)'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1년여 동안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는데요. 조니는 디트로이트에서의 인터뷰를 끝마친 뒤 오랜만에 동생인 비브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녀가 그녀의 남편인 '폴 (스쿠트 맥네리扮)'의 정신질환을 돕기 위해 오클랜드로 떠나야만 한다는 것과 그녀가 떠나있는 사이에 조카인 '제시 (우디 노먼扮)'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죠. 오클랜드에서 비브와 폴의 상황이 생각보다 길어지는 가운데 조니는 동료들로부터 업무에 복귀해달라는 압박을 받게 되고 제시를 혼자 집에 두고 갈 수 없는 조니는 비브에게 자신의 일터인 뉴욕에 제시를 함께 데려가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게 됩니다. 결국 조니와 제시는 함께 조니의 일터인 뉴욕으로 향하게 되고 예정에 없던 조니와 제시의 동거 상황에서 제시는 예측할 수 없는 행동들로 조니를 자꾸만 난처하게 만드는데요.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삼촌과 조카는 함께하는 시간 동안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가 공존하는 이야기
영화 [컴온 컴온]은 전체적으로는 극영화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오프닝부터 아이들의 인터뷰를 위한 조니의 내레이션이 등장하는 등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도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 영화 용어로는 '시네마 베리테'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시네마 베리테란 프랑스의 인류학자이자 민속지학자인 '장 루슈'에 의해 시작된 다큐멘터리 제작 이론으로 그는 다큐멘터리가 현실을 기록하는 행위이자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기록하는 노력임을 경험적으로 인식하며 다큐멘터리 연출자가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와 상호작용하여 그로 인해 카메라 앞에 펼쳐지게 되는 일들에 책임지는 책임자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네마 베리타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알려져 있는 '다이렉트 시네마'와 시네마 베리테가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연출자가 특정한 순간 혹은 사건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대신 그 순간 혹은 사건을 예상하고 '자극 (연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음을 인정한다는 것이죠. 영화 [컴온 컴온]의 감독인 '마이크 밀스' 또한 자신이 아이를 키우며 겪었던 자전적인 경험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시키기 위해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온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마이크 밀스 감독은 영화의 극을 이끌어 가는 주요 인물인 제시의 목소리만이 영화 속 유일한 아이의 목소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좀 더 다양한 경제력, 인종, 도시 등 다채로운 배경을 가진 아이들의 생각들을 겹친 콜라주 형식의 이야기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서로에 대한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할 거야
개인적으로 영화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고 공감했던 대사의 내용인데요. 아직까지도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마치 자신들의 소유물인 것처럼 생각하여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이나 바람들을 자식들이 대신해서 이뤄주기를 바라는 대리만족 양육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자녀들의 생각이나 감정 등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종하여 자식들을 마치 꼭두각시처럼 부리려는 부모들의 모습 또한 종종 마주치게 되죠. 하지만 피를 나눈 가족이라고 해도 부모와 자식은 분명한 개인과 개인간의 만남입니다. 자녀가 자기 몸에서 빠져나온 자신의 일부라는 생각이 부모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것도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자식들이 나이를 먹고 성인에 가까워질수록, 그들을 나와 다를 수 있는 한 명의 타인으로 인정하고 자녀들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선택의 기로에 있거나 불안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때에도 섣불리 답을 제시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들을 이끌지 않고 자식들의 생각이나 감정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지지하며 그들이 나름대로의 결론에 이르기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할 거야.'라는 내용의 대사는 부모와 자식 간 이상적인 관계를 위한 부모의 마음가짐을 담은 대사라고 느껴 가슴속에 깊이 남았습니다.
기록을 통해 붙잡아 보는 기억의 조각들
어린 시절의 모습이 담겨있는 사진첩을 들여다보면 그때의 분위기나 감정, 상황 등이 떠오르며 추억에 젖어들게 되는데요. 이렇게 사진이나 영상, 음성 등의 기록을 통해 인간은 불완전한 기억의 조각들을 붙잡아 놓음으로써 영원할 수 없는 순간의 장면들에 머물고자 하는 바람을 이루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영화 [컴온 컴온]은 오래된 사진첩과 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 제시는 조니에게 이렇게 물어보죠.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이 기억들이 흐려지게 될까요?" 조니는 대답합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네 옆에서 너의 기억들을 되살려 줄 거야." 어쩌면 조니는 제시에게 그 존재 자체만으로 오래된 사진첩과 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인간의 의식 속에서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타임머신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오갈 수는 없지만 우리는 누군가와 나눈 의미 있는 대화라거나 특별한 경험 등을 기준으로 우리의 의식 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때의 감정이나 분위기 속에 빠져들기도 하죠. 그리고 영화는 이런 우리의 감각을 구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매체들 중에 하나입니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의식 속에 순서 없이 배치된 기억들을 단초로 한 인물들과 사건들을 재구성할 수 있고 그러한 재구성 혹은 재창조를 통해 기억들만으로는 이를 수 없었던 새로운 의미에 도달합니다. 이렇게 영화라는 매체가 마치 인간의 의식처럼 생명이 있는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이 영화를 만드는 일의 진정한 의미라 말할 수 있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영화 [컴온 컴온]은 영화라는 매체의 그런 특성을 잘 보여준 지점이 있는 작품이라고 느끼고요.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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