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실종 (Missing, 2021)]은 2022년 6월 15일 한국 개봉한 일본의 영화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관객들을 먼저 만났으며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 (2009)]와 [도쿄! (2008)]에서 조감독으로 활약한 일본의 감독 '가타야먀 신조'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목차
영화 [실종] 줄거리
편의점에서 단돈 20엔 (약 200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돈을 내지 않고 나오다가 점주에게 붙잡힌 아빠 '하라다 사토시 (사토 지로扮)'.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온 딸 '카에데 (이토 아오이扮)'는 경찰까지 출동한 곤란한 상황에서 무사히 아빠를 구해냅니다. 편의점에서 빠져나온 뒤 카에데와 대화를 나누다가 뜬금없이 지명수배범 '야마우치 테루미 (시미즈 히로야扮)'를 봤다고 말하는 사토시. 카에데는 아빠의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다음날 아침, 사토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아빠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 수소문하며 돌아다니던 카에데는 사토시가 막노동 일을 하던 일터에서 하라다 사토시의 이름으로 일하고 있던 야마우치 테루미를 마주치게 되죠. 동명이인이라 생각한 뒤 다시 아빠를 찾아 나선 카에데는 아빠의 일터에서 만난 사람이 야마우치 테루미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하는데요. TV에서는 연쇄살인범인 야마우치 테루미의 행각이 드러나는 상황 속에서, 과연 카에데는 사토시를 무사히 찾아낼 수 있을까요?
퍼즐 같은 이야기 구조
영화 [실종]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크게 3가지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등장하는 현재의 이야기는 카에데의 시선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아빠인 하라다 사토시가 실종된 후 그의 행방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카에데의 모습이 동적으로 담겨있죠. 두 번째 장인 3개월 전의 이야기는 연쇄살인범인 야마우치 테루미의 시선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그가 시도했거나 시도하려고 한 살인에 대해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장인 13개월 전의 이야기는 카에데의 아버지인 하라다 사토시의 시선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사토시의 아내이자 루게릭병에 걸려 힘들어하던 '하라다 키미코 (나루시마 토코扮)'와 사토시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비추는데요. 세 번째 장에서 사토시와 테루미가 처음으로 만나게 된 정황이 드러나며 안락사를 바라던 사토시의 아내 키미코를 위해 테루미가 사토시에게 도움을 준 것이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이 함께 자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유인해 살해하는 일을 벌인 것이 밝혀집니다. 이후 영화의 이야기는 다시 현재의 시간으로 돌아오며 카에데가 사토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동안 사토시는 어디에서 어떤 일을 계획하고 행동했는지 드러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3가지 장의 분량은 동등하지 않으며 처음 제시된 카에데의 이야기가 테루미와 사토시의 이야기를 거치며 정보를 더해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야기가 흘러가는 동안 정보의 부족 때문에 혹시나 사토시가 테루미에게 죽은 것은 아닌지 걱정에 빠지기도 하고 세 번째 장의 이야기에서 왜 카에데는 사토시와 키미코의 이야기 속에서 빠져 있는지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는데요. 영화가 끝난 후에는 시간의 순서대로 머릿속에서 사건을 재배열해 보며 전체적인 이야기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흰 양말과 흰 탁구공
영화 속에서 연쇄살인범으로 등장하는 야마우치 테루미는 성별에 상관없이 하얀 니삭스를 신고 있는 움직이지 않는 발에 페티시즘을 가지고 있으며 성적인 자극을 받습니다. 야마우치 테루미라는 인물에 대해 주어지는 정보는 굉장히 제한적인데요, 극 중에서는 '찌르레기'라는 닉네임으로 더 많이 불리는 '나이토 아오이 (모리타 미사토扮)'의 대화 속에서 자신의 생애 첫 기억이 네 살 무렵 바닐라맛 홈런 바를 먹으며 차 안에서 아버지가 집을 짓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던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먹을 것을 주고 호의를 베풀어준 노인이 틀어놓은 성인 비디오를 보며 움직이는 여자에게는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하죠. 그러니까 결국 테루미는 살인 후 피해자들의 발에 하얀 양말을 신기고 그 모습에서 성적인 흥분을 느끼며 자위를 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는 것인데요.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루틴을 가지고 있는 테루미의 살인이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고 그런 루틴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장면으로서의 묘사가 있었다면 테루미라는 캐릭터가 보다 입체적으로 느껴질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영화의 이야기도 조금 더 풍부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흰 양말과 묘한 대칭을 이루며 사토시에게 마치 테루미의 흰 양말과도 같은 의미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흰 탁구공인데요. 사토시의 아내인 키미코가 루게릭병을 앓기 전 사토시는 탁구장을 운영했던 것으로 영화 속에서 묘사되죠. 탁구를 친다는 것은 가족의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의미로 영화 속에서 표현되어 사토시는 카에데에게 "탁구 치러갈까?"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기도 합니다. 탁구공의 하얀 원이 상징하는 것은 행복했던 가족의 한 때 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돈'입니다. 테루미에게 자살하고 싶은 사람들을 소개해 준 후 그 대가로 돈을 받은 사토시는 마카롱 박스 안에 숨겨져 있던 돈을 한동안 바라봅니다. 그 10000엔짜리 돈 가운데에는 하얀 원 모양의 빈 공간이 있죠. 그것은 자연스럽게 하얀색 탁구공을 떠오르게 합니다. 즉, 사토시에게 흰 탁구공은 가족의 행복했던 한 때를 떠올리게 만드는 매개물이자 그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동시에 의미하고 있는 것이죠. 결국 테루미는 자신의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면 사토시는 자신의 '물욕 (정확하게는 행복했던 과거를 되찾기 위해 필요한 돈)'을 위해 테루미의 살인을 도왔고 더 나아가 테루미를 죽이게 되었던 것입니다.
타인의 죽음을 통해 성취되는 나의 욕망
영화 속에서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는 잔혹한 연쇄살인범 야마우치 테루미와 이야기의 주인공인 하라다 사토시가 결말에 가서는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비슷한 인물인 것처럼 영화는 묘사하고 있는데요. 두 사람 모두 자신의 필요와 욕망에 의해 타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고 그것이 우발적인 범행이 아닌 계획적으로 반복되는 종류의 범죄라는 묘사가 이루어지면서 결국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어떤 모습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영화는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사토시의 딸인 카에데가 사토시의 정체를 깨달은 뒤 사토시와 탁구 랠리를 주고받으며 그 사실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사토시 가족의 행복했던 과거를 상징하는 탁구장과 흰 탁구공의 회복이 악행을 통해 성취된 것임을 일깨우며 둘이 주고받고 있는 랠리가 과연 두 사람의 희망찬 미래를 암시하는 것인지 불안한 미래를 암시하는 것인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 되었건 행복에도 돈이 드는 것은 분명하니까요.
영화 [실종]은 근래 보았던 영화들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가장 곱씹어볼 의미가 많은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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