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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9명의 번역가] - 플롯만큼 캐릭터에도 조금만 더 신경 썼다면

범블러 2022. 9. 30.

영화 [9명의 번역가 (Les traducteurs, The Translators, 2020)]는 2022년 9월 14일 한국 개봉한 프랑스의 영화입니다. 감독인 '레지 루앙사르'는 작가 '댄 브라운'의 소설 '인페르노' 번역 당시, 번역가 11명이 이탈리아 밀라노 모처의 지하 벙커에 갇혀있었다는 신문 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의 각본을 썼다고 합니다.

 

영화-9명의-번역가-메인-포스터
영화 [9명의 번역가] 메인 포스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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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9명의 번역가] 줄거리

    현대의 고전으로 통하는 소설, '디덜러스 (Dedalus)' 시리즈의 마지막 장인 '죽고 싶지 않았던 남자'를 비밀리에 번역하기 위해 영국, 중국, 러시아 등 각국의 번역가 9명이 프랑스 어딘가에 위치한 지하벙커에 모입니다. 소설 '디덜러스' 시리즈를 독점 출간 중이던 앙스트롬 출판사의 편집장 '에릭 앙스트롬 (랑베르 윌슨扮)'은 소설 내용의 보안을 위해 번역가들의 외부 출입 및 연락 수단을 모두 차단하고 작업 분량과 시간을 철저하게 통제하죠. 하지만 번역가들이 번역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에릭에게 협박 메일 한통이 도착하는데요. 메일 내용은 이미 '디덜러스' 원고 10장을 인터넷에 공개했으며 지정된 계좌로 시간 내에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100장을 더 공개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화가 난 에릭은 9명의 번역가들 중 한 명이 범인임을 확신하고 수사에 나서지만 범행의 단서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소설의 내용을 유출하겠다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가운데, 에릭은 과연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추리물로서의 긴장감이 있었던 초반부

    영화의 초반부에는 9개의 서로 다른 나라에서 찾아온 번역가들이 지하 벙커라는 밀폐된 공간에 갇힌 뒤 각자 소설 '디덜러스'를 번역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각자의 캐릭터를 드러냅니다. 이후 개개인의 욕망이 교차하는 에피소드가 전개되며 관객들로 하여금 소설을 유포한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해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데요. 특히 '올가 쿠릴렌코'가 연기하는 배역인 러시아어 번역가 '카테리나 아니시노바' 역할은 소설 '디덜러스'를 신봉하며 에릭이 자리를 비운 사이 '죽고 싶지 않았던 남자'의 원본 원고를 훔치려고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 영화의 초반부에서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릅니다. 카테리나 이후에는 중국어 번역가인 '첸 야오 (프레데리크 쇼扮)'가 사람들이 모여있던 자리에서 불렀던 노래의 가사가 메일 내용에 포함되며 큰 의심을 사게 되기도 하고 출판사의 직원인 '로즈메리 후익스 (사라 지로도扮)' 또한 사람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용의 선상에 오르게 되죠. 이렇게 영화의 초반부터 중반에 이르기까지는 서로 다른 배경과 욕망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마치 퍼즐과 같은 구조로 배치되며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의 장르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약간은 맥이 빠지고 임팩트가 없었던 후반부

    초반부의 괜찮았던 흐름이 어긋나기 시작한다고 느낀 것은 개인적으로 '디덜러스'를 유포한 진짜 범인이 영어 번역가인 '알렉스 굿맨 (알렉스 로우더扮)'임이 밝혀진 순간이었습니다. 번역가들의 작업 환경에 대한 소개가 끝난 직후 영화는 예정대로라면 모든 번역이 끝나는 시점인 2개월 후의 시간으로 점프하며 편집장인 에릭이 감옥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면으로 이어지는데요. 이후 감옥에서의 이야기와 2개월 전 벙커 안에서의 이야기가 영화의 커다란 두 줄기 서사가 되어 교차로 진행됩니다. 2개월 후 진범을 잡은 뒤 그를 심문하고 있는 에릭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처럼 관객을 이끌어가던 영화는 오히려 감옥에 붙잡혀 있는 것은 에릭이고 그를 찾아온 것이 알렉스라는 반전의 전개로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죠. 하지만 이전까지 영화 속 가장 큰 미스터리이자 관객들의 주된 관심사였던 해커의 정체를 드러내는 타이밍과 방식 자체가 관객으로서 좀 맥이 빠지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번역가들이 지하벙커로 모이기 전, 알렉스가 네 명의 다른 번역가들을 섭외하여 앙스트롬의 원본 원고를 빼돌리고 복사하는 장면 또한 알렉스가 그 일을 벌인 이유가 너무 작위적이게 느껴져 마치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긴장감 조성을 위한 장면을 끼워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 덴마크어 번역가인 '헬렌 투센 (시드세 바벳 크누드센扮)'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전개 또한 이전에 캐릭터 감정의 빌드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소 갑작스럽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사실 소설 '디덜러스' 시리즈를 쓴 진짜 작가는 위장한 번역가이자 소설을 유출시킨 해커였던 널디(Nerdy)한 천재 작가 알렉스 굿맨이었고 그가 이 모든 일들을 계획한 이유가 자신의 스승이었던 '조르쥬 퐁텐 (파트리크 보쇼扮)'의 죽음에 대한 복수와 소설 '디덜러스'를 마치 치약과 같은 상품처럼 사람들에게 판매하며 소중한 작품의 문학성을 훼손한 것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는 영화의 진짜 반전조차 그다지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 못했습니다. 영화의 반전과 이야기의 순서를 통한 정보 공개에만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주인공인 알렉스 굿맨이 스승인 조르쥬와 그의 작품인 '디덜러스'에 어떤 생각과 감정을 품고 있었는지 영화 속에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제대로 묘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관객들이 알렉스에게 공감하여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낄만한 동력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죠. 오히려 자신의 복수를 이루기 위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다른 한 사람은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지게 하는 등 아무런 관계가 없는 다른 번역가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이끌어간 알렉스의 모습이 관객으로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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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롯만큼 캐릭터에도 조금만 더 신경 썼다면

    결국 관객을 설득하는 것은 '캐릭터'입니다. 아무리 좋은 플롯을 가지고 있더라도 캐릭터에 관객들을 공감시키지 못한다면 결말에 이르러 절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영화 [9명의 번역가]는 이러한 캐릭터의 힘을 간과한 탓으로 결국 후반부에 이르러 초반부의 서스펜스를 제대로 폭발시키지 못한 케이스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반전과 긴장감 조성을 위한 장면들은 풍부하지만 주인공이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관객들이 공감하도록 만들기 위한 장면들은 부족하여 관객들이 인물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사건들이 벌어지고 난 후에도 인물에게 제대로 된 감정 이입을 할 수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그런 명백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서의 기본 틀을 갖추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초중반까지는 소재 및 캐릭터들의 조합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쉬움은 남았지만 킬링 타임용으로 보기에 영화 [9명의 번역가]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

     

    영화 [9명의 번역가]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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