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 재미있고 아름답지만 특별함에 이르지는 못한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すずめの戸締まり, Suzume, 2022)]은 2023년 3월 8일 한국 개봉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영화 [너의 이름은. (2016)], [날씨의 아이 (2019)] 등의 작품들로 세계적인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이기도 합니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메인 포스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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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줄거리

일본 규슈 미야자키에 사는 소녀 이와토 스즈메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미혼인 이모 이와토 타마키와 단둘이 사는 밝은 성격의 간호사 지망생입니다. 평소와 같은 아침 등굣길에서 스즈메는 언덕을 오르는 청년 무나카타 소타를 만나고 소타는 스즈메에게 근처에 폐허가 있는지 묻습니다. 마침 아무도 살지 않는 산자락에 버려진 온천 거리가 있어 스즈메는 그곳의 위치를 소타에게 알려주고 학교로 향하죠. 소타와 헤어진 뒤 건널목에 도착한 스즈메는 왠지 모르게 소타에게 마음이 이끌려 산자락의 폐허로 그를 쫓아갑니다. 온천 거리에 도착한 스즈메는 이름을 부르며 소타를 찾지만, 그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대신에 폐허 속을 헤매던 중 발목 정도로 물이 차있는 커다란 원형의 공간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낡은 문을 발견하게 되죠. 문을 열자 스즈메는 어린 시절 기억으로 남아있던 몽환적인 밤하늘과 초원을 마주합니다. 스즈메는 무의식적으로 그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하지만 문을 통과하면 그저 반대편으로 나오게 될 뿐 문 안에 펼쳐진 세상으로 들어가지는 못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던 스즈메는 복잡한 무늬를 가진 고양이 형상의 석상이 문 근처 땅 속에 박혀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끌어당겨 땅에서 빼냅니다. 그 순간 석상은 솜털 같은 것으로 변해 달아나고, 스즈메는 타고 온 자전거를 타고 점심시간 무렵 학교로 돌아옵니다. 학교에 도착해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스즈메는 창밖으로 산자락에서 검붉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스즈메가 보고 있는 검붉은 연기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할 때 지진이 일어납니다. 작은 규모의 지진이 지나간 뒤, 창밖 연기가 기괴한 모습으로 피어오르며 정상이 아닐 정도로 크게 치솟아 오릅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한 스즈메는 검붉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온천 폐허로 급히 돌아갑니다. 온천에서 본 이상한 문으로 향한 스즈메는 엄청난 기세로 검붉은 기운이 문 밖으로 밀려 나오는 와중에 소타가 필사적으로 문을 닫으려고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검붉은 기운이 문밖으로 밀려 나오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 스즈메는 소타를 도와 문을 닫는 데 성공합니다. 문을 닫는 과정에서 스즈메를 보호하려다 팔을 다친 소타를 집으로 데려온 스즈메는 구급상자를 들고 와 소타의 팔에 응급처치를 하죠. 그때, 두 사람 앞에 신비로운 흰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납니다. 다이진은 소타가 방해가 된다고 말하며 소타를 스즈메 어머니가 남기고 간 유품인 세발 의자로 만들어 버리죠. 한순간에 의자의 모습이 된 소타는 다이진을 쫓기 시작하고 자신으로 인해 비롯된 일들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스즈메 또한 소타를 따라나서는데요. 과연 스즈메는 여정 속에서 자신으로 인해 야기된 사건들에 책임을 다하고 한 걸음 더 성숙해질 수 있을까요?

아름다운 작화와 재미있게 따라갈 수 있는 이야기

신카이 마코토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그의 작품은 작화가 뛰어난 것으로 유명합니다. 2시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의 어느 프레임을 잘라서 가져와도 마치 공들여서 그린 아름다운 '회화 (繪畫)'처럼 섬세하고 부드러운 감성의 화면을 만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그러나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의 작화가 좋다는 말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고 하죠. 그 이유는 전문가들에게 있어 애니메이션 영화의 작화란 단순하게 정지해 있는 배경이나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것을 넘어 화면 안에 존재하는 피사체들의 움직임을 유려하게 표현하는 개념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는 미흡한 모습을 보였고 동종 업계의 사람들은 그의 작화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의견을 의식한 것인지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 (2023)]에서는 주인공 스즈메를 필두로 한 다양한 캐릭터들의 액션 장면들이 두드러지는데요. [귀멸의 칼날]이나 [주술회전] 등의 애니메이션을 보며 다양한 액션이 등장하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 졌다고 말하기도 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번 작품에 액션 전문 애니메이터들을 다수 포진하며 작화에 대한 업계인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2023)]의 이야기는 감독의 전작인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의 서사와 비슷한 구조 및 패턴으로 전개됩니다. 신사 (神社), 그리고 신사에 봉납된 신이 존재하고 그 신의 힘으로 인해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반쪽과도 같은 이성 (異性)의 상대역과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 후 서로 같은 사명을 짊어지고 선택을 강요받는 순간에 이르게 되죠. 그리고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운명을 바꾸게 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 구조에 [스즈메의 문단속 (2023)]은 로드무비라는 형식을 덧입혀 관객들이 마치 주인공 스즈메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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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부르짖는 것이 진정한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2023)]은 작품 자체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 태평양 연안에서 발생한 거대지진의 희생자 혹은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의 일본 개봉일이 2022년 11월 11일이었던 것도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했던 지진의 11주기를 기리기 위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영화 속에서 주인공 스즈메가 여행을 하는 지역인 에히메현, 고베, 도쿄 또한 각각 실제 산사태나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 수많은 희생자나 피해자들이 발생했던 지역들이죠. 집을 떠나 여고생 혼자의 몸으로 여행을 할 수밖에 없게 된 스즈메는 그 자신이 마치 자연재해의 피해자와도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었으며 각 지역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들의 따뜻한 도움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 속에서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다할 수 있게 됩니다. 아마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희망은 존재한다는 메시지로 재난의 희생자 혹은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전달하려고 했다고 여겨지는데요. 하지만 저는 과연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나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얼마나 제대로 가닿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스즈메의 문단속 (2023)] 속에 묘사된 절망이나 상실, 고통 등은 그것들의 본질과 상관없이 너무 아름답게 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가 겪고 있는 아픔이나 절망이 얼마나 깊고 어두운 것인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그 아픔의 원인에 대해 알고 그 고통이 피해자의 몸과 마음 안에서 불러일으키는 현상들에 주의를 기울이며 그것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깊이 있게 이해하고 나서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2023)]은 희망을 이야기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건너뛰고 그저 뜬구름 잡듯 희망을 부르짖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마치 입 안에 넣을 때는 달콤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금방 사라지고 마는 솜사탕과 같은 희망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두 번째 예고편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2023)]은 대중을 위한 영화로서 재미있고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자 하는 것이 영화의 목표였다면, 그 목표가 제대로 달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댓글을 통해 소통해 주세요!